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날개 등불의 의미
비행기 날개 등불의 의미
비행기 날개 등불의 의미
2017.06.23 10:00 by 임재한
 
구름도 한 점 없는 맑은 밤하늘,

총총 떠 있는 별들 사이를 유유히 지나가는 깜빡이는 불빛 한 점.

'고오오-'하는 특유의 아련함 가득한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이는 필시 밤하늘을 매끈하게 가로지르는 비행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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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지만 잠시 감성은 접어두고, 어두운 밤하늘 한가운데를 날아가는 비행기의 불빛을 자세히 보자. 깜빡이는 줄만 알았던 비행기의 불빛이 한 가지 색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흰색 불빛, 적색 불빛, 녹색 불빛…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밤하늘, 비행기가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일 것임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모든 비행기들이 각각의 불빛을 발산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니 이 또한 어떤 규칙성을 지닌 것이 아닐까 궁금해진다.

비행기 등불의 색깔에는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오늘은 밤하늘의 비행기를 상상하며 그들이 내뿜고 있는 등불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를 해보자.

비행기 양 날개 끝에서 적색과 녹색 빛이 나온다.

배 이야기 잠깐
항법등 (Navigation Light)

밤비행기를 기다리며 게이트 옆의 비행기를 바라보면 우리는 아주 쉽게 빨간불과 초록불의 근원지를 찾을 수 있다. 이 빛은 비행기의 양 날개 끝부분에서 은은하게 빛나고 있는데 오른쪽 날개에서는 초록빛을, 왼쪽 날개에서는 빨간빛을 발견할 수가 있다.

비행기의 여러 등불 중 날개 끝에 있는 이 등불의 이름은 항법등(Navigation Light). 이름만 보면 항법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 이미 19세기에 시작된 항법등의 역사는 1905년생인 비행기보다도 먼저 시작됐다. 항법등의 나이가 비행기보다 많다는 것은 항법등의 시작이 비행기가 아닌 '선박'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래도 오늘도 배 이야기를 잠시 해야 할 것 같다.

배의 방향을 알 수 있도록 해주는 항법등

육지와 달리 바다에는 가로등이 없다. 달이라도 제대로 뜨지 않은 날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을 정도가 된다. 이런 날 항해 중인 선박끼리 충돌이라도 하게 되면 매우 위험한 상황이 펼쳐진다. 이에 증기선이 다니던 1838년, 미국에서는 배의 위치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한 개 이상의 등불을 구비해두는 규칙이 마련됐다.

하지만 역시나 등불 한두 개만으로 배의 진행방향까지는 알기 힘들었다. 이에 나온 아이디어가 바로 색깔이 있는 등불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배의 왼편에는 빨간 등불을, 배의 오른편에는 초록색 등불을, 그리고 기준이 되는 흰색 등불을 사용하면 상대 배에서 나오는 불빛의 색깔을 보고 배가 바라보는 방향을 가늠할 수 있었던 것. 결국 1848년 영국에서는 배 위에 빨간색·초록색·흰색 불빛을 의무적으로 장착하는 법이 제정됐다. 각 등불들이 보이는 위치까지 구체적으로 규정되면서 항법등의 시초가 됐고, 이 규칙은 비행기까지 넘어오게 됐다.

공돌이의 노트 #1
선박의 경우 배의 종류나 선박의 상황에 따라 항법등을 표시하는 방법이 달라진다고 한다. 진행하지 않고 닻을 내린 경우에는 모든 방향에서 흰색 불빛이 보이게 되고, 엔진의 유무에 따라 항법등의 배치 방법이 달라진다.

항공기의 항법등도 선박과 비슷하다.

신호등이랑 색이 같더라니
Right-of-Way

이제 몇몇 상황을 상상해보며 실습해보도록 하자. 만약 전방에 빨강, 초록, 흰색 등불이 모두 다 보인다면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해야 할까? 그렇다. 내 배와 상대방의 배는 서로 마주보고 진행하고 있으니 조심해야한다는 의미가 된다. 음. 이건 쉬웠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우리 배의 전방이 아닌 왼편에서 불빛이 보인다고 생각해보자. 왼편에 보이는 불빛이 붉은색이라면? 붉은빛은 '배의 좌측'이라는 의미인데, 우리의 왼쪽에서 보인다는 의미는 곧 그 배와 우리는 서로 엇갈려서 진행 중이라는 의미가 된다. 서로 반대로 진행하며 지나쳐가는 것이고,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반면 왼편에서 보이는 불빛이 초록색이라면? 초록색은 '배의 우측'을 의미하고, 그것이 우리 배의 왼편에서 보인다는 것은 그 배와 우리 배가 얼추 비슷한 방향으로 함께 진행 중이라는 의미다.

세 가지 색깔이 다 보인다는 것은 마주보고 있다는 뜻이다.

서로 비슷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이제 생각을 좀 해야 한다. 서로 비슷하게 나아가되 멀어지고 있다면 상관이 없지만, 만약 서로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면 충돌할 수도 있다. 마치 차선이 하나로 합쳐지는 구간을 앞두고 평행하게 달리는 두 자동차가 팽팽하게 눈치싸움을 하는 상황과 비슷한 것. 하지만 배와 비행기의 경우 속도 조절이 자동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즉각적이기 어려운 탓에 이러한 눈치싸움을 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

바로 이때 항법등이 큰 역할을 하게 된다. 두 배 중 오른쪽에 있는 배는 상대 배로부터 '초록색' 불빛을 보게 된다. 상대 배의 우측면을 보고 있기 때문. 반면 왼쪽에 있는 배는 상대 배의 좌측면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빨간색' 불빛을 보게 된다. 우선 통행권을 'Right-of-Way'라고 한다. 자, 이제 누가 right-of-way를 갖게 될지는 당연해진다. 초록색 불빛을 보고 있는 오른쪽의 배가 먼저 진행할 권리를 갖게 되고 왼쪽에 있는 배는 길을 내줘야 한다. 이처럼 항법등의 색깔에도 나름의 이유가 존재한다.

진행방향을 알려주는
비행기의 항법등

비행기의 경우 움직이는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통행권을 결정하는 문제보다는 비행기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를 알기 위해 사용된다. 칠흑 같은 밤은 물론이고 항공기의 실루엣만 보이는 석양이 물든 하늘에서는 항공기의 진행 방향을 알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때문에 해 질 무렵부터 동틀 무렵까지 항법등은 반드시 켜져 있어야 한다.

이 비행기는 다가오고 있다. 항법등이 없었다면 멀어지는지, 다가오는지 헷갈렸을 지도 모른다.

자, 이제 밤하늘의 비행기를 바라볼 때면 초록불, 빨간불을 한 번 찾아보며 어디로 날아가고 있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도록 하자. 다양한 색깔을 내기도 하고 깜빡거리기도 하며, 혹시나 주변에서 보고 있을 사람들한테 정보를 주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니까.

공돌이의 노트 #2 
항법등뿐만 아니라 비행기는 다양한 불빛을 사용한다. 야간에 항공기의 모습을 잘 드러내 주도록 꼬리날개를 비추는 로고 라이트(Logo light), 위치를 알리고 충돌을 방지하는 점멸등(Strobe light), 이착륙 시 켜지는 착륙등(Landing light)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아, 그리고! 사진을 보고 퀴즈를 풀며 오늘의 글을 마무리해볼까 한다. 비행기의 궤적이 찍힌 사진이 있다. 이 비행기는 착륙한 걸까, 이륙한 걸까? 맞춰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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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Google CCL filtered, Jetphotos.net(Thiago Trevisan, Maxime Branchaud)

필자소개
임재한

항상 뭔가에 푹 빠져 사는 스타일. 중학생 시절 비행기의 매력에 빠져 지금은 항공우주공학과까지 재학 중이다. 비행과 관련된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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