당신의 생활용품, 꽃에 물들다_ ‘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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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생활용품, 꽃에 물들다_ ‘뜰애’
당신의 생활용품, 꽃에 물들다_ ‘뜰애’
2017.05.29 16:53 by 최현빈

서울숲과 분당선 지하철역 사이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언더스탠드에비뉴. 장난치며 뛰어가던 한 무리의 학생들이 갑자기 걸음을 멈춘다. 어디선가 밀려오는 그윽한 꽃향기. 학생들은 본능적으로 향기가 나는 곳으로 향한다. 사람은 늘 좋은 향기에 끌리니까.

이들이 찾은 곳은 라이프스타일숍 ‘뜰애’. 파란 컨테이너 문을 열자 그윽한 꽃향기가 반긴다. 진열대엔 각종 생활용품과 액세서리들이 놓여있다. 볼펜을 집어 들고 유심히 관찰한다. 만족스런 표정으로 매장을 나서는 학생들 손에는 작은 꽃이 달린 볼펜이 꼭 쥐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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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집에서 꽃만 팔아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최주연(33) 뜰애 대표가 말했다. 뜰애는 작은 마당이란 우리말 ‘뜰’과 사랑을 뜻하는 한자어 ‘애’가 만난 이름. 최 대표는 “향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꽃집으로 알고 찾아온다”고 했다. 매장을 둘러봤다. 볼펜과 엽서 같은 문구용품부터 에코백 같은 액세서리까지 다양하다. 공통점은 모든 제품엔 꽃이 달렸다는 점. 최 대표는 자신의 브랜드를 ‘플라워 라이프스타일 숍’이라고 소개했다.

뜰애 최주연 대표

2015년 설립한 뜰애는 플라워 제품과 이를 활용한 다양한 생활용품을 만드는 회사다. 최 대표는 “처음엔 단순 플라워 숍으로 창업했지만, 만나는 고객의 범위가 좁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꽃집의 고객은 인근 주민으로 한정될 수 밖에 없었다는 것. 고민하던 그녀에게 길을 제시해준 건 같은 해 12월 열렸던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이었다.

가로세로 1 미터. 당시 전시장(삼성동 코엑스)에서 최 대표에게 허락한 공간이었다. 경쟁력 있는 제품에 대해 고민하던 최 대표는 ‘꽃’이 주는 시각적인 아름다움에 주목했다. 단순한 패턴을 넘어 꽃이 가진 입체적인 이미지를 디자인에 더한 것이다. 자신의 솜씨를 많은 사람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방법이었다. 이때 탄생한 제품들이 ‘플라워 펜’, ‘플라워 디퓨저 케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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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퓨저 병. 약품으로 꽃을 보존한 프리저브드 플라워를 활용한 제품이다. 드라이 플라워, 실크 플라워를 활용한 제품들도 있다.

색다른 도전은 보기 좋게 성공했다. 행사 기간 준비한 대부분의 제품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행사가 끝난 이후에도 최 대표의 제품을 눈여겨본 사람들의 주문이 이어졌다. 5일간의 행사에서 올린 매출은 약 300만 원. 큰 액수는 아니었지만 최 대표에겐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준 결과였다.

자신감을 얻은 최 대표는 제품의 다양성을 높이는데 주력했다. 에코백, 파우치와 같은 패브릭 제품을 확대하는 한편, 기존의 플라워 제품도 꾸준히 늘려나갔다. 올해 4월,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진행하는 ‘소셜스탠드 청년파트너’로 선정된 건 이러한 노력의 결실이다. 소셜스탠드 청년파트너는 청년사업가, 신진 디자이너에게 임대료 없이 매장을 운영할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최 대표에겐 생애 첫 매장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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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스탠드에비뉴(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뜰애 매장

최 대표의 최종 목표는 뜰애를 우리나라 대표 플라워 브랜드로 키우는 것이다. 앞으로도 더 많은 제품을 개발해 온·오프라인 매장에 입점할 계획이다. 지금은 온라인 크리에이터 스토어 포플(www.popl.co.kr)에서 뜰애의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

최 대표는 ‘그저 꽃이 너무 좋아서’ 플로리스트가 되었다고 한다. “꽃을 좋아해서 시작한 일인데 정작 꽃 만질 시간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고 묻자 최 대표는 이렇게 대답했다.

“꽃엔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요. 손님들의 표정을 보면 기쁘거나, 고맙거나, 사랑하는 감정이 보이곤 하죠. 그런 감정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 만족스럽죠. 앞으로도 ‘꽃’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운 감정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사진: 최현빈·뜰애 제공

필자소개
최현빈

파란 하늘과 양지바른 골목을 좋아하는 더퍼스트 ‘에디터 ROBIN’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