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으로 성공을 거둔 이들은 대체적으로 남들에게 ‘해줄 말’이 많다. 대부분 성공에 이르기까지의 갖가지 방법론이 주류를 이룬다. 물론 이는 예비 창업가들에게 영감과 도구로 작용한다. 하지만 비전과 철학, 이를 뛰어넘는 당위성을 설파하는 이는 의외로 찾아보기 어렵다. 여기 그 같은 분명한 신념을 가진 이가 있다. 1세대 핀테크 기업으로서 설립 6년 만에 시장 점유율 1위(55%)를 기록한 와디즈의 신혜성 대표다.
13일 경기도 판교 스타트업캠퍼스에서는 스타트업캠퍼스 주최, 더퍼스트미디어 주관으로 ‘스타트업 CEO를 만나다’ 강연이 열렸다. 예비 창업가 70여 명이 강연에 참석했다.
신 대표는 국내 굴지의 완성차 업체와 증권사, 국책은행에서 두루 일하며 사회생활의 전반부를 보냈다. 일찌감치 능력을 인정받고 미래가 보장되는 금융 전문가로서의 길에 들어선 셈이다. 그랬던 그가 스타트업으로 기수를 돌린 것은 흔히 남들처럼 드라마틱한 이유에서만은 아니었다.

그는 창업 시점을 “직장은 다 똑같고 의미를 찾는 것이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을 때”라고 회상했다. 그가 다닌 회사들은 구성원들의 생각을 진지하게 고려해주지 못했다. 그의 주변에는 조용히 그리고 적당히 사는 이들뿐이었다.
신 대표가 ‘먹고 사는 것’에서 ‘존재의 이유’로 업(業)의 의미와 기조를 바꾸게 된 시점이다. 창업에 대한 본질적 고민이 시작된 것도 이때부터다.
그렇게 시작된 크라우드 펀딩 전문 기업 와디즈는 갖가지 크고 작은 펀딩을 히트시키며 급성장했다. 7000만원 규모의 ‘영철버거’에서부터 5억원에 이르는 신재생에너지 ‘인진’까지 다양한 프로젝트가 성사됐다. 정부 당국으로부터 그 공을 인정받아 중소기업청장·미래창조과학부장관·금융위원장·국무총리 표창도 뒤따랐다.
프로젝트 선별 과정에서 와디즈는 철저한 심사와 논의를 거친다. 단순히 성공 확률만을 기준으로 내리는 판단이 아니라는 게 신 대표의 설명이다. 이 같은 철학은 ‘올바른 생각이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든다’는 와디즈의 슬로건에 고스란히 깃들어 있다.
신 대표는 예비 창업가들에게 ‘일말의 성공 이후’가 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조직이 성장하는 속도와 규모를 미리 예측·가늠해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1명의 리더가 컨트롤 가능한 인원의 한계는 30명이라고 합니다. 이 이후에는 조직이라는 단계로 진입하게 되고요. 추가로 인재를 뽑는 것과 이들에게 맡길 역할을 늘 내다보고 고민해야 합니다. 상당수의 스타트업들이 이 단계에서 무너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 대표와 와디즈가 가진 꿈은 금융 시장 전체를 바꾸는 것이다. 그런 각오가 있었기에 스타트업의 신분으로 대기업이 우글거리는 소위 ‘빅리그’에 진출했고, 출전의 의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우승을 목표로 세웠다. 그는 과정의 ‘우아함’ 같은 것은 이미 포기한 상태다.
일방적인 전달 대신 듣는 이들과의 호흡에 맞춰 진행된 강연에 예비 창업가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문영균(26)씨는 “지금까지 접한 ‘CEO를 만나다’ 강연 중에 첫손에 꼽을 정도”라며 “크라우드 펀딩에 대한 이해도를 단시간에 높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최정민(23)씨 역시 “창업자는 항상 다음 단계를 생각해야 한다는 얘기가 인상적이었다”며 “오늘 들은 상세한 창업 과정이 나의 창업 로드맵을 짜는 데도 엄청난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 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