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가능성은 끝이 없다
게임의 가능성은 끝이 없다
2017.09.07 18:07 by 송희원

스타트업캠퍼스가 주최하고 더퍼스트미디어가 주관한 ‘스타트업CEO를 만나다’ 그 첫 번째 행사가 지난 1일 판교 스타트업캠퍼스에서 열렸다. 스타트업을 꿈꾸는 창업가 후배들은 자신들에 앞서 스타트업의 길을 간 선배 CEO를 만나 실질적인 조언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강연을 듣기 위해 모인 60여 명의 예비 창업가들

“XX 게임 해보신 분? OO 게임 해보신 분?”

시작부터 친숙한 게임 이름들로 단번에 집중도를 끌어올린 박비 대표는 소셜벤처 ‘모두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대표다.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듯 그 스스로부터가 열혈 게이머다.

‘모두다’는 ‘게임에는 장애가 없다’는 모토로 설립됐다. 게임이 가진 가능성을 탐구하고 확산시켜 세상이 보다 더 풍요로워질 수 있도록 기여한다는 게 이들이 추구하는 지향점이다.

그 일환으로 모두다는 발달장애인과 세상의 거리를 좁히는 일부터 시작했다. 현재 홍대와 서울숲 두 곳에서 게임카페를 운영 중이다. 모두다 직원 중 절반 이상이 발달 장애를 가진 사람들로 손님들에게 게임을 골라주고 알려주는 ‘게임마스터’ 역할을 맡는다. 이들은 비장애인 직원과 함께 공간 운영 또한 책임지고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게임 공간을 운영하며 장애인에게는 사회성 함양의 기회를, 비장애인에게는 장애 인식 개선과 소통의 기회를 동시에 제공하는 것이다.

모두다 게임공간 홍대점 (사진: 모두다 홈페이지)

“장애인을 고용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그들이 실수할까 봐 하나부터 열 가지 억압하고 관리해요. 모두다는 수평적인 조직이고, 장애를 가진 직원을 관리하거나 훈육하지 않아요.”

박 대표는 대기업 게임사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4년간 일했고 중소게임 개발사를 지원하는 게임인재단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던 중 한 장애인을 돕는 봉사활동에서 게임을 발달 장애인 치료에 접목하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후 회사를 그만둔 뒤 29세의 나이로 소셜벤처 대표가 됐다. 2015년 'JP모간 청년사회혁신가 인큐베이팅 지원사업' 선정, 2015년 ‘서울 사회적경제 아이디어 대회’ 최우수상, 지난 4월에는 ‘2016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고용노동부 장관상을 받았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안정적인 직업을 그만두고 스타트업을 해도 되나 고민했어요. 내가 속한 회사를 떠나면 사회에서 도태될 것 같았거든요. 여러분도 다들 마음속 한편에 불안감을 가지고 있을 것 같아요. 스타트업을 한다는 게 낙하산 없이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는 것처럼 느껴질 거예요. 하지만 자신이 가슴에 품고 있는 뜻이 있고, 꼭 이걸로 세상을 바꿔보고 싶을 때, 그땐 비행기에서 뛰어내려야 해요.”

스타트업을 시작할 때 가슴에 품은 뜻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박비 대표

많은 후배들의 마음 한 켠에 우려로 자리 잡고 있는 ‘사업 지속력’에 대한 설명도 뒤따랐다. 스타트업계로 뛰어드는 많은 이들의 현실적인 1차 목표가 ‘버티기’지만 박 대표는 이를 뛰어넘어 ‘서서 버티기’가 아닌 ‘넘어져도 버티기’를 강조했다.

“모두다를 창업하고 3년만 버티자고 생각했어요. 기업 통계를 보면 일 년 안에 많은 회사가 망해요. 하지만 5년을 버티는 회사는 10년을 가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3년을 버티면 5년 가는 건 쉽겠다고 생각하고 버텼죠. 제 주변에 보면 사기당하거나 파산한 창업가 분들이 비일비재해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망한다고 생각될 때 다시 마음을 다잡고 일어나는 것, 그게 제일 중요해요. 언젠가 사업에서 기회를 잡는 순간이 분명히 오거든요”

현재 박 대표는 유튜브, 페이스북, 브런치 등 다양한 채널을 운영한다. 독자들과 직접 소통하며 모두다의 사업소식과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며 직접 마케팅을 주관한다. 여기에서 비롯된, 핵심적이고 필수적인 요소에 대한 구체적인 자기 확신도 분명하다.

“스타트업 대표는 ‘트친·페친’이 많아야 해요. 이들이야말로 제일 먼저 회사의 사업과 신제품을 들어줄 사람들이거든요. 초기에 사업을 시작했을 때 아무도 저희를 몰랐어요. 사람들은 자기 일 외에 관심이 없거든요. 좋은 아이디어가 20이면 그걸 알리고 제 말을 듣게 만드는 게 80이에요. 그만큼 아이디어보다 실행력과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것이 중요해요.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그걸 다른 사람들이 보게 만드는 것, 즉 자기 이야기를 콘텐츠화할 줄 아는 게 중요하거든요.”

위기는 성장의 기회라고 말하는 모두다 박비 대표

박 대표가 쉽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스타트업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궁극적인 배경으로 ‘사람’을 말한다.

“사업을 시작하고 많은 위기가 있었어요. 하지만 모두다를 성장시킨 건 팔 할이 다 이 위기들이었어요. 나와 회사가 성장한 건 바로 그 위기의 순간들이었거든요. 무엇보다 함께 하는 장애인들이 사업 파트너로서 성장하는 걸 볼 때 개인적으로 뿌듯함을 느껴요.”

강연이 끝난 뒤 질의응답 시간에는 교육생들의 열띤 질문이 쏟아졌다. 가장 많았던 질문은 역시나 좋은 파트너를 구분할 줄 아는 혜안에 대한 것이었다. 여기에 박 대표는 직무를 따로 정해놓지 않고 먼저 회사와의 ‘결’이 맞는 사람을 찾아 일단 채용한 뒤 그 사람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담당하도록 한다고 답했다.

“모든 게 맞으면 그게 대기업이지 스타트업은 아니잖아요. 저희는 함께 할 사람을 뽑을 때 본질적인 것이 맞는지를 더 보는 것 같아요.”

이날 강연을 들은 이민호(29)씨는 “비전을 뚜렷하게 가져가야 한다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김준영(28)씨는 “현재 공유경제 스타트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투자 관련해서 들을 수 있어 도움이 되었다.”고, 박성윤(29)씨는 “장애인도 같은 사람이지만 사회적인 인식이 그렇지 않잖아요. 그걸 같이 직원들과 끊임없이 고민하고 해결하려는 게 인상 깊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진: 스타트업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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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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