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 도시의 즐거운 반전_ 벨라루스 이색 볼거리
무심한 도시의 즐거운 반전_ 벨라루스 이색 볼거리
2017.08.02 16:48 by 박경린

친구나 연인을 만나면 어쩔 수 없이 비슷한 패턴을 반복하게 된다. 맛집에 가거나 카페에서 수다를 떨거나 멀티플렉스에서 영화를 관람하거나. 최근 들어 전시회, 뮤지컬, 연극으로 선택의 폭이 넓어지긴 했지만 코스가 비슷비슷하긴 매한가지다. ‘이색 맛집’, ‘이색 데이트’, ‘이색 볼거리’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진 것도 그래서다.

(사진:antoniodiaz/shutterstock.com)

벨라루스에서 체험한, 아날로그 향기 물씬 풍기는 이색 공연들이 신선했던 이유다. 지금부터 친구, 연인과 색다른 체험을 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벨라루스의 인형극과 서커스를 소개한다.

어른들을 위한 인형놀이_ 인형극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 1965)’의 인형극 장면을 기억하는가. 주인공들이 부르는 요들송에 맞춰 섬세하게 움직이는 인형을 보면 어린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의 마음도 금세 사로잡힌다. 디지털 시대인 탓일까, 요즘 들어 이런 인형극은 영화의 한 장면으로나 겨우 만나 볼 수 있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중

벨라루스에서의 업무를 막 시작할 무렵, 많은 직원이 현지 먹거리와 이색 체험을 추천해줬다. 하나하나 열심히 듣던 와중 내 귀에 딱! 꽂힌 것 하나. 바로 인형극이다.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바로 인형극장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공연 시간표를 알아봤다.

처음으로 선택한 작품은 ‘빨간모자(Little Red Riding Hood)’였다. 러시아어 대사를 못 알아듣기 때문에 가급적 인형들의 움직임만으로 내용 파악할 수 있는 극을 골랐다. 이외에도 굉장히 다양한 작품이 있었다. 푸시킨의 연극을 옮겨 놓은 것도 있고, ‘말괄량이 삐삐’ 같이 만화 원작을 변환시킨 것도 있다. 가격은 한국 돈으로 2500원 정도.

첫 번째 포스터가 ‘빨간모자’ 인형극이다. (사진: http://www.puppet-minsk.com)

인형 극장에 일찍 도착하여 공연장 위층의 박물관을 들렀다. 인형의 관절을 실로 묶어 위에서 조정하는 인형극 또는 그 인형을 ‘마리오네트’라 부른다. 박물관에는 이런 인형들을 따로 모아 전시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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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은 마리오네트 연극으로 유명하다. 동유럽에 접해있는 벨라루스 역시 인형극이 많이 발달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국제 인형극 축제(International Festival of Puppet Theaters)’를 민스크에서 주최할 정도로 전 국민이 인형극에 조회가 깊다.

생애 처음 보게 된 인형극 ‘빨간 모자’. 손수 제작한 세트장에 손수 만든 인형들과 어린 관객들. 빨간 모자가 늑대를 만나자 조심하라고 소리치며 마음 졸이는 아이들의 모습이 마냥 귀엽고 순수해 보였다. 언어의 장벽 탓에 완벽히 이해는 못 했지만 인형극을 관람한 한 시간 동안, 내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이런 인형극이 벨라루스에선 다양한 연령대의 국민에게 골고루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보다 발전 속도는 더디지만, 한편으론 벨라루스 특유의 아날로그적 감수성 덕분에 이 나라 사람들의 순수함이 오래도록 지켜지게 아닐까 싶다.

인형극 무대. 공연 중간에는 촬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시작 전에만 한 컷 찍어두었다.

아직도 그런 걸 한다고?_ 서커스

벨라루스의 또 다른 자랑거리. 바로 서커스다. 90년대생인 나에게 서커스란 인형극과 더불어 책이나 영화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동물 학대’를 비판하는 의견 때문에 서커스 공연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라고 한다. 하지만 1884년부터 이어져 내려온 벨라루스의 서커스는 현재까지도 잘 보존되고 있다. “벨라루스는 수도 중심지에 서커스 공연장이 있는 유일한 나라”라고 말할 정도다. 그만큼 서커스는 벨라루스 사람들에게 ‘핫’한 놀거리이자 자랑거리이다.

서커스장 입구. 가족 단위로 온 사람들이 많았다

장엄한 모습으로 육중하게 자리 잡고 있는 서커스 공연장. 내부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팝콘이 튀기면서 나는 달콤한 냄새가 사람들을 반겨준다. 마치 우리가 영화 관람할 때처럼 벨라루스 사람들은 서커스 보러 들어가기 전에 팝콘을 준비한다. 달달한 간식이 서커스의 기분을 한껏 더 살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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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내부로 들어가면 가운데 원형 무대를 관중석이 둘러싸고 있다. 약 800명 정도 수용하는 매우 큰 규모의 공연장이었다. 내가 고른 서커스는 동물들보다는 무용수들이 중심이 되어 극을 이끌어 갔다. 이곳에서는 벨라루스 감독들이 기획한 서커스들도 다수 진행되며, ‘태양의 서커스’와 같은 해외 유명 서커스단의 초청공연도 열린다. 한 번 프로그램이 결정되면 약 3개월간 공연한다.

매혹적인 무용수들이 고난도 동작을 하는 서커스까지 관람하고 나니, 벨라루스가 유독 공연에 강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우리나라는 뮤지컬, 연극이 공연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벨라루스에서는 인형극, 서커스, 발레, 오페라, 합창단 공연 등 그 종류가 가지각색이다. 각자의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을 정도로 선택권이 훨씬 넓다.

겉으로 보기에 휑한 이 도시에 이토록 많은 즐거움이 꽉 차 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 이곳에 와서 보이는 대로 판단하면 안 된다는 간단한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는다.

 

/사진:박경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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