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HOPE’ 하나 추가요~, 선정필 맘스탠드 매니저
여기 ‘HOPE’ 하나 추가요~, 선정필 맘스탠드 매니저
여기 ‘HOPE’ 하나 추가요~, 선정필 맘스탠드 매니저
2017.06.21 11:16 by 최현빈

“주말이면 정말 많은 분들이 찾아요. 지금처럼 (대기)줄이 너무 길어지면 감사하기도 하고, 죄송스럽기도 하고 그렇죠.”

선정필(35) 맘스탠드 매니저가 창밖에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모두 언더스탠드에비뉴(성동구 성수동) 내 위치한 카페 ‘브리너(Brinner)’를 찾은 손님들. 서울숲 옆에 위치해 도심 속 자연을 느낄 수 있는데다, ‘가성비’ 좋은 요리를 선보인단 입소문이 돌며 오픈 1년 만에 지역의 외식명소로 떠올랐다. 선 매니저는 이 카페 운영 주체(맘스탠드)의 메뉴 개발 총책임자. 기분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만의 색깔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많이 했어요. 분기마다 메뉴 구성이 바뀔 정도였죠. 그런 노력이 소비자의 니즈와 맞아 떨어지고 있는 것 같아 기쁩니다.”

선정필 맘스탠드 매니저

선정필 매니저는 일식으로 시작해, 이태리 요리까지 섭렵한 경력 13년차 쉐프다. 그런 그가 맘스탠드에 오픈 멤버로 합류한 건 지난 2015년 여름. 그의 경력에 비춰보면 다소 의외의 선택이다. 언더스탠드에비뉴는 그저 단순한 쇼핑몰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언더스탠드에비뉴(UNDER STAND AVENUE)

(사진: 언더스탠드에비뉴)

서울 성동구 서울숲 초입에 116개의 컨테이너로 이뤄진 창조적 공익 공간(2016년 4월 오픈) 유스스탠드, 맘스탠드 등 7개의 스탠드로 구분돼 있는데, 각각 도심 속 일터학교, 취약계층의 자립, 지역사회와의 상생 등 지속가능한 공간에 대한 고민을 품고 있다. 카페, 레스토랑, 전시관, 네일숍, 애견숍 등 대중과 호흡하는 장소도 많아, 오픈 7개월 만에 누적방문객 100만 명을 달성했다.

요리만 해왔던 그가, 가치를 담은 공간에 도전한 이유는 뭘까? 선 매니저는 “즉흥적인 결정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어렸을 때부터 가치 있는 삶에 대해 고민이 많았어요. 그러던 중 2010년 소속된 외식업체에서 우연히 노숙자들에게 밥차 봉사를 하게 됐죠. 굉장히 뿌듯하더라고요. 이후에 하루도 빠짐없이 3년 정도를 나갔죠. 그때 깨달았어요. 요리로도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다는 걸요.”(선정필 매니저)

맘스탠드의 비전은 취약계층의 자립이다. 다문화 여성이나 학교 밖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직업 교육을 전개하고, 교육을 마치면 직원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선 매니저가 메뉴 개발이나 매출 이상으로 신경 쓰는 역할이 바로 이 부분이다. 지금까지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필리핀·몽골·러시아 등의 국적을 가진 다문화 여성 10명을 교육생으로 선발, 이중 7명이 직원으로 채용됐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사람이 불편했던 다문화 여성들과 일이 낯설었던 위기 청소년들이 적응에 애를 먹기도 했다. 카페 브리너의 초기 메뉴가 샌드위치, 햄버거 등 비교적 간단하게 구성됐던 것도 이들의 적응을 감안했던 것.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육생들이 직원으로, 어엿한 전문가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선 매니저에게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다.

“하잉(가명)이란 분이 있어요. 베트남에서 온 이주여성인데 10년 간 딸 둘을 낳고 살았죠. 한국에 와서 육아만 하다 보니 사회랑 섞일 일이 좀처럼 없었나 봐요. 여기(브리너) 와서도 첨엔 굉장히 낯설어 하고, 말도 거의 안했죠. 그런데 일에 자신이 붙고, 본인 역할이 커지니까 사람이 달라지더라고요. 한국말을 그렇게 잘하는 지도 몰랐다니까요.(웃음) 지금은 자신만의 메뉴를 개발할 정도로 성장했죠. 이제 우리 업장의 핵심 멤버 중 하나입니다.”

선 매니저는 “새로운 직업을 갖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배우고 일하며 사회와 어우러지고, 자신감을 얻는 게 더 값지다”면서 “이를 통해 자립과 성장의 발판이 마련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맘스탠드는 ‘모두가 성장하는 공간’의 가치를 지향한다.

카페 브리너의 메뉴는 꽤 자주 바뀌는 편이다. 엄밀히 얘기하면, 새로운 메뉴가 추가되는 것.

초기엔 간단한 브런치 메뉴들이 주였다면, 최근엔 파스타나 스테이크 같이 꽤 묵직한 메뉴도 갖췄다. 이는 맘스탠드가 지향하는 가치가 결실을 맺고 있다는 신호다. 선 매니저는 “(다문화 여성) 한 분 한 분의 감각이나 기술이 느는 걸 보면,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면서 “단순히 종류를 넘어, 영양의 균형이나 맛의 완성도 같은 부분도 세밀히 신경 쓸 수 있는 수준에 올라왔다”고 덧붙였다.

빠른 성장의 비결을 물었더니, 즉시 ‘팀워크’란 답변이 되돌아온다. 선 매니저는 “우리 직원들의 호흡은 정말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처음엔 다소 어색하고 말이 잘 통하지 않아도, 금세 친해지고 융화된다는 것. 요리를 만드는 작업의 특성 때문이란다.

“주방이란 공간은 희생이 최우선입니다. 누구 한 명이 일을 소홀히 하면, 다른 누군가가 힘들어지는 구조죠.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끊임없이 소통하고 각자 노력해요. 음식 앞에선 친해질 수밖에 없죠.”

카페 브리너에 진열된 각종 베이커리

좋은 요리를 찾는 사람들에겐 만족감을, 사회 적응이 필요한 사람들에겐 자신감을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달려온 시간. 선 매니저는 “스스로도 훌쩍 성장한 시기”라고 말한다. 직원들과 다양한 메뉴를 실험하고 개발하며 역량을 키웠고, 고객들의 호응도 높아졌다. 가치 있는 삶에 대한 신념은 보다 단단해졌다.

“작년에 미슐랭 가이드가 한국에 들어왔잖아요. 얼마 전 문득 ‘우리가 미슐랭 가이드에 소개된다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자립과 재기를 위해 한 땀 한 땀 빚어낸 요리가 감동까지 줄 수 있다면, 커다란 희망의 증거가 될 수 있잖아요. 물론 저 혼자선 어림도 없죠. 하지만 이 공간이, 여기 모인 사람들이 함께 꿈꾼다면, 가능할 거라고 믿습니다.”(선정필 매니저)

/사진: 최현빈

필자소개
최현빈

파란 하늘과 양지바른 골목을 좋아하는 더퍼스트 ‘에디터 ROBIN’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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