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에 가야하는 다섯 가지 이유
벨라루스에 가야하는 다섯 가지 이유
2017.10.02 10:45 by 박경린

해외 봉사를 마치고 귀국한 지 어느덧 한 달이 흘렀다. ‘벨라루스’란 이름이 서서히 잊혀질 때쯤 그 이름을 다시 듣게 됐다. 친구와 우연히 본 영화 ‘킬러의 보디가드’를 통해서다. 작중에는 벨라루스의 독재자로 악명 높았던 전(前) 대통령 두코비치(게리 올드만 役)가 나온다. 이 영화를 본 지인들은 모두 내게 똑같은 질문을 했다.

“진짜로 벨라루스가 그런 나라야?”

그런 얘기를 들으며 걱정이 앞섰다. 가뜩이나 한국에 알려진 게 없는 나라인데, 영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안 좋은 인식만 잔뜩 심어줄까 봐서다. 그래서 준비했다. <미지의 벨라루스>시리즈의 에필로그이자, 마지막 편. 여러분들에게 벨라루스가 왜 매력적인 여행지인지 어필하고자 한다.

 

1. 감자의 나라에서 감자 먹기

“거긴 감자가 진짜 맛있어요. 많이 먹고 와요!”

벨라루스로 떠나기 전, 러시아어 수업을 해주시던 선생님께서 내게 귀띔했다. 사실 별 감흥은 없었다. ‘감자가 맛있어 봤자 감자지…’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내 표정을 읽었는지 선생님은“서양에 나가서 쌀 먹어보면 아시아 쌀이 얼마나 맛있는지 알잖아요. 감자는 벨라루스에서 나는 것이 훨씬 맛있어요”라며 재차 강조하셨다.

벨라루스에는 감자가 주식이라 시장에서 감자를 쉽게 볼 수 있다.

그 말을 확인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일단 눈에 자주 띄는 게 그것이다. 정말 많은 음식이 모두 감자요리였다. 대표적인 건 ‘드라니끼(Драники)’. 우리나라로 치면 감자전 같은 메뉴인데, 그 나라에선 김치찌개, 된장찌개 같은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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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니끼 위에 다양한 토핑을 선택하여 먹을 수 있다.

젊은이들을 위한 업그레이드 버전도 있다. 바로 ‘드라니끼 버거’. 드라니끼 사이에 고기와 채소가 차곡차곡 들어가 있는 게 마치 햄버거 같다. 맛도 영양도 강추다.

감자퓨레도 빼면 섭하다. 한국에서 요리를 시키면 가끔 볶음밥이나 공깃밥이 따라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벨라루스 역시 마찬가지. 그 역할을 감자퓨레가 한다. 우리가 흔히 아는 으깬 감자와 비슷하지만, 차원이 다른 부드러움을 맛볼 수 있다.

드라니끼 층층이 쌓인 고기와 채소, 일명 드라니끼 버거(왼쪽)과 감자퓨레(사진:citystylish.ru)

2. 한국에서 못 마신 술, 마음껏 마시기

애주가에게 반가운 소식. 벨라루스는 술이 저렴하기로 유명하다. 국민 술로 통하는 보드카가 한 병에 5000원 정도. 보드카뿐만 아니라 각종 양주 또한 한국보다 훨씬 싸다.

벨라루스산 보드카(사진: sostav.ru)

값은 소소하지만, 성능은 화끈하다. 추위를 이겨내기 위함일까, 벨라루스에 판매되는 보드카들은 대부분 40도가 넘는다. 여행 중 바에 들어가서 한두 잔 정도 마시면 추위도 거뜬해진다. 와인도 가격대가 다양해서 기분 내킬 때마다 한 병씩 구입해 마시기 좋다. 참고할 건, 벨라루스는 길거리 음주가 법으로 금지돼 있다는 점. 맥주 한 캔일지라도 공원이나 강가에서 마시는 것은 피하도록 하자.

민스크 유명 레스토랑 겸 바 (사진:Pinky Bandinsky)

3.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생각 정리하기

벨라루스에 여행 갈 일이 있다면 6월이나 7월 사이를 추천한다. 그 시기는 날씨가 따뜻해지기 때문에, 우리 기준으론 제일 선선할 때다. 백야 때라 밤 10시가 되어서야 해가 진다는 것도 장점 아닌 장점이다. 거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일과를 마치고 진이 빠진 채 집에 들어와 누워도 오후밖에 안 된 것 같아 당혹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여행객의 입장에서는 하루를 길게 쓸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백야의 벨라루스. 밤 9시의 풍경이다.

우리나라에서 길을 걸으면 사람들이 모두 바빠 보인다. 다들 조금이라도 빨리 목적지에 달성하고자 혈안이다. 하지만 벨라루스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늘 평온하고 여유롭다. 마치 순간순간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여행하는 동안만이라도 그 분위기에 동화되어보자.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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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다양한 축제 즐기기

벨라루스의 여름이 좋은 또 하나의 이유. 바로 다양한 축제다. 민스크의 여름은 매주 축제로 가득하다.

어느 평범한 주말의 올드타운

민스크 올드타운에는 주말마다 플리마켓이 열려 핸드메이드 액세서리나 기념품을 구매할 수 있다. 소소한 길거리 음식들도 기대할만하다. 우리나라처럼 거리에 가판대를 세우는 분위기는 아니고, 주로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부스를 차리고 간단한 음식과 음료를 판매하는 식이다. 같은 곳에서 음악이나 연주 같은 퍼포먼스도 다양하게 열리기 때문에 자연스레 재즈, 클래식, 팝 등 모든 장르의 음악을 감상하며 맛있는 음식을 먹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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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 축제 풍경. 길거리 음식과 음악 콘서트를 즐길 수 있다.

여름에 열리는 굵직굵직한 행사 중 하나가 바로 7월 말에 진행되는 'Freaky Summer Party'다. 이 나라에서 열리는 다양한 행사 중 가장 큰 규모다. 놀이공원 일대를 통째로 빌려 먹거리뿐만 아니라 운동, 게임, 강연, 체험, 콘서트 등 다양한 콘텐츠가 구성되어 있다. 벨라루스처럼 추운 나라에서 여름은 너무나도 소중하기 때문에 그때를 맞춰 최대한 다양하게 즐길 거리를 개발하는 것 같다.

5. 민스크를 벗어나 보기

벨라루스에는 수도인 민스크를 제외하고도 찾아갈 가치가 있는 도시들이 여럿 있다. 가장 가깝게는 네즈비시성이 있다. 민스크에서 버스를 타고 약 두 시간 정도 달리면 도착한다. 이곳은 귀족들이 살았던 성을 보존해 개방한 곳으로 특히 외국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좋다. 시즌 때는 웨딩사진 촬영지로도 각광받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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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즈비시성 주위를 둘러싼 해자를 들여다보면 마음이 고즈넉해진다.

물을 끼고 지어진 이 성의 아름다운 풍광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되었을 정도다. 우리나라에서 한복을 입고 전주한옥마을을 탐방하듯이 벨라루스 귀족 의상을 입고 성 앞에서 사진을 찍어보길 추천한다.

기차를 타고 동쪽으로 네 시간 달리면 비텝스크(Vitebsk)라는 주(州, oblast)가 나오는데, 비텝스크는 그 유명한 화가 샤갈의 고향이다. 이곳에서 필히 방문해야 할 곳은 샤갈의 생가와 백색의 우아한 우스펜스키 성당(Uspensky Cathedral)이다.

 

샤갈 박물관

 

우스펜스키 성당

 

기차를 타고 서쪽으로 네 시간 정도 달리면(민스크 기준), 브레스트(Brest) 주에 도착할 수 있는데, 관광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동네다. 브레스트에 간다면 소베츠카야(Sovetskaya) 거리를 통과하여 브레스트 요새를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브레스트는 폴란드 국경에 근접해 있어 가장 유럽 느낌이 강한 도시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소베츠카야 거리에는 유럽을 연상시키는 많은 카페가 위치한다. 이 거리를 지나 브레스트 요새로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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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베츠카야(sovestskaya) 거리의 모습

브레스트 요새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에 소련군이 독일군의 침공을 막아냈던 요새로 이곳 국민에겐 엄청난 자랑거리다. 민스크뿐만 아니라 벨라루스를 곳곳을 여행하다 보면 이들에게 세계대전의 의미가 얼마나 크게 자리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브레스트 요새 앞에서 국가기념일을 축하하는 행사 (사진:Belarus.by)
브레스트 요새 전경 (사진:globspots.com)

벨라루스는 아직 사회주의 분위기가 강하게 남아있는 나라다. 24년째 이어지고 있는 대통령의 독재 또한 여러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한 매력들도 충분히 가지고 있다.

벨라루스에 살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기관 동료가 나에게 물었다.

“여기 다시 오고 싶냐?”

그때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떠날 때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이렇게 말할 수 있었다.

“반드시 꼭 돌아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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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미지의 벨라루스>를 사랑해주신 독자 여러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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