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교수들은 왜 보따리상이 됐나
여교수들은 왜 보따리상이 됐나
2017.11.17 14:13 by 제인린(Jane lin)

“신부 직업이 선생이라며? 잘 골랐네.” 결혼식장에서 자주 들었던 말 중 하나입니다. 전통적으로 사회적 평판이 좋고, 여성 선호도가 특히 높은 직업, 바로 ‘교사’죠. 고용 안정성이 높고 여유시간을 내기 쉽다는 점, 자녀 육아에 유리한 점 등이 인기요인으로 꼽힙니다. 하지만 여기 선생님 자리를, 그것도 대학교수직을 스스로 내던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무슨 사연일까요?

 

| 他们说, 그들의 시선

중국 후난성에 소재한 A대학교 전임교수 한씨(여‧44‧중국인). 그녀는 지난여름 교수직에서 물러나겠다는 결정을 학교 측에 전달했다. 스스로의 결정이었다. 표면적인 사유는 건강상의 이유. 하지만 사실 그녀의 본심은 다른 데 있었다. 학기 중은 물론 방학 기간 중에도 연구‧교육 등의 과제와 업무가 많은 탓에 다른 일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다른 일’이란 한국에서 물건을 수입한 뒤 다시 중국에서 판매하는 일명 ‘따이공’이다.

우리 사고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교수가 왜? 하지만 그녀의 속사정을 들어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따이공이 되기 위해 교수직에서 물러난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她说, 그녀의 시선

한씨는 A대학에서 강의를 한 지 벌써 7년이나 됐다. 학생들과 호흡하는 것이 좋았고, 무엇보다 해외에서 고학해가며 배워온 학문을 학생들과 나누는 걸 업(業)으로 할 수 있다는 게 자랑스러웠다. 그녀의 부모도 마찬가지였다. 한씨의 부모님은 틈만 나면 주변 지인들에게 한씨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는 걸 자랑했다.

워낙 어렵게 유학생활을 했기에 자부심이 있는 건 당연하다. 세계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안정적인 대학 전임교수 자리는 여성의 직업 가운데 가장 좋게 여겨지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한씨는 “일명 ‘맞선 시장’으로 불리는 젊은 세대의 만남의 장에서도 여성 교육자는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했다.

하지만, 불과 몇 해 전부터 그녀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조금씩 회의감을 갖기 시작했다. 오르지 않는 월급 탓이었다. “선생 월급 빼고 다 오르는 데가 중국이다”란 볼멘소리가 나올 지경. 실제로 그가 1주일에 무려 20여 시간을 강의하며 받는 월급은 약 2500위안(약 40만원) 수준에 그친다. 한씨는 “지난 몇 년간 한 달에 80시간 넘게 수업하고, 그 외의 각종 연구, 출장 등을 소화하면 주말에도 쉴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손에 쥐는 돈은 초라했다. “넉넉한 형편의 푸얼따이(富二代, 재벌 2세)나 푸산따이(富三代, 재벌 3세)가 아니고선 이대로 교수직을 유지할 수 없었다”고 토로하는 이유다.

스스로 교수직을 박차고 나온 그녀가 현재 하고 있는 일이 바로 ‘따이공’이다. 한국에서는 일명 ‘보따리상’으로 불리는, 한국과 중국을 오고 가며 소규모로 밀거래를 하는 사람들이다.

따이공으로 일하는 이들이 자신들이 직접 사용한 한국 화장품에 대해 홍보하는 광고 게시물. (사진:웨이보)

한씨는 한 달에 한 차례씩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한국에 도착한 뒤, 명동과 동대문, 남대문 일대를 돌아다니며 세일 기간에 걸린 화장품 브랜드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하고, 한국 의류와 신발, 가방, 동대문 표 액세서리, 중저가 주얼리 제품 등을 캐리어에 담아서 중국으로 돌아온다.

이후 한국에서 구매해온 이 같은 제품들을 온라인 홈페이지 또는 일명 웨이디엔(微店)으로 불리는 중국판 카카오톡 ‘웨이신(微信)’ 내의 상점에 게재해 판매해오고 있다.

사실 따이공은 과거 배를 타고 다니며 중국의 각종 진귀한 물건을 한국에 판매하던 일부 중국인을 부르던 말. 그녀 스스로 현대판 따이공으로 완벽한 변신을 한 셈이다.

한국에서 중국을 오고 가는 비행기 티켓 비용은 평균 30만원 대. 그녀가 한 번 한국에 다녀가면서 구매한 물건의 구입비용은 적게는 500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 대에 이를 때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중간 배송업체를 두지 않고 그녀 스스로 직접 움직인다는 점에서 물건을 구매해온 가격과 판매 가격 사이의 마진은 그대로 그녀 주머니에 들어올 수 있다. 남의 사업이 아니라 내 사업이라는 점도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동력이 된다. 한씨는 “매달 들쑥날쑥하지만, 평균적으로 학교 월급 수준과 비교했을 때 최소 4~5배 이상 수익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에서 구입해 온 제품은 중국 현지에서 3배 이상 비싸게 판매되는 것이 상식이다.

따이공이 된 이들이 자신의 온라인 SNS 계정에 한국 제품들을 게재하고 판매하는 모습. (사진: 웨이보)
따이공이 된 이들이 자신의 온라인 SNS 계정에 한국 제품들을 게재하고 판매하는 모습. (사진: 웨이보)

대학 동료 교수들은 처음 그녀의 선택에 대해 들었을 때 대부분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그녀의 고수익을 곁에서 지켜보곤 그녀의 방법과 결심에 대해 칭송하며 자신들도 앞다퉈 따이공으로 변신하고 있다. 한씨처럼 직접 가지 않고, 현지인과 협업해 물건을 들여오는 방식으로 겸업하고 있는 교수들도 있다. 물론 일부 동료들은 그녀에 대해 ‘돈만 밝히는 여자’라는 비난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동료조차도 중국에서 교수직이 가진 벌이의 한계는 동감한다.

강의를 전담해야 하는 교수들이 적은 월급 수준 탓에 여러 가지 일을 겸임하다 보니, 자연스레 학교 업무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게 된다. 따이공 일을 겸임하는 어떤 교수는 강의 중 학생들에게 자신의 온라인 판매처를 알려주고 물건을 파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달 치 월세를 내고 나면 먹고 마시고, 입어야 하는 기본적인 일상생활조차 제대로 유지할 수 없는 월급 수준은 교육자로의 삶을 살겠다는 첫 포부마저 잊게 했다. 현실의 장벽에 부딪힌 많은 강사들이 교육자의 신분을 망각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크다.

이런 현상은 베이징, 상하이 등 1선 대도시에서도 마찬가지다. 해당 대도시에서도 전임 교수의 월급이 100~150만원에 그치는 걸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이들 역시 해외에서 어렵게 공부를 하며 학위를 받아온 이들로, 어쩔 수 없이 학교 외부에 작은 과외방을 차리거나, 가명으로 학원 강의를 하는 투잡을 갖는 이들이 많다.

과거에는 정부가 직접 나서 전임 교수들에게 거주할 집을 마련해주는 것으로 낮은 월급을 보완해줬지만, 사회주의 체제가 변화를 겪어오면서 이 같은 주택지급 제도는 사라지고 오로지 낮은 월급 수준만 남게 됐다.

이제는 정부가 움직여야 할 때다. 교육자 스스로 따이공의 길을 선택하지 않게, 교육자로 살고자 했던 최초의 사명감만큼은 잊지 않게 말이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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