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백에 담긴 건 용기였다
쇼핑백에 담긴 건 용기였다
2017.06.28 16:01 by 정원우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지 말라’는 말이 있다. 참 듣기 싫은 말 중 하나다. 사람들이 엉켜 사는 세상에서 사람을 못 믿으면 뭘 하겠나. 그런데 참 순진했던 것 같다. 한 번, 두 번 사람에 의한 상처가 반복되다 보니, 옛 말 틀린 거 없다는 말이 실감된다. 그렇다. 우린 참으로 많은 관계 속에서 살고 있지 않은가. 단순한 친목 관계부터 업무로 얽힌 관계까지… 우린 언제나 상처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의심은 아니더라도 조심할 필요는 있어 뵌다. 비록 내 잘못이 아니어도 상심은 결국 내 몫이기 때문에.

믿는 것이 내 몫이듯, 상처받는 것도 결국 나의 몫이다.(사진: Nestor Rizhniak/shutterstock.com)

요새는 ‘(뒤)통수 맞는다’라고 표현하더라. 오늘 소개할 이 소녀도 소위 ‘통수를 맞아’ 큰 곤욕을 치러야 했다. 어릴 적부터 무엇이든 뚝딱 만들어냈던, 그래서 발명가를 꿈꿨던 미국의 한 소녀. 마거릿 나이트(1838~1914) 얘기다. 그녀는 어린 나이에 동네 옷감 공장에서 일을 시작한다. 당시 옷감 공장은 크고 위협적이던 기계들이 즐비한 차가운 공간이었다. 그만큼 기계로 인한 안전사고도 빈번했다. 동료들의 부상이 안타까웠던 그녀는, 재능을 살려 배틀 안전 장치를 개발했지만, 어리다는 이유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특허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여성에 대한 성차별이 유독 심했던 시기. 하지만 그런 시대의 부조리도 새 역사를 쓰고자 하는 그녀의 열정은 막지 못했다. 1868년, 종이 백 공장에서 일하던 도중 또 다른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당시 공장에선 서류를 넣을 수 있는 정도의 종이 봉투를 만들었는데, 바닥이 사각형인 종이 봉투가 있으면 더 큰 물건도 거뜬히 담을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거 없었으면, 쇼핑의 즐거움도 반감될 걸.(사진:tuninguguy/shutterstock.com)

지금 생각해 보면, 별것 아닌 발상이지만 원래 발명의 시작은 작은 관심의 차이에서부터다. 어쨌든 그녀는 목재를 사용해 프로토 타입을 제작하고, 실제 시안을 만들어 보기 위해 설계도를 들고 공장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공장엔 사람들이 있었다. 늘 그렇듯 문제의 발단은 언제나 사람이다. 아이디어 도둑에게 딱 걸린 것. 해당 공장의 직원이 설계도면을 훔쳐 특허를 등록해버린다. 분노한 마거릿은 소송을 제기한다. 하지만 아이디어 도둑은 별로 개의치 않았다. 당시 만연했던 성차별 풍조를 감안하면, 마거릿에게 승산 따윈 없었기 때문이다. 역시나 소송 초기엔 도둑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세상은 항상 변한다. 1873년, 결국 법원은 결정을 번복해 마거릿의 특허권을 인정했고, 그녀는 특허와 함께 '미국 최초의 특허 여성'의 지위까지 손에 넣었다. 이후에도 그녀는 바비큐 꼬챙이, 창문틀 등 27개의 특허를 얻었고, ‘여자 에디슨’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덕분에 빅토리아 여왕으로부터 ‘왕실 명예 메달’을 수여 받기도 했다.

그녀는 부자, 특허부자(사진: vchal/shutterstock.com)

사람을 함부로 믿었다가 고생했던 마거릿 나이트. 하지만 결국 이겨냈고 꿋꿋하게 본인의 길을 걸었다. 상처 입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용기. 편견이라는 거친 바람이 불어와도 밀고 나갈 수 있는 의지. 이젠 쇼핑을 할 때마다, 바비큐를 먹을 때마다, 창문을 열 때마다 생각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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