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선풍기가 폭발해 개가 불에 타 죽었다’는 뉴스를 접했다. 주인이 개가 더울까 봐 외출할 때 선풍기를 틀고 나간 게 원인이다. 견주의 한 사람으로, 개를 위하는 주인의 마음이 느껴져 안타깝고 씁쓸했다.
무더위가 심해지면서 개가 더위를 탈까 봐 걱정하는 애견인들이 많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안 그래도 산초는 몸에 열이 많은데 여름이 되면서 더욱 힘들어해 걱정이다. 잠시 걷다가 푹 쓰러져 방바닥에 뒹굴어버린다. 산책할 때도 마찬가지다. 5분만 걸어도 혀를 길게 쑥 내밀고 “헥헥-”거린다. 궁여지책으로 산책 시간까지 줄였다. 산책에 재미 붙인 지 얼마 안 됐는데, 방바닥에 축 늘어진 산초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2화 참고)
뜨거운 여름, 노령견의 산책은 어떻게? 온라인 카페, <강아지를 사랑하는 모임>에 따르면, 한여름 뜨거운 햇볕이 작열하는 시간을 피해 저녁에 산책을 시켜주면 좋다. 특히 7살이 넘은 노령견의 경우 뜨거운 햇볕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면 시력에 악영향을 주거나 백내장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런 경우 강아지용 선크림을 발라주는 게 좋다. (사진:Maria Sbytova/shutterstock.com) |
나는 산초가 여름을 잘 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했다. 일단 산책 시간대와 장소를 바꿨다. 해가 질 무렵인 6시에 산책을 하러 나가거나 집 안에서 걷도록 훈련시켰다. 동작이 조금 굼뜨다 싶으면, 거실에서 주방까지 간식으로 유인해 뛰도록 한다. 비록 신선한 공기를 맡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나름 운동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적어도 간식을 먹기 위해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 산초를 보고 있노라면 말이다.
강아지는 '찜질방'을 싫어해 영국 동물보호단체 Dogs Trust에 따르면 뜨거운 차 안의 개는 수 십분 안에 사망할 수 있다고 한다. 개를 혼자 집에 놔둘 때는 쾌적한 환경에 있을 수 있도록 창문을 열어 두어야한다. 주의할 점은 열린 창문으로 개가 혼자 밖으로 나가지 않게 안전장치를 해두는 것이다. 반려견을 차에 혼자 두어야 할 경우에도 에어컨을 켜놔야 한다. (사진: fongleon356 /shutterstock.com) |
산초는 요크셔테리어 종. 알다시피 장발이다. 그래서 여름이 되면 ‘삭발 의식’을 거행한다. 지속적으로 단모로 관리해주지 않으면 비듬이 생기기 쉽다. 이 사실을 몰랐을 땐 바닥에 닿을 정도로 털을 길러봤다. 하지만 노령견이 되면서 장모가 비듬보다 더위에 젬병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물론 핑크빛의 살결이 다 보일 정도로 빡빡 깎이진 않는다. <강아지를 사랑하는 모임>에 따르면 털을 짧게 자를수록 자외선에 노출되기 쉬워 강아지들의 피부가 자극을 받는다고 한다. 그로 인해 코나 배 쪽이 붉게 변하거나 탈모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 털을 깎는 과정에서 피부에 상처가 날 수도 있다.
동물조련사로 유명한 강형욱 훈련사는 강아지들이 삭발을 하면 ‘홍대 거리에서 3시간 동안 나체로 서 있는 기분’이 드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발 시 어느 정도의 털은 남겨 두어야 한다. 동물들에겐 더위도 더위지만 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산초의 경우, 털을 짧게 자른다고 잘라줬는데도 온도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잠시 안고 있었는데도 온몸이 ‘불덩이’ 같았다. 추운 겨울에는 체온을 나누기 위해 내 품에 파고들던 산초였다. 그런데 여름에는 사람의 체온이 싫어서인지 손으로 잡기만 해도 몸서리를 치며 도망간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SNS를 보니 강아지들도 여름철에 보양식을 먹어야 한단다. 보양식이라 해서 사람이 먹는 ‘삼계탕’과 같은 거창한 음식이 아니었다. 사과와 같은 과일로도 충분히 애완견의 건강을 챙겨줄 수 있다. 특히 수박은 수분이 많아 땀을 많이 흘린 강아지들에게 수분 보충용으로 제격이란다. 그래서 산초에게 수박을 잘라 밥그릇에 놓아줬다. 그랬더니 미친 듯이 달려와서 맛나게 씹어 먹었다. 눈에 눈물이 고인 걸 보면 어지간히 맛있었나 보다.
강아지에게 좋은 과일
(일러스트: Mushakesa/shutterstock.com, 표 출처: Trcanada) |
흔히 여름 태생들은 추위를 잘 타고, 겨울 태생들은 더위를 많이 먹는다고 한다. 산초는 9월생이라 그런지 유난히 더위에 약하다. 어쩌면 나이가 들어 더 그럴 수도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산초는 더위에 지쳐 방바닥에 쓰러져 있다. 지난해보다 무더위가 더 길 것이라고 하는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산초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길 바랄 뿐이다.
/사진: 안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