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없으면 생기는 일들…
바다가 없으면 생기는 일들…
2017.08.18 10:10 by 박경린

막바지로 치닫는 휴가 시즌. 한국 사람들은 ‘여름휴가’ 하면 반사적으로 바다를 떠올린다. 그러고 보니, 바다는 만병통치약 같다. 고즈넉이 보내고 싶어도 바다, 왁자지껄 놀고 싶어도 바다, 목적 없이 바람 좀 쐬러 갈래도 바다. 심지어 밥상에도 각종 생선류, 해산물이 자주 등장한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였기 때문이 아닐까?

벨라루스에는 바다가 없다. 생선이 가장 귀한 음식인 이유다. 하지만 바다가 없어 아쉬운 벨라루스 사람들을 위한 하늘의 선물이 있다. 약 1만 개의 호수와 2만 개의 강이다(An Interesting fact about Belarus: Rivers and Lakes).

벨라루스에는 약 1만 개의 호수와 2만 개의 강이 흐르고 있다.(사진: Mikkel Bigandt/shutterstock.com)
강변에서 햇살을 받으며 여유를 즐기는 벨라루스 사람들.(사진: BAHDANOVICH ALENA/shutterstock.com)

바다가 그리울 땐?

그중에서도 몇 개의 호수는 바다가 연상되는 큰 규모를 자랑한다. 벨라루스에서 두 번째로 큰 자슬라블(Zaslavl) 호수의 별명은 ‘민스크 바다’이다. 바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넓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 민스크에서 기차를 타고 20분이면 도착할 정도로 가깝다. 호수로 향하는 기차에는 벌써부터 들떠있는 사람들의 표정을 엿볼 수 있다. 바비큐 음식을 양손 가득 들고 서 있는 어른들, 물놀이용 장난감을 잔뜩 들고 있는 아이들. 그 모습은 마치 바다로 여름휴가를 떠나는 한국 사람들의 모습과 비슷했다. 그렇게 20분을 달려 도착한,

민스크 바다(минская море)!

속칭 ‘민스크 바다’, 누가 여길 호수로 생각하겠는가.(사진:박경린)

기차에서 내리니 호수가 드넓게 펼쳐져 있다. 벨라루스에 원래 바다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그 방대한 규모에 놀랐다. 해수욕장처럼 모래사장도 있어 누워있는 사람들도 많다. 수영하는 사람들, 바비큐 구워 먹는 사람들, 뜨거운 햇살 아래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호숫가에는 한적한 주말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현지 친구는 “길게 휴가를 떠나지 못하지만 일상으로부터 도피하고 싶을 때 찾는 곳”이라고 한다.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 옆에는 낚시하는 사람들 무리도 있었다. 곁에 가서 물어보니 호수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물고기는 도미, 퍼치(농어류의 민물고기), 잉어 부류라고 한다. 이 호수를 말고도, 많은 호수와 강에서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을 종종 목격하곤 한다.

강에서 낚시를 즐기는 벨라루스 사람들. (사진: wwwarjag/shutterstock.com)

사실 이곳은 자연적으로 생긴 호수가 아니다. 1956년 만들어진 저수지로, 민스크 중심에 흐르는 스비슬라치(Svislach)강이 불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저수지 이외에도 많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민스크 시내 Svislach 강 전경의 모습. (사진: Alexey Pevnev/shutterstock.com)

해산물이 그리울 땐?

바다가 없어 물놀이를 못 한다는 아쉬움은 호수로 달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그렇다면 해산물을 못 먹는 아쉬움은?

물론 먹을 순 있다. 거의 다 수입이긴 하지만. 폴란드 국경에 근접한 지역에 해산물 수입공장이 있는데, 매해 1500만 달러 상당의 인도 해산물을 수입한다.

벨라루스에서는 얼마나 귀한 음식인지 초밥집에 가면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초밥은 밥 위에 회가 얹어져 있는 음식 아니던가? 당연히 세상의 모든 스시는 다 그렇게 생겼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벨라루스의 스시는 조금 달랐다. 어느 직원이 점심에 초밥 파티를 하자며 세팅을 했는데, 테이블에 웬 놓여있는 건 영락없는 김밥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김밥 모양의 스시들. 감질 맛나게 들어가 있는 회를 맛보는 것으로 만족한다.(사진:박경린)

초밥의 핵심은 당연히 회 일터. 하지만 회가 귀한 벨라루스에선 김밥 안에 회를 조각조각 쟁여 넣는 것이 최선인 듯했다. 초밥 롤 안에 수줍게 자리 잡고 있는 연어조각과 부드러운 크림치즈로 아쉬운 마음을 달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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