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 중국처럼 이 말에 잘 어울리는 나라도 없을 겁니다. 다양한 소수민족들이 연일 소요를 만들고, 광대하고 다양한 지역만큼 서로 간의 ‘차이’로 시름하는 상황도 빈번하게 만들어집니다. 이쯤 되면 크고 넓고 많은 게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사 한번 가기 위해 세상 고단한 절차를 겪어야 하는 상황도 그 ‘드넓음’이 야기한 부작용이겠죠.
이 같은 실정 탓에 현지에서 운영되는 한국 교민 온라인 사이트에는 성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를 앞둔 이들을 위해 반드시 해결하고 이주할 몇 가지 사례가 정리해 놓고 있습니다. 반드시 해제하고 떠나라고 지목된 대상은 △은행 계좌 △은행 카드 △휴대폰 번호 △자동차 번호판 등이 포함되죠.
핸드폰 가입 및 인터넷 사용요금제도 역시 은행 계좌 및 카드와 동일하게 운영됩니다. 만일의 경우 베이징에서 구입한 휴대폰과 휴대폰 내에 삽입해 사용하는 유심 칩이 베이징발로 설정돼 있는 소비자는 이후 성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한 뒤, 터무니없이 비싼 요금으로 혀를 내둘러야 하는 반갑지 않은 경험을 해야 합니다.
필자의 경우 베이징에서 구입한 휴대폰과 휴대폰 내부에 탑재된 유심 칩을 여전히 베이징의 것으로 사용해오고 있는데, 그 탓에 해외 또는 국내 어느 곳으로 거는 전화에도 ‘발신지역: 베이징’이라는 문구가 대화 상대방 휴대폰에 인식됩니다. 그리고 이는 곧장 필자 본인의 휴대폰 요금으로 정산돼 나오죠. 다시 말해 후난으로 이주해 후난성에 거주하며, 후난에 사는 또 다른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음에도, 스스로를 베이징 발(發) 휴대폰으로 인식하는 필자의 핸드폰 탓에 여지없이 장거리 전화 요금(시외전화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죠.
왜 이런 불편을 그대로 방치하는 걸까요? 사실상 이 점 역시 중국 정부에서 알고도 묵인한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할 것 같습니다. 휴면 휴대폰 번호를 그대로 방치한 채 다른 지역으로 장기간 이주한 이들의 휴대폰 번호가 일부 사기 집단과 범죄자에게 이용당할 우려가 높다는 점 때문이죠.
이유가 어찌 됐든 땅덩어리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타 지역으로 이주를 꾀하는 선량한 시민들에게 불편한 행정 처리 과정에 대한 인내와 감수를 요구해오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범죄자와 범죄 사건을 미연에 예방한다는 명분 탓에 선량한 시민들이 겪어야 할 과정이 지나치게 많아진 셈이죠.
문제가 심각해지자, 최근 중국 정부는 모바일 결제라는 새로운 대안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텐센트의 웨이신 결제, 알리바바의 즈푸바오 등 2곳의 공룡 업체로 대표되는 중국의 모바일 결제 규모는 미국의 8배에 달할 정도로 매년 큰 폭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송금과 결제 등 모든 은행 업무를 365일 무료로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먼 지역에 거주하는 서로 다른 성의 주민 사이에 특히 이용률이 높은 서비스죠. 이들 모바일 결제 업체들이 오는 10월경 현금 출금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점도 희소식입니다.
거대한 대륙을 하나의 국가로 묶어 하나의 프레임 안에서 ‘견뎌내도록’ 강요하고 있는 중국 정부가 모바일의 힘을 빌려 시민들이 견뎌야 했던 불편을 하나 씩 해결해 갈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입니다.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