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태어난 순간부터 죽기 위해 살아간다. 강아지도 마찬가지다. 생명체로 태어난 이상 늙어가는 건 자연의 섭리다. 하지만 받아들이기 힘든 게 사실이다. 영원히 젊을 때의 모습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 13년째 키우고 있는 반려견 ‘산초’를 보면서 든 생각이다.
개와 사람의 연령환산표(기준)
노령견의 기준
일단 척추가 굽었다. 마치 낙타의 혹을 달고 있는 것 같다. 척추가 휘면서 골반도 벌어졌다. 그래서 걸을 때 뒷다리를 질질 끌고 다닌다. 사실 산초는 원래 한쪽 다리가 불편했다. 태어날 때부터 관절 하나가 없었다고 한다. 걷는 모습을 보면 마치 농구공이 튀듯 통통거린다. 나이가 들어선 그 고생이 더하다.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보니 ‘척추측만증’이란다. 대체로 수술을 하거나 보조기를 끼는 것으로 치료한다지만, 두 뼘밖에 되지 않는 산초가 그런 힘든 과정을 견뎌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노령견이 자주 걸리는 질병
백내장 |
눈의 수정체가 흐려져 시력이 저하됨. 움직임이 어색하거나 반응이 둔화됨. |
당뇨병 |
6세 이상부터 위험. 물을 많이 마시고, 먹어도 마르는 것 같다면 위험신호. |
치주 질환 |
밥 먹기 힘들어 하거나 구취가 심하다면 의심. |
승모판 폐쇄부전 |
소형 고령견의 사인(死因) 1위의 심장병 |
유선 종양 |
복부나 유방 주위에 멍울이 생김. 악성으로 번지면 유방암이 됨. |
심근증 |
심장 관련 질환, 대형견일수록, 고령일수록 발병확률 증가. |
만성 신부전 |
신장 기능이 저하되며, 식욕도 기운도 없어지는 위험한 질병. |
치매 |
12세 전후부터 발견. 밤에 울거나, 방안을 배회하는 등의 증상 |
혹시 교정기 낀 강아지를 본 적 있는가. 사람처럼 개도 교정을 한단다. 산초에게도 필요한 것일까. 산초는 어릴 때부터 이빨의 수가 많지 않았고, 부정교합도 심했다. 치아 관리를 제대로 못 해준 주인 탓이다. 씹는 게 불편했는지 사료를 주면 제대로 씹지 않고 삼키기 일쑤였다. 나이가 들어 그나마 있던 이가 빠져버리자 상황은 더욱 심해졌다. 소화가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얼마 전에는 밥을 먹다가 갑자기 구토를 하며 쓰러지기도 했다. 나이가 들면서 소화기관은 약해지고, 이빨도 얼마 남지 않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식욕은 그대로다. 그날의 구토 사건 이후 사료를 물에 불려주기도 하고, 두부를 삶아주기도 한다.
어릴 때부터 강아지들을 키워왔지만, 산초 같은 노령견을 키운 적은 없었다. 그래서 개가 늙으면 어떤 변화를 보이는지 잘 몰랐다. 그저 ‘기력이 약해지는 정도겠지’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개도 사람과 똑같았다. 여기저기 검버섯이 피고 심지어 흰머리도 났다.
한 번은 엄마와 산초를 데리고 인근 공원에서 산책했다. 색색이 핀 장미를 구경하는 산초의 모습이 귀여워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우리만 보기 아까운 사진이라 후배에게 보여줬는데, 후배가 “언니, 산초도 흰머리 나네요?”라는 것이 아닌가. 등잔 밑이 어둡다고, 난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흰머리는 물론 검버섯도 있더라. 흡사 ‘달마시안’처럼 곳곳에 말이다.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뭔가 우습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고.
여기서 주의할 것! 반려견의 노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겼다고 믿었던 검버섯이 사실은 피부질환일 수도 있다. 확신이 들지 않으면 지체 없이 병원으로 찾아가는 게 좋다. 반려견의 피부병은 개도 주인도 괴로운 일이다. 개를 키우는, 특히 나이든 개를 키우는 사람들은 병원과 친해져야 한다.
이십 대에 불과한 내가 70대(사람 나이 기준)의 개를 키우는 건 힘든 일이다. 순수하게 나이만 생각하면 ‘키우는’ 것보단 ‘모시는’ 게 맞는 표현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어설픈 게 많다. 하지만 산초를 돌보면서 나 스스로 조금씩 성장하고 있단 걸 느낀다. 책임감이 생기며, 조금 더 전문적인 공부도 하게 된다. 어쩌면 이를 통해 간접적인 육아 경험을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노령견 산초와 20대 초보 엄마의 고군분투 육아 일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사진: 안혜진, 표 출처: 『내 강아지를 위한 질병사전』 코구레 노리오 저 | 강현정 역 | 작은책방 | 2014.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