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지 못한 엄마의 눈물
어른이 되지 못한 엄마의 눈물
2017.10.31 18:43 by 최현빈

소녀들은 눈물겹습니다. 신체‧정신적으로 받는 차별이 쌓이고 쌓여 경제‧사회적 약자의 길로 내몰립니다. 눈앞에 난관들은 결국 미래의 기회까지 앗아가죠. 시대착오적인 얘기라고요? 전 세계 ‘일하는 아이’의 75%가 여아이며, 만성적 기아의 시달리는 인구의 60%도 그들입니다. 열 명 중 한 명의 여성이 유년기에 성폭행을 당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바로 오늘날의 얘깁니다. 더퍼스트미디어는 매년 10월 11일 ‘세계여자아이의 날’을 맞아 개발도상국 소녀들의 현실을 들여다봅니다. 

중앙아메리카에 위치한 도미니카 공화국(이하 도미니카). 수도 산토도밍고 구석엔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무허가촌이 있다. 대부분 불법으로 이주해 집을 짓는 탓에 수도나 전기도 무단으로 사용하는 동네다.

총기‧마약‧폭력 사건이 끊이지 않는 위험 지역이라 아이들에게 특히 취약하다. 먹기 살기 힘든 부모들은 자녀를 제대로 돌볼 겨를이 없고, 집으로부터 방치된 아이들은 밖으로 겉돌기 일쑤다. 열다섯 살 소녀 이자벨(가명‧여) 역시 그 중 하나다. 병든 홀어머니와 실질적 가장 노릇을 하는 큰 언니에겐 이자벨 말고도 신경 쓸 것이 너무 많았다.

이자벨이 기댈 곳은 친구, 그중에서도 남자친구였다. 주로 학교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다가 13세 무렵 남자친구를 사귀기 시작했고, 이듬해 성관계를 갖게 됐다. 결과는 뜻하지 않은 임신이었다. 열네 살 무렵의 일이었다. 이후 이자벨의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다. 학교는 당연히 나갈 수 없었고, 임신 사실을 가족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중절수술은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카톨릭 문화권인 이곳에서 낙태는 어떤 이유든 심각한 범죄다. 이 모든 걸 감수하기엔 이자벨의 나이는 너무 어렸다.

도미니카공화국에선 ‘어린 신부’의 모습이 흔하다. (사진: Andre Silva Pinto / shutterstock.com)

사실 도미니카에서 이자벨의 사례가 그리 특별한 게 아니다. ‘미성년 출산율 세계 2위’란 수치가 이를 잘 보여준다. 가장 큰 원인은 성에 대한 인식과 그에 대한 준비 간에 괴리가 크다는 점이 꼽힌다. 도미니카의 미성년들은 성에 대해 개방적이다. 국제개발처(USAID)에서 발행한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 10명중 2명 이상이 15세 이전에 성관계를 경험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에 대한 교육 및 예방 의지는 턱없이 부족하다. 사회 전반에 가톨릭 문화가 팽배하다보니, 성과 관련된 이슈가 금기시되는 실정이다. 자연히 사전적인 교육활동이 미비하거나, 형식적인 것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성생식보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진소정 굿네이버스 현장활동가는 “성에 대해 개방적인 청소년들에겐 예방 교육과 피임 도구 사용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이곳의 (정규)성교육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 시 콘돔을 나눠주는 걸 허용하지 않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진소정 현장활동가는 “콘돔을 배포하는 게 성행위를 조장하는 일로 여겨지기 때문”이라며 “실제 청소년 세계의 문화와 기성세대의 교육 방향성 사이의 간극이 너무 크다”고 덧붙였다. 성에 대해 열려 있지만, 입은 닫힌 나라. 오늘날 도미니카공화국의 현실이다.

빠른 성경험과 닫힌 성교육. 이는 자연스레 높은 출산율로 이어진다. 도미니카공화국의 미성년 출산율은 1000명당 108.7명. 10명 중 1명 이상이 ‘어린 엄마’가 된다는 뜻이다.

우리가 한번쯤 보았을법한 성교육 교보재들도 도미니카에선 구경하기 힘들다.

이자벨과 같은 동네에 사는 요한나(가명‧여‧15)는 현재 남자친구와 동거 중이다. 집을 나온 지는 어언 2년째. 남자친구와 어울린단 사실이 부모님께 알려지면서 거의 쫓겨나듯 집을 나와야 했다. 요한나의 어머니는 성관계는 물론이고 남자친구를 사귀는 것에도 보수적이었다.

동거를 시작하며 자연스럽게 성관계를 가졌다. 요한나 역시 동거 초기엔 피임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다. 하지만 남자친구 어머니 등 주변의 도움으로 피임법을 배웠고, 정기적으로 주사를 통한 피임을 진행하고 있다. 학교도 공부도 아직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다. 이처럼 도미니카 내부에서도 성교육, 특히 예방적 차원의 교육에 대한 목소리가 서서히 높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론 여전히 쉽지 않다. 사회를 떠받드는 종교문화와 오랜 세월 지속되어온 사회적 인식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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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카에 세계시민들의 손길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재 이 나라엔 대한민국의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를 비롯한 몇몇 단체가 들어와 성생식보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국제구호개발 NGO 굿네이버스 도미니카공화국이 운영하는 ‘성생식보건센터’와 ‘Decide Bien(바르게 결정하다)’ 캠페인도 그 중 하나다.

2015년 처음 시작한 이 활동은 미성년 아이들이 성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도록 돕고 있다. 다큐멘터리, 교보재 등을 활용해 아이들이 성에 대해 올바르게 인식하고, 피임을 생활화할 수 있도록 한다. 2년 간 총 828명의 청소년들이 성생식보건센터에서 성에 대한 교육과,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는 시간을 가졌다.

‘Decide Bien’ 교육에 참여하는 도미니카공화국 아이들의 모습

진소정 현장활동가는 “아이들이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이를 완전히 정착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피임 방법도 중요하지만, 아이들 스스로 피임을 해야 하는 이유를 깨닫고, 이를 생활화하는 게 더 중요하단 얘기다.

미혼모를 위한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어린 나이에 ‘엄마’라는 짐을 짊어진 이자벨 역시 이곳에서 새로운 삶을 계획했다. 얼마 전엔 야간학교에도 등록했다. 그녀의 목표는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배우는 것이다.

“다시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순 없겠죠. 하지만 이 모든 걸 제가 책임져야 한다는 걸 잘 압니다. 열심히 공부를 해서 언젠간 제 힘으로 돈을 벌고 싶어요. 아기와 나 자신을 위해서도 포기하지 않으려고요.”(이자벨)

이자벨과 아기의 모습

 

/사진: 굿네이버스 제공

* 이 콘텐츠는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꾸는 국제구호개발NGO ‘굿네이버스’와 함께 합니다.

필자소개
최현빈

파란 하늘과 양지바른 골목을 좋아하는 더퍼스트 ‘에디터 ROBIN’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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