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증 걸린 중국인, 광팡즈를 아시나요
노출증 걸린 중국인, 광팡즈를 아시나요
노출증 걸린 중국인, 광팡즈를 아시나요
2017.07.28 17:11 by 제인린(Jane lin)

한여름이면 웃옷을 훌렁훌렁 들추거나 아예 상의를 탈의한 채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 중국에선 많이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이들을 가리키는 신조어도 생겼다는데요. ‘광팡즈(光膀子)’, 일명 ‘백색 오염군’이라 하죠. 아무리 덥다 하더라도 남들 시선 의식하지 않고 ‘자연인’이 되는 중국인들의 속사정, 이유나 한번 들어볼까요?

(사진:racorn/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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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시선 

한국인 A씨(여‧32)는 올여름 처음 중국을 찾았습니다. 그녀는 긴 휴가를 이용해 중국 베이징 곳곳을 탐구하며 다니고 싶어 하는 나 홀로 여행객이었죠. 여행 첫날 그녀는 필자가 거주하는 야윈춘 일대의 유명 호텔에 숙소를 잡았죠. 그리곤 줄곧 대중교통을 타고 자유로이 뚜벅이 여행을 지속했습니다.

그녀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베이징 대중교통 시스템 덕분입니다. 한국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완벽하게 구축되어 있어 초보 여행자들에게 훌륭한 여행 도우미가 되죠.

실제로 베이징은 올 초 개통된 16호선까지 총 16개 노선이 촘촘하게 지하철망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더불어 시원한 냉방 시설과 쾌적한 디자인은 중국이라면 으레 누추할 것으로 예측했던 A씨의 편견을 한 번에 날려버리는 계기가 됐죠.

그런데, 단 한 가지 그녀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웃옷을 벗고 다니는 남성들이었던 거죠.

“내가 남탕(男湯)에 들어와 있나 싶을 정도로 단출한 하의만 걸친 남성 한 무리가 있었다. 차마 눈을 둘 곳이 없어 옆 칸으로 이동했으나, 그곳에도 반라의 남성들이 즐비했다. 심지어 호텔 인근의 프랜차이즈 햄버거집에서조차 반라의 남성들이 줄지어 입장하는 것을 보고 무작정 그곳을 뛰쳐나왔다”

그녀가 혀를 내두르며 말했습니다. 웃옷을 벗은 반라의 남성들은 도대체 정체가 뭘까요?

(사진:웨이보(微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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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시선

필자는 중국으로 오기 전에 한국에서 취재기자로 일했습니다. 주로 중국 관련한 인터뷰를 진행하는 업무를 담당했었죠.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르는 한 인터뷰이가 있습니다. 서울의 모 대학 교환 교수로 온 베이징대학교 광화관리학원장이었습니다. 그는 중국에서 소위 제일 ‘잘 나간다’는 대학의 경영전문대학원 MBA 과정을 총괄했죠. 인터뷰는 오찬을 함께하는 형식으로 진행됐고요.

인터뷰 내용도 인상적이었지만, 몇 해가 지난 지금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인터뷰 시에 그가 착용한 옷차림이었습니다. 보통 인터뷰 시에는 사진촬영도 함께 진행되기 때문에, 수려한 정장 차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의 직급 정도라면 으레 기자 보란 듯이 고급 승용차와 운전기사를 대동해 나타날 법했죠. 하지만 그날 그가 보여준 행적은 파격적이었습니다. 그는 유명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ADIDAS)’ 영문 글자가 한두 개 틀린 모조품을, 그것도 목이 길게 늘어난 해진 티셔츠를 상의로 걸쳤죠. 또한, 족히 5년 이상은 입었을 것으로 보이는 바지의 기장 끝부분은 헤지고 터져 있었고, 밝은 베이지색 톤의 면바지가 먼지를 잔뜩 머금은 운동화와 조화를 이루며 가위 장관을 이루었습니다.

당시 필자의 머리에 먼저 떠오른 생각은 ‘저 옷차림으로는 절대 미디어에 실을 수 있는 사진을 건질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당시 인터뷰 때 사진 촬영을 진행하지 못했지요. 결국, 이후 대학 측에 따로 요청해 그들이 소지하고 있던 개인 사진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필자에게는 그의 패션 테러보다는 그가 말한 인터뷰 내용이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바람직한 인재상에 대한 그의 발언 일부를 인용해 보겠습니다.

“베이징 대학교에선 인재 선발 시 청년의 능력보다 인성에 중점을 둔다. 인성이 뒷받침되어야만 더 많은 학생들과 미래 인재를 위해 헌신할 수 있다.”

 

“쉽게 꾸밀 수 있는 겉모습보다는 내면의 성숙도가 더 중요하다. 내면은 한참을 두고 갈고 닦아야 아름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중국에서는 ‘의식주(衣食住)’라는 말 대신 ‘식주의(食住衣)’라는 말이 더 널리 통용됩니다. 우리의 무의식 속에는 누군가가 ‘사는 집이 어디냐’ 보다는 ‘먹는 것이 무엇이냐’가 더 중요하고, 그보다는 ‘어떤 옷을 입었느냐’가 더 중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의→식→주’라는 순서로 표기하는데, 신기하게도 중국에서는 ‘식→주→의’ 순서의 말이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것이죠.

전국 각 지역에서 상의를 탈의한 채 거리를 활보하는 ‘광팡즈’ 모습. (사진:웨이보(微博))

이들에게는 먹는 것이 첫 번째요, 사는 집이 두 번째며, 입는 옷은 가장 덜 중요한 마지막 항목으로 꼽힙니다. 때문에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부호들이 주로 거주한다고 알려진 부촌에 가서도 초라한 차림새의 중국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현지 한인들끼리 주고받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어떤 한 허름한 차림의 중국인이 일정을 마치고 갑자기 멀끔한 수입 고급 자동차를 타고 가더라는 것입니다. 옷차림만으로는 그가 소유한 부의 여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죠.

중국을 방문한 경험이 없는 이들은 베이징에서 ‘설마 그런 일이 있을까?’라고 반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은 오랜 세월 유교의 나라였고 특히 베이징은 문화와 예술이 혼재돼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역사의 도시로 알려졌기 때문이죠.

하지만 웃옷을 탈의하는 풍습은 말 그대로 그들만이 가진 의(衣) 생활일 수 있습니다. 19~20세기 미국 작품을 보면 일명 ‘쿨리’로 불렸던 중국계 미국인 노동자들은 대체로 웃옷을 벗은 반라의 상태로 그려져 있습니다. 꼭 그런 풍습이 아니더라도, 매년 7~8월 베이징의 평균 기온이 곧잘 40도를 넘는다는 점에서 그들의 이 같은 노출을 이해해줄 만도 합니다.

하지만, 웃옷을 벗고 거리를 활보하는 남성들의 존재에는 당혹스러움을 느끼는 건 당연합니다. 자주 부르는 택배기사님도 반라 패션(?)을 선호하시는데, 웃옷을 벗은 중국 남성이 여자 혼자 있는 작업실에 방문하면 반갑지 않을 뿐만 아니라, 더러는 불쾌함까지 느낍니다.

(사진:웨이보(微博))

특히 한여름 탈의한 중국인 남성들의 무리와 한 식당에서 밥을 먹는 것은 큰 고역이 아닐 수 없습니다. 웃옷 탈의 풍습을 목격한 경험이 전무한 외국인 여행자에겐 도무지 적응할 수 없는 그들만의 문화인 셈이죠.

최근 다수의 현지 유력 언론들은 그들을 가리켜 ‘광팡즈(光膀子)’로 지칭하고, 도심을 흐리는 ‘백색 오염군’으로 분류하는 등 수위 높은 비판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일부이긴 하지만, 지역 정부가 직접 나서 무료 티셔츠 배포 행사를 열기도 하죠. 조심스레 ‘광팡즈’ 스스로의 자각이 널리 확대되기를 바라봅니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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