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척박한 땅으로 향했나(후편)
그들은 왜 척박한 땅으로 향했나(후편)
2017.10.02 09:30 by 최태욱

*  먼저 봐야 하는 글: <그들은 왜 척박한 땅으로 향했나(전편)> 

“집사람은 지금도 몽골 아주머니들과 교류해요. 중2짜리 큰아들은 일 년에 한 번 혼자 비행기를 타고 놀러 가기도 하고요.”

몽골에서의 5년, 저개발국 취약계층의 자립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시절은 서태원 센터장과 가족들에게 많은 변화와 깨달음, 그리고 성장을 안겼다. 업무적인 부분은 말할 것도 없다. 포근하고 익숙한 고국을 등지고, 험난한 타지에서 그들이 얻고자 했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국제인력개발센터는 국제구호단체 굿네이버스의 해외파견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 팀을 구성하는 서태원 센터장, 조미경 과장, 이선의‧고기남 대리는 모두 해외파견 업무를 직접 수행했던 경험자들이다. 이들은 저마다 낯선 환경에 애를 먹으며, 현지 환경에 서서히 스며들게 되는데…

 

우리는 ‘따뜻한 마음’을 수출합니다

“2010년의 몽골에는 고등학생인 부모가 너무 많더라고요. 어린 나이에 덜컥 애부터 낳은 거죠. 이런 일이 반복되면 결국 아이들에게 피해가 갑니다. 부모가 부모로서의 준비가 안 되어있으니까요. 교육이 필수겠다 싶었어요.”

‘몽골을 바꾸겠다’는 포부로 현지 생활을 시작한 서태원 센터장. 그가 수립한 사업 방향성은 아동권리 교육이었다. 실제로 몽골 정부와 굿네이버스가 진행한 ‘아동권리 및 보호’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몽골의 아동 2명 중 1명은 ‘학대나 위협에 두려움이 있다’고 답했으며, 부모의 42.4%는 ‘우리가 아동권리를 위반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서 센터장은 5년간의 목표를 아동권리 정착으로 삼고, 교육 프로그램 만들기에 매진했다. 문화적 맥락이나 주민들의 교육수준, 정서 등을 반영하기 위해 몽골 현지의 교육자들도 대거 참여시켰다. 서 센터장은 “우리 역할은 현지 주민들이 스스로 깨닫고 변화를 추구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선 먹을 것이 아닌 배울 것이 절실히 필요했다”고 회상했다. 

몽골 최초의 어린이 도서관 개관식에서

결과는 놀라웠다. 파견 마지막 해엔 무려 15만 명이 굿네이버스가 개발한 아동권리 교육(유아부모교육, 초등부모교육 포함)에 참여했다. 부모교육 참여자의 88.5%가 ‘교육 내용이 만족스럽다’고 답하기도 했다. 서태원 센터장이 “다 이루고 온 것 같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다. 7명으로 시작했던 몽골 지부는 서 센터장이 나올 무렵 200명이 넘는 직원들로 붐볐다.

부모와 보호자들이 겪는 아동양육에 대한 어려운 문제를 쉽게 이해되도록 가르쳐줬어요. 이 교육을 받기 전엔 아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잘못 훈육했던 것 같아요. 지금부터는 아이를 잘 키울 겁니다.(몽골의 부모교육 참여자 응답 中)

아프리카 탄자니아를 무대로 했던 고기남 대리 역시 국제개발협력의 힘을 직접 목도했다. 고 대리의 주 업무는 모자(母子)보건 사업. 전통적으로 성인 남성의 힘이 강한 아프리카에선 여성과 아이의 권리가 등한시되는 경향이 짙다. 출산 도중 죽거나 큰 병을 얻는 산모들이 많은 이유도 그래서다.

“남녀 주민들을 모아서 약 8주 동안 인식개선 교육을 했어요. 당신이 임산부라면 어떤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인지 토론도 하죠. 막바지엔 지역사회 주민들에게 카메라를 쥐여 주고 직접 산모와 아동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장면을 찍도록 합니다. 직접 보면 생각이 많이 바뀌거든요.”

일명 ‘포토보이스(Photovoice)’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9개 마을, 70여 명의 주민들이 직접 카메라를 들었다. 결과물은 어느 유명 사진작가의 작품 못지않았고, 메시지도 묵직했다. 비위생적인 화장실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보건소로 가는 위험한 도로들, 임신한 채로 무거운 짐을 들거나, 밭일을 하는 산모들의 모습 등이 고스란히 셔터에 담겼다. 놀라운 건 이 작품들을 남성이 찍었다는 점이다.

임신 중에 아이를 업고 곡식을 찧는 아내와 게임 중인 남편(포토보이스 작품 中)

“여성과 아이의 권리가 훼손되는 장면을 찍어서 함께 보고, 이에 대한 토론과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심지어 남성이 직접 연출한 사진이 더 많죠. 아프리카에선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어요. ‘사람들 인식이 이렇게 변할 수 있구나’라는 가능성을 확실히 느꼈습니다.”(고기남 대리)

그렇게 그들은 공처가가 되었다
그렇게 그들은 공처가가 되었다

 

우리가 바로 해외로 통하는 ‘관문’이죠

사람이 바뀌고, 가족이 바뀌고, 마을이 바뀌는 해외 현장을 경험한 이들은 이제, 그 씨앗을 나누어주는 일을 한다. 국제인력개발센터라는 창구를 통해서다.

센터의 업무는 꽤나 방대한 편. 파견 대상자의 채용부터 교육, 평가, 관리, 복지가 모두 이들의 몫이다. 기관에서 따로 꾸리는 ‘GNVol(굿네이버스 해외자원봉사단)’이나 장‧단기 사업을 위해 필요한 의사, 간호사 등 외부 전문가도 선발‧관리해야 한다. 현재 굿네이버스는 90명의 직원과 30명의 대학생 봉사자 등 200여 명(가족 포함)을 세계 35개국에 파견했다.

 

조미경 과장’s Reply: 그럴 수도 있습니다. 봉사점수나 영어 같은 것들은 분명 취업에 영향을 주니까요. 하지만 그런 의도로 접근했어도 어떻게 교육하고, 동기부여 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봉사현장에 앞서 3주 정도 국내 교육을 받는데 일단 그때 많이 변하죠. 현장에 나가면 더욱 바뀝니다. 현지 지부장이 철저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분명히 지역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게 되거든요. 현지에서 1년이란 기간 동안 봉사활동을 하게 되면, 애초에 의도와는 아마 많은 게 달라져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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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원 센터장’s Reply:  과거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습니다. 그때 이름 없이 손을 잡아준 나라들이 굉장히 많았고, 덕분에 우린 세계 경제대국이 됐죠. 세계시민으로서의 자세와 그 영향력을 멀리에서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지구촌 안에 어려운 사람들을 누군가 돕지 않으면 이는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옵니다. 최근 빈번한 테러도 그중 하나죠. 특히 우리에겐 세계에서 유일하게 지니고 있는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한 세대 만에 가난을 딛고 일어선 DNA입니다. 이를 한국형 국제개발협력 모델로 만들어 확산시켜야 합니다. 

 

 

센터의 다양한 활동 중에서도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바로 교육이다. 서 센터장은 “해외에서 필요한 전문인력 양성을 가장 중요한 역할로 본다”면서 “기술적‧정신적으로 잘 훈련된 인적 자원이야말로 해외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질병이나 안전 면에서 위협요소가 많은 만큼 지속적인 모니터링도 필수다. 서 센터장은 “현지 지부장도 철저히 관리하지만 중대한 사항은 본부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24시간 비상체제를 갖추고 있다”고 했다. 전 세계의 개발협력 현장이 24시간 돌아가고 있는 한, 국제인력개발센터 역시 그런 셈이다.

국제인력개발센터 팀원들. 왼쪽부터 고기남 대리, 서태원 센터장, 조미경 과장, 이선의 대리

 

/사진: 송희원 에디터 ‧ 굿네이버스

* 이 콘텐츠는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꾸는 국제구호개발NGO ‘굿네이버스’와 함께 합니다.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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