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여행, 당신의 뒤를 쫓는 그림자가 있다
중국여행, 당신의 뒤를 쫓는 그림자가 있다
중국여행, 당신의 뒤를 쫓는 그림자가 있다
2017.10.02 09:42 by 제인린(Jane lin)

최근 중국 정부가 중국판 트위터로 알려진 웨이보(微博)의 감시‧감독을 강화한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당국에선 ‘음란‧불법‧유해 정보를 적발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웨이보의 영향력을 감안했을 때 ‘여론 통제의 목적이 더 강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일고 있는 것이죠. 남의 나라, 남의 채널일 뿐이라고 마음을 놓아버리긴 뭔가 찝찝합니다. 중국의 감시, 특히 외국인에 대한 감시는 어느 정도일까요?

(사진:Augusto Cabral/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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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시선 

중국이라면 왠지 ‘무질서의 왕국’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적어도 외국인에게만큼은 철저한 실명제를 요구합니다. 일례로 중국 베이징에 소재한 대형 마트는 주방에서 사용할 식칼을 판매 금지 품목으로 지정해 놓고 있죠. 외국인이 식칼을 구입하기 위해선 여권을 소지한 후 본인 확인 과정을 마쳐야 하죠. 식칼이나 과도 등 인명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대부분의 물건은 정부에서 직접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관리‧감독하고 있는 것입니다.

과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외국인들은 감탄사를 연발할 만큼 싸고 맛있는 중국의 열대과일에 한번 놀라고, 필요 이상으로 엄격한 신분 확인 절차에 또 한 번 놀랍니다. 중국에 처음 여행을 온 이들이 과일 맛을 보기 위해선 여권을 소지한 후 해당 신분증의 주인이 본인이라는 다소 귀찮은 확인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죠.

외국인에게 유독 독한 실명제 제도가 과연 이뿐 만일까요?

(사진:Tetiana Yurchenko/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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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시선

# “이러고도 중국이 정말 21세기에 존재하고 있는 국가가 맞아? 도대체 왜 여행자의 여행 경로를 정부가 나서 규제하고 감시하려는 건데? 내가 어디에 가서 어떤 방식으로 여행을 하는지 정부가 일거수일투족 알겠다는 심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해? 입국 전부터 이러면 정말….”

얼마 전 베이징으로 필자를 만나러 온 서울 토박이 친구 김 양의 볼멘소리입니다.

비자 발급 과정이 없인 입국 자체가 불가능한 중국 베이징에 오기까지 다사다난한 과정을 거쳤던 그녀가 베이징에 도착한 이후 ‘주숙 등기’라는 공안국 요구 앞에서 드디어 폭발한 것이죠.

중국은 자국에 입국한 외국인에게 그가 누구든 예외 없이 입국 후 24시간 이내에 거주지 인근에 소재한 공안국에 직접 방문해 거주지 주소를 신고하도록 하는 ‘주숙 등기 신고’ 제도를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이는 여행을 목적으로 중국을 방문한 이는 물론 유학, 사업, 해외 파견, 혼인 등 다양한 사연을 가진 모든 이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제도입니다. 중국 땅을 찾은 사유는 셀 수도 없이 다양하겠지만, 입국 이후 24시간 이내에 거주지 인근의 공안국에 신고하지 않을 경우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치르도록 해오고 있는 점은 예외 없이 똑같죠.

주숙 등기를 위해 공안국을 찾은 한 여성의 모습과 주숙 등기표. (출처/ 바이두 이미지 DB)

실제로 24시간이 지난 이후 거주지에 대한 주숙 등기를 완료하지 않은 이에 대해서는 1일 당 500위안(약 10만 원)이라는 막대한 벌금을 부과하고, 최대 30일 이상 미신고자에 대해서는 구류 또는 직결처분에 처하게 됩니다. 그야말로 외국인에게는 무자비한 제도인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나고 자란 필자의 지인에게 이 같은 중국 정부와 공안국의 태도는 분명 지나치게 권위적이고 고압적으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최근 유독 한국인에게만 강화된 중국의 비자 제도는 더 기막힌 수준이죠. 중국을 방문하는 이라면 누구나 발급받아야 하는 ‘비자’는 방문 사유에 따라 총 11가지로 분류되지만, 한국인이 주로 신청하는 것은 여행 비자(L비자)가 대부분입니다.

이때 여행 비자 발급은 반드시 한국 소재 중국 대사관을 통해서 가능한데, 대사관 측은 비자 신청자에게 중국행 입출국 왕복 비행기 표 또는 배표 등을 요구하고, 중국에 당도했을 당시 여행 경로를 날짜별로 적어 제출토록 해오고 있습니다.

무작위로 선정한 호텔을 찾아, 주숙 등기 신고 과정을 거치지 않은 외국인의 거주 여부 등을 확인하는 공안과 주숙 등기 신고를 안내하는 주의문이 호텔에 비치된 모습. (출처/바이두 이미지 DB)

여행 경로는 최소 A4 용지 1장 분량으로 빼곡하게 적을 것을 요구받게 됩니다. 예를 들어 중국 베이징 여행을 7일간 계획하고 있다면, ‘1일 차에는 베이징 서북쪽의 하이덴취에서 베이징대와 이화원, 원명원을 방문하고, 2일 차에는 중관촌, 우다코우, 3일 차는 차오양취에 소재한 한인타운 왕징과 소호 거리, 4일 차에는 자금성, 징산공원, 5일 차에는 싼리툰, 궈마오, 6일 차에는 골동품 시장, 수도도서관, 7일 차에는 공항 이동 등’ 여행 일자에 따라 차례로 방문하는 장소가 소상히 제출되어야 합니다.

‘여행의 목적’ 역시 기입되어야 합니다. 모범답안은 ‘평소 중국이 간직한 오천 년 역사에 관심이 많았다. 이번 여행으로 중국의 역사가 담긴 장소를 직접 방문해 그 발자취를 그대로 따라가 보고 싶다’ 정도가 되겠죠. ‘중국인 아무개와 결혼을 위해 방문한다’는 매우 특정한 정보가 있는 게 아니라면 말이죠.

이동 경로마다 묵을 숙소 예약증도 함께 제출해야 하는데, 이때 호텔 예약증이 없는 이의 비자 서류는 대사관 측에서 접수조차 받아주지 않습니다. 때문에 자국에서 비자를 발급받아야 하는 이들은 인터넷 호텔 예약 사이트를 통해 중국 현지 호텔 정보를 알아내 예약증을 발급받아야 합니다. 이 대목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는데, 규모가 작거나 유명하지 않은 호텔은 예약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문제점 등이 대표적이죠.

만일의 경우 호텔이나 여관 등 숙박업소가 아닌 중국인 지인의 초청으로 방문하는 것이라면, 정부의 감시 감독의 수준은 한층 강화됩니다. 지인으로부터 초청받는 사유와 해당 지인의 신분증 앞·뒷면을 복사한 사본, 그리고 지인의 현지 주소와 전화번호 등을 적은 문서를 비자 발급 신청 시 함께 제출토록 강제하고 있는 것이죠. 지인의 주소는 성, 시, 구, 아파트 동까지 정확하게 적어야 하고, 해당 신청서는 반드시 해당 지인의 자필로 적혀 있어야 합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치고서도 비자 발급까지는 3박 4일이라는 기간이 소요됩니다. 물론 이 절차를 충실히 따랐다고 해도 100% 발급되는 것도 아니고요.

비자 발급뿐만 아니라, 외국인의 경우 거주지 이전을 위한 이삿짐 옮길 때에도 출문증이라는 허가증서가 필요하다. (사진:제인린)

과거 중국에 방문할 당시를 떠올려보면, 비자 만료로 인한 불법 체류 기록이 남은 이들에게는 원활한 비자 발급이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이들의 경우 비자 대행을 하는 전문 업체에 웃돈을 얹어서 비자를 발급받곤 했습니다.

이쯤 되니, 굳이 유난히 자유분방한 성격의 여행자가 아니더라도, 중국 여행 계획을 취소하고 당장이라도 이웃한 다른 국가로 방향을 틀고 싶은 심정이 들 것 같습니다.

더 놀라운 건, 이 과정을 받아들이고 중국에 도착했다 할지라도 정부의 감시로 인한 스트레스는 끝이 아니라는 겁니다. 주지하다시피, 중국은 규모도 크고, 지역마다 특색도 다릅니다. 그래서 여행자들은 기차, 버스, 비행기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하게 되고, 도심 곳곳을 연결한 교통망도 촘촘하게 잘 구성돼 있는 편입니다.

실제로 베이징은 인근에 자리한 ‘텐진’이라는 도시와 고속철로 30분이면 당도할 수 있고, 허난성과 산동성 같은 유명 여행지로도 최대 3시간이면 이동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외국인 여행자들은 한 도시에 정착하기보다는 인근 도시 여러 곳을 경유하듯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때에도 역시 정부의 감시 행위는 계속됩니다.

외국인 여행자들이 기차, 고속버스 등의 표를 구매할 때는 반드시 여권을 소지해야 하며, 여권이 없이는 그 어떠한 교통수단도 이용할 수 없습니다. 표 자체를 구매할 수 없으니 (걸어가지 않는 이상) 도시에서 도시로의 임의적인 이동은 그 시도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죠.

더욱이 여행자가 이동하려는 목적지가 중국 남서부에 있는 티베트족 자치구인 ‘시짱자치구(西藏自治區)’라면 지금까지의 감시 감독은 곧장 의심의 눈초리로 바뀝니다. 실제로 티베트에 대한 외국인의 방문 수는 매우 제한적이면서 지금껏 해당 지역에 대한 정보서와 여행 가이드 서적 역시 전무하거나 매우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사진:STRINGER Image/shutterstock.com)

이 같은 외국 여행자들의 일관된 불평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감시·감독의 정도를 매년 높여가고 있습니다. 이런 결연한 의지는 과연 무엇 때문일까요?

혹자들은 19세기 말~20세기 초 서구 세력에 의해 대륙의 분할됐던 경험을 꼽습니다. 당시 쓰라진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중국 내부 세력은 서구의 사상과 종교가 다시 침투되면 ‘하나의 중국’이 다시 분할의 위기에 놓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죠.

필자의 오랜 친구이자, 자유주의 사상에 심취한 김양이 치를 떨었던 중국 입국 및 여행 과정은 여전히 지긋지긋하게 진행 중입니다. 이 대목에서 문득 궁금해집니다. 필자와 그녀의 모습을 한,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또 다른 외국인 방문객에게 중국이 경계의 벽을 스스로 낮추는 날은 과연 언제가 될지 말입니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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