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꼬리날개는 광고판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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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3 14:00 by 임재한

비행기를 비행기로 만들어주는 가장 중요한 부품은? 당연히 '날개'다. 뭐니뭐니해도 비행기만의 전유물이니까. 비행기의 양옆으로 나와 있는 한 쌍의 커다란 주날개는 육중한 무게를 하늘로 들어 올리는 힘의 근원이다. 그런데, 우리가 대견하게 바라보는 주날개 말고도 '날개'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부품이 또 있다. 바로 비행기 꼬리 부분에 달려 있는 세 개의 비교적 작은 날개들, '꼬리날개' 되시겠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조금은 의아하다. 넓이로 보나, 두께로 보나, 우리를 하늘에 띄워주는 일은 주날개가 대부분 해내는 것으로 보인다. 주날개야 비행기를 날린다지만, 꼬리날개는 비행기를 들어주지도 않으면서 당당하게 '날개'라는 이름까지 쓰고 있다. '꼬리지느러미'도 아니고 말이다. 게다가 크기가 작은 것도 아니라 무게도 꽤 나갈 것 같은데… 그럼에도 모든 비행기는 로고까지 그려진 널따란 꼬리날개를 자랑스럽게 내보이고 있다.

이 녀석 무슨 일을 하는 건지 살펴봐야겠다. 오늘은 꼬리날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광고 수익…?

 

비행기와 다트의 공통점
꼬리날개와 안정성

재밌는 상상을 하나 해보자. 꼬리날개만 보기 위해 비행기의 주날개를 없애보면 어떤 모양이 될까? 원통형의 동체와 꼬리날개만 안쓰럽게 남은 모습이 상상될 것이다. 기다란 알루미늄 깡통에, 지느러미가 3개 붙어있는 모양새가 딱 잡아서 던지기 좋게 생겼다. 꼬리에는 지느러미 같은 것이 있고, 잡아서 던지기 좋게 생긴 그 무엇... 연상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다트!

날개만 달면 비행기다!! (억지)

그러고 보니 비행기에서 날개만 떼어내니 다트와 많이 닮았다. 다트에 주날개만 달아주면 비행기가 되는 것이랄까? 여기서, 다트의 깃은 다트가 앞으로 똑바로 나아가게 하는 역할을 한다. 조금이라도 방향이 비틀어지면, 꼬리지느러미가 공기와 부딪히며 원상태로 돌아오는 힘을 만들어내는 것인데, 조금은 기우뚱거릴 수는 있어도, 오뚝이마냥 화살은 앞쪽을 꾸준히 바라보며 나아가게 된다.

자동차나 기차는 땅과 접촉하는 '바퀴'가 있고, 이 바퀴가 바라보는 방향을 따라 움직이게 된다. 하지만, 하늘에 떠 있는 물건은 '앞'이라는 방향성을 갖고 있을 이유가 없다. 우리가 돌을 던지면 빙글빙글 돌면서 날아가는 것이 더 자연스럽듯이. 그러나, 우리가 타는 비행기가 돌멩이처럼 방향성 없이 어지럽게 빙글빙글 돌며 날아가는 것을 상상하자니, 끔찍하다.

이때, 공중에 떠 있는 비행기가 특정 방향성을 갖도록 해주는 것이 바로 꼬리날개다. 꼬리날개는 공기의 흐름을 받아내면서 동체 뒤쪽을 꽉 잡고 비행기의 방향을 유지한다. 풍향계를 떠올리면 된다. 비행기는 위아래, 좌우 어디로든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위아래 방향의 흔들림은 옆으로 누운 수평 꼬리 날개가, 좌우 방향으로의 흔들림은 위로 솟은 수직 꼬리 날개가 잡아주게 된다. 

한 마디로, 비행기는 날개 달린 초대형 다트인 셈이다.

꼬리날개는 비행기가 '앞'으로 나아가게 해준다.

이처럼 비행기의 자세를 유지시켜주는 특성을 '안정성'이라고 한다. 꼬리 날개가 넓어질수록 안정성은 더 커지게 되며, 이 말인즉슨 난기류 등으로 인한 방해에도 비행기의 자세가 빠르게 회복된단 얘기다. 하지만 날개가 커질수록 무게가 증가하고 공기저항도 커지기 때문에 공학자들은 비행기의 무게, 동체의 길이 등을 고려하여 적당한 꼬리날개의 모양과 크기를 찾아낸다.

하늘에 떠 있는 모든 비행기들이 돌멩이 마냥 빙글빙글 돌지 않고 항상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꼬리날개에 있다. 어쩌면 비행기가 앞으로 가는 것이 사실은 그렇게 당연한 일은 아니었던 걸지도.

공돌이의 노트 #1 - 꼬리날개의 본명
사실 '꼬리날개'는 별칭일 뿐 본명은 따로 있다. 꼬리날개의 정식 명칭은 'Stabilizer(안정판)'이다. 비행기의 진행 방향을 '안정'시켜주는 역할을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꼬리날개를 움직여보자
꼬리날개와 조종

'앞'쪽을 결정한다는 말을 조금 더 곱씹어보면 또 다른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 만약 꼬리날개의 모양이 조금 변한다면? 비행기의 '앞쪽'의 방향이 바뀔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흠, 비행기가 바라보는 방향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말이니까, 아하! 꼬리날개로 비행기의 조종이 가능하다는 뜻이 된다. 그렇다! 실제로 비행기의 머리(기수)가 바라보는 방향을 조종하는 조종면은 모두 꼬리날개에 있다. 꼬리날개 뒤쪽에 달린 조종면들이 좌우로, 위아래로 열심히 파닥거리며 조종사의 명령대로 기수를 위아래로, 좌우로 움직인다.

착륙 중인 비행기. 보이지 않아서 그렇지, 사실 꼬리날개는 굉장히 바쁘다.

비행기를 바라보는 우리의 눈엔, 꼬리날개의 활약상이 잘 보이지 않는다. 게이트를 통해 타고 내리는 순간에는 꼬리 쪽에 덩그러니 매달려있을 뿐이고, 정작 활약하는 비행 중에는 볼 수 없기 때문. 하지만, 꼬리날개는 그 존재만으로도 비행기의 진행방향을 잡아주고 있었고, 뒷면의 조종면을 통해 비행기를 콘트롤하고 있었다.

흠. 꽤 대견한 녀석이었다. 이 정도라면 '날개'라는 타이틀을 기꺼이 인정해주고 싶다.

자, 지금까지 대견한 우리 꼬리 날개님의 활약상을 알아보았다. 하지만, 이렇게 마무리하기에는 조금 아쉬운 감이 있다. 기왕에 여기까지 읽은 것, 비행기의 안정성과 관련된 몇 가지 이야기를 더 알아가면 좋지 않을까? 항상 비행기 띄우는 이야기만 많이 들었지, 조종하는 이야기는 자주 접하지 못하니까.

모든 이야기의 시작점은 질문이다.

꼬리날개의 이름 자체에 질문을 던져보자.

왜 꼭 '꼬리' 날개여야만 할까?

'머리' 날개가 아닌 이유
정적 안정성(Static Stability)

 

이야기를 진행하기 전에, 주변에 보이는 볼펜을 하나 가져와 실험을 해보자.

자, 우리의 목표는 이 볼펜을 똑바로 서게 만드는 것이다. 첫 번째 방법은 볼펜의 아랫부분을 손가락으로 받치고 펜을 세우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조금 치사해 보이긴 하지만, 볼펜의 위쪽 끝을 잡고 볼펜을 아래로 드리우는 것이다. 자, 어느 경우가 볼펜을 세우기 더 쉬울까? 당연히, 볼펜의 위쪽을 잡는 경우일 것이다. 윗부분을 잡으면 가만히 있어도 펜이 알아서 똑바로 서게 되지만, 펜의 아랫부분을 받치고 세우려면 손이 매우 바쁘게 움직여야 간신히 균형을 잡을 수 있고, 그마저도 오래가지 않아 넘어지기 일쑤다.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볼펜의 위를 잡은 경우, 펜이 똑바로 서는 위치에서 조금 벗어나더라도 제자리로 돌아오려는 성질이 있다. 반면 볼펜의 아래를 받친 경우, 볼펜이 똑바로 선 자세에서 조금만 벗어나더라도 바로 넘어지는 쪽으로 움직이게 된다. 그렇다, 둘의 차이는 원래 상태로 회복하려는 성질의 여부인 것이다. 이렇게 안정된 상태로 회복하려는 성질을 좀 있어 보이는 전문용어로 '정적 안정성(Static Stability)'이라고 한다. 

전문용어를 한 개(+1) 습득했습니다.

꼬리날개의 위치가 정해진 것은 볼펜 세우기 문제와 비슷하다.

 

꼬리날개와 머리날개의 차이는 볼펜의 위를 잡느냐, 아래를 받치냐의 문제와 정확히 같다. 어떻게 같냐고? 자, 상상 실험을 하나 더 해보자.

여러분은 달리는 차창 밖으로 부채를 내밀고 있다. 부채를 공기의 흐름에 맡기면 부채는 자연스럽게 달리는 방향의 반대쪽으로 돌아갈 것이다. 부채를 쥐는 손이 부채보다 앞에 가 있는 모양새. 이때는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부채는 손 뒤쪽에 자리를 잡고 잘 누워있을 것이다. 즉, 정적 안정성이 있는 상태다. 반대로, 이번에는 부채를 손 앞쪽으로 오게 눕혀보자. 부채의 자세를 유지하는 게 쉬운가? 부채가 조금만 들려도 부채는 강하게 뒤집어지려고 할 것이다. 즉, 정적 안정성이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손은 비행기의 무게중심을 상징한다. 비행기의 무게중심은 대략 비행기의 주날개 근처에 있다. 그렇다면, 부채가 손보다 앞에 있는 모습은 머리날개를, 부채가 손보다 뒤에 있는 상황은 꼬리날개를 나타낸다. 이제 왜 머리날개가 아니라 꼬리날개인 것인지 이해가 될 것이다. 꼬리날개는 비행기의 자세를 안정적으로 유지시켜주지만, 머리날개는 정반대로, 오히려 매우 불안정하게 만들어버리니까.

꼬리날개가, 꼬리에 있는 이유다.

공돌이의 노트 #2
정적 안정성? 그럼 동적 안정성이란 말도 있는건가? 얍, 있다! 동적 안정성(Dynamic Stability)은 시간이 흐르면서 원상태로 수렴하는지를 본다. 원상태로 회복하려는 경향(정적 안정성)이 있어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흔들리는 폭이 점점 더 커지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동적 안정성은 없다고 표현하는데, 이 글에서 다루기에는 무리가 있으니, 더 깊이 다뤄보고 싶다면 댓글로 얘기를 해보자!

불안정성의 또 다른 이름
민첩성

비행기가 불안정한 것은 좋을 것 하나 없어 보이지만, 이 불안정성도 백번 좋게 말하면 '민첩성'이라는 이름으로 둔갑한다. 비행기 중에는 이 민첩함을 중요하게 여기는 부류가 있다. 바로 전투기!

뭐… 사실 볼펜을 손으로 받쳐서 세우는 것이나, 부채를 바람에 정면으로 부딪치게 하면서 균형을 잡는 것이나, 신들린 손재주만 있다면 꼭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실제로 몇몇 전투기들은 편안한 안정성보다 신들린 손재주를 택해 적재적소에 불안정성을 사용하는, 위험하지만 효과적인 전략을 택했다. 즉, 실제로 머리날개를 달고 있는 전투기가 있는 것인데, 이런 머리날개를 '카나드 날개(Carnard wing)'라고 한다.

불안정성은 다른 말로 민첩성이다. 카나드 날개를 사용하는 프랑스의 라팔 전투기.

문제는 이 '신들린 손재주'다. 자동차에서 부채를 잡고 있는 것도 어려워하는 사람인데, 그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나는 전투기의 카나드 날개를 사람의 감각으로 조종하려면 세 번 정도 신들려야 될까말까 싶다. 그래서 카나드 날개는 사람보다 훨씬 민첩한 컴퓨터가 제어하는 것이 보통이다. 즉, 컴퓨터로 비행기를 조종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불안정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도전적인 비행기들이 본격적으로 날아다닐 수 있게 된 것이다.

카나드 날개를 사용하는 것은 비행기를 민첩하게 하는 것은 물론 연비도 상당히 향상시키는 등 여러 장점들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런 비행기들을 안정적으로 날리는 것은 비행 내내 서커스를 하는 것과 같으니 굉장히 바쁘고 한편으로는 위험하다. 때문에 안전을 특히나 중요시 여기는 여객기는 여러 이점을 포기하고 꾸준히 꼬리날개를 고집하고 있다.

공돌이의 노트 #3
지금도 하늘을 누비는 많은 전투기들이 불안정성을 활용하기 위해 정적 안정성이 없도록 설계된다. 카나드 날개를 단 전투기는 물론이고, 꼬리날개를 달고 있음에도 정적 안정성이 없는 전투기가 있는데, 우리나라의 주력 전투기인 F-16이 대표적인 예다. 심지어, 미국의 폭격기인 B-2는 꼬리날개가 아예 없는 설계를 택해 매우 불안정하지만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는다는 이점을 얻게 되었다.

아예 주날개만 덩그러니 달고 날아다니는 비행기도 있다. 미국의 B-2 폭격기.

라이트 형제는 처음으로 하늘을 난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들 전에도 하늘을 날았던 사람들은 있었다. 그럼에도 라이트 형제가 비행의 아버지로 이름을 남기게 된 이유는 하나다. 바로 라이트 형제가 최초의 '조종 가능한 동력 비행'을 했기 때문.

이 사실은 단순히 날아오르는 것만은 비행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날아오른 후에도 지속적으로 하늘에 떠 있을 수 있어야 진정한 비행으로 인정된다. 엔진이 원동력을 제공하고 주날개가 육중한 무게를 들어 올릴 때, 항공기의 후미에는 '궁극적인 비행'을 가능케 하는 꼬리날개가 있다.

어쩌면, 비행기를 비행기로 만들어주는 가장 중요한 부품은 꼬리날개일지도.

참고 영상:

바쁘게 움직이는 꼬리날개. 1분 4초부터 감상!

 

비행기를 드는 것도 일이지만, 움직이는 것도 일이다.

/사진: Jetphotos (Jazon.C, Mason Wong), Wikipedia Commons

필자소개
임재한

항상 뭔가에 푹 빠져 사는 스타일. 중학생 시절 비행기의 매력에 빠져 지금은 항공우주공학과까지 재학 중이다. 비행과 관련된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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