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는 달고 과즙이 많은 과일을 최고로 친다지만, 나는 가끔씩 부러 단단하고 침이 흐를 정도로 신 과일들을 애타게 찾아 헤맨다. 그런 날에는 집어온 과일이 달콤하고, 부드러울수록 실망도 크다. 취향의 문제라고 하기는 어렵고, 식사에 얹어 내기에 소위 ‘맛있는’ 과일들은 불에 익혀서 함께 내었을 때 흐물흐물해지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신 과일들을 찾아보지만, ‘맛있는’ 과일들만 즐비한 진열대에서 그런 과일들을 찾아내기가 쉽지는 않다. 아마도 보관이 용이하고, 과일은 생식하는 후식으로만 취급당하는 상황에서 많은 사람이 찾는 품종들만 살아남은 결과일 것이다.
사과 중에 ‘홍옥’이라는 품종이 있다. 겉은 새빨갛고, 속은 새하얀 데다 한 입 베어 물면 상쾌하게 아자작 하고 씹히는 데다가 새콤한 과즙이 잔뜩인 품종인데 요새는 사과가 특선인 고장의 가판대에서야 겨우 ‘옛날 사과’라는 이름으로 팔린다. 흔히 아는 아오리는 원래 ‘쓰가루’라는 일본 품종으로 사실은 빨갛게 익혀 먹는 사과인데도 풋사과로만 시장에 나온다. 여름이니 복숭아 이야기를 하자면 백도 황도 천도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도 수도 없이 품종이 나뉜다. 천도 중에도 썬프레라는 천도는 시고 단단한 것이 특징이고, 신비라는 천도는 백도와 유사할 정도로 부드럽고 달달한 맛이 특징이다. 어느 시인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했다. 과일들의 이름을 불러주자. 그러면 그들은 반드시 내 식탁으로 와서 즐거움이 되어줄 테니.
Today's Special
복숭아 처트니
재료 작은 천도복숭아 4 알 설탕 6-8큰 술 계피가루 1/4 작은 술 넛멕(육두구) 한 꼬집 카이옌 페퍼 가루 한 꼬집 정향(클로브) 2 알 팔각 두 알 화이트와인 식초 5큰 술 화이트 와인 한 컵 레몬즙 3 큰 술 |
레시피 1. 천도복숭아는 껍질을 벗기고 잘게 썬다. 2. 잘게 썬 천도복숭아와 설탕, 식초, 와인을 팬에 넣고 중불에서 저어가며 끓여준다. TIP 설탕은 2/3 정도를 넣어준 후, 맛을 봐가며 더해주는 것이 좋다. 잼보다는 덜 단 정도가 좋다. 3. 끓기 시작하면 중약불로 줄이고, 카이옌 페퍼를 제외한 향신재료들을 넣고 약불에서 서서히 졸여준다. 4. 액체가 졸아서 끈적해지고, 단단한 복숭아 과육이 남지 않게 되면 고춧가루와 레몬즙을 넣고 마지막으로 졸여준다. 5. 소독한 병에 담아 두었다가 카레에 약간 첨가하거나, 구운 돼지고기에 곁들어내면 좋다. |
/사진: 이지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