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공기가 선선해지기 시작하면 코끝이 찡해지곤 한다. 물론 차갑고 건조한 공기의 탓도 있겠지만, 사실 그것보다는 아직까지도 고등학교 3학년 시절 이맘때의 공기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때의 나는 절벽 끝에 몰린 것 같은 심정이었고, 공기가 차가워질 때마다 다가오는 시험에 대한 공포로 조금씩 얼어붙어 가는 심정으로 매일 아침을 맞았더랬다.
벌써 시간이 한참 흘렀지만 이 공기는 여전히 나를 그때로 불러들이고, 나는 그간 그 서늘했던 아침 위에 쌓인 온갖 감정들을 -여전히 생생한 공포와 긴장감, 이제야 느끼는 약간의 안도감, 과거의 나에 대한 연민과 공포에 질려 놓아버릴 수밖에 없었던 것들에 대한 아쉬움 같은 것들- 마주한다. 이런 감각은 너무나 지배적이어서 이 공기를 연상시키는 모든 것들이 방아쇠가 된다. 가령, 약간의 서늘한 흙내가 나는 버섯요리 같은 것들이 그렇다. 그리고 나는 입안에 난 생채기를, 고통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건드리게 되는 심정으로 이 철이 되면 버섯요리를 즐겨 찾았다.
이런 얘기를 친구들과 나눈 적이 있다. 우리는 그 지독한 ‘수능 냄새’에 대해서 크게 공감했다. 친구들 중 몇몇은 싸구려 핫쵸코의 어질어질한 단내에서 그 공기를 찾았고, 또 누군가는 구운 고구마의 약간은 탄듯한 단내에서, 혹은 철을 맞아 살이 오른 전어의 기름이 타들어 가는 냄새에서 그 공기를 찾았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이즈음이 되면 그런 것들을 굳이 찾아 먹는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한참 이 가을의 맛들에 대해 떠들었지만, 결국 이 싸늘한 공기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오고는 했다. 그러니까, 사실 우리에게 중요했던 것은 버섯이나 핫쵸코, 고구마 혹은 전어의 맛보다 이 서늘한 공기의 맛이었던 셈이다.
Today's Special
버섯 크림 파스타
재료 파스타 100 g 생크림 250 g 느타리버섯 한 줌 미니 새송이버섯 한 줌 양송이버섯 6 개 마늘 4 알 후추 약간 육두구 약간 올리브유 한 큰 술 트러플 오일 |
레시피 1. 마늘은 편을 썰고, 느타리버섯은 밑동을 자르고 찢어서 준비하고, 새송이와 양송이는 도톰하게 편을 썰어서 준비한다.2. 팬에 올리브유와 마늘을 넣고 중약불에서 볶아 마늘 향을 뽑아낸다. 3. 마늘이 노릇해지기 시작하면 버섯을 넣고 중강불에서 바짝 볶아준다. TIP 물기가 대부분 빠져서 부피가 1/3 정도로 줄고, 노릇노릇해질 정도로 볶아야 버섯의 풍미가 살아난다. TIP 볶을 때에 소금으로 간을 해야 물기가 잘 빠져나온다. 4. 버섯이 바짝 볶아지면 크림을 넣고 중약불에서 끓여준다. TIP 이때 소금, 후추, 육두구로 간을 한다. 육두구는 조금만 넣는다. 5. 면을 삶아서 소스와 섞어주고, 접시에 덜어낸 후 크러플오일을 조금 뿌려서 낸다. |
/사진: 이지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