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브레이터가 원래 의료기기였다고?
“뭐가 부끄러워?” 19금을 뒤집다, ‘식스티원’
바이브레이터가 원래 의료기기였다고?
2017.11.28 11:27 by 이창희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은밀한 욕망은 인류가 가진 본성이다.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욕구는 잘못 발현되면 범죄의 영역으로 들어가게 되지만, 잘만 활용하면 개인적 즐거움의 극치로 우리를 인도한다. 자, 여기 안전하고 활발한 성적 유희를 위해 팔을 걷어붙인 이들이 있다. ‘19금’의 음성적 이미지를 180도 뒤집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품고 나타난 ‘식스티원(sixtyone.co.kr)’. 혼자가 하면 부끄럽지만 모두가 하면 자연스러워진다는 이들의 당당한 목소리를 들어보자.

19를 뒤집자! 인식을 뒤집자!
19를 뒤집자! 인식을 뒤집자!

|[FIRST trigger] “성인용품 제조는 불법인데 판매는 합법?”

판교 스타트업캠퍼스에서 만난 식스티원의 ‘삼총사’ 김대희·최다은·옥진우 공동대표의 첫인상에선 ‘일탈’이 엿보였다. 갓 데뷔한 펑키록밴드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이들은 성(性)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개방된 사회를 꿈꾼다.

이들은 우리나라 성인용품 시장의 폐쇄적 구조와 제한된 정보, 애매한 법 제도에 주목했다. 현행법은 성인용품의 수입·판매를 허가하면서도 제조는 불법으로 못박고 있다. 그 와중에 세부 기준도 명확치 않아 법 적용이 그때그때 달라진단다.

국내에서 관련 용품을 수입하는 국내 총판은 모두 5곳, 이들이 거의 모든 정보를 독점한다. 개인사업자가 대부분인 소매점들이 이들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자연히 제품의 안전성과 직결되는 생산 정보 등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여기가 바로 식스티원의 시작점이다.

“소매점에선 총판에서 주는 대로 물건을 받아 판매할 수밖에 없어요. 심지어 홈페이지도 총판에서 만들어주죠. 이 산업 전반에 대한 공론화 필요성을 외치는 이유입니다.”(김대희)

 

|[FIRST join] ‘같은 마음+다른 역량=시너지’

세 사람이 처음부터 성인용품에 관심을 가진 건 아니다. 단순히 서로에 대한 인간적인 호감, 그리고 갈등을 해소하는 데 능하다는 공통점을 믿고 시작했다.

“저희의 특징이라면, 서로 눈치를 보지 않고 이야기한다는 점이에요. 속도감이 중요한 스타트업에서는 갈등과 충돌을 그때그때 빠르게 해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김대희)

“3명의 스타일이 각기 정말 다릅니다. 서로 상당히 다르다는 부분을 모두가 인식하고 이해하다보니 강요란 게 있을 수 없게 되죠.”(최다은)

일단 마음을 맞추고 나니, 속도가 붙었다. ‘우리 셋이라면 무엇을 하더라도 덤벼볼 만하다’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나름의 무기도 있었다. 바로 스타트업의 핵심인 ‘맨 파워’다. 김대희 대표는 지난 7년 간 3D프린팅 업체 등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옥진우 대표는 다양한 분야에서의 경험이 풍부한 디자이너 출신이다. 패션 관련 블로그와 유튜브를 운영해온 최다은 대표는 현재 식스티원의 전시 기획을 주도하고 있다.

세 사람의 경험과 핵심적 능력이 결합되면 하나의 상품이 기획과 디자인의 단계를 거쳐 마케팅까지 이뤄질 수 있다. 완벽한 분업화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지난 9월의 어느 날, 이들의 발칙한 행보가 시작될 수 있었던 이유다.

 

|[FIRST idea] 성인용품은 원래 의료기기였다!

식스티원은 성인용품의 안전성을 확보해 사용자에게 널리 이로울 수 있는 제품을 공급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 섹스토이 문화의 양지화와 활성화가 이들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그래서 이들이 가장 먼저 착수한 것이 여성 전문병원과의 제휴다. 제조·유통 과정이 베일에 싸여 있는 성인용품 특성상 질병이나 감염의 위험이 있고, 이에 대한 사례나 통계도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전문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제품을 선별하고 소비자들에게 사용법 등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게 식스티원만의 차별점이다. 더불어 제품의 기능에 앞서 인증서 여부를 체크하고, 판매 이후에도 고객들의 반응을 꼼꼼히 살펴 차후 제품 선정에 반영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용자가 성인용품을 깊숙한 곳에 숨겨 보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관리가 부실할 확률이 높고, 위생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죠. 정확한 사용법도 적극적으로 안내합니다. 물론 숨기지 않아도 되는 문화가 확산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겠지만요.”(최다은)

이들은 성인용품이 성적 유희를 위한 도구이면서도 본래 태생은 의료기기였다는 점을 강조한다. 여성들이 사용하는 바이브레이터는 여성 불감증 환자의 치료를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나, 서구 포르노 문화와 결합하면서 섹스토이의 상징이 됐다.

“여성들이 성인용품에 대해 마음을 열고 많이 알아갔으면 좋겠어요. 도구를 사용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대신 ‘힐링’한다고 받아들일 수 있으면 삶은 훨씬 풍성해질 수 있을 겁니다. ”(김대희)

식스티원이 주최하는 전시회. 뭔가 느낌이 오지 않는가.
식스티원이 주최하는 전시회. 뭔가 느낌이 오지 않는가.

|[FIRST trouble] ‘성인용품’이 왜 금기어인가요?

음지 문화를 양지로 끌어낸다?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자연스레 만만치 않은 장애물을 맞닥뜨렸다. 대중들의 인식이 점차 변하고 있음에도 이를 쫓아가지 못하는 규제들이 그것이다.

식스티원은 일단 가장 효과적인 온라인 마케팅이 쉽지 않다는 점을 호소한다. ‘성인용품’, ‘섹스토이’ 등의 특정 키워드를 온라인에서 사용할 경우 심의 기관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근본적으로 관련법들의 기준과 지침이 애매해 제재 여부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여기에 네이버와 카카오 등 주요포털에서는 이같이 분별없는 제재를 피하고자 원천적으로 해당 키워드들을 제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극복하고자 식스티원은 자사 홈페이지를 최대한 밝고 재미있는 분위기로 꾸몄다. 거부감을 줄이면서도 신뢰할 수 있는 제품으로 꾸준히 어필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전시회, 파티 등을 개최하며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오프라인 마케팅도 병행하고 있다. 김대희 대표는 “당장은 장벽을 최대한 없애는 데 주력하면서, 길게는 관련법 개정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어서와. 이렇게 깜찍한 성인용품은 처음이지?
어서와. 이렇게 깜찍한 성인용품은 처음이지?

|[FIRST outcome] 이제 ‘불씨’는 당겨졌다!

대중은 식스티원 같은 발칙하지만 신선한 발상을 기다려 온듯하다. 3개월에 불과한 시간에 기대 이상의 수익을 기록했다. 아직 시작단계라고 겸손을 나타내면서도, 여성 병원과의 연계를 통해 안전성을 내세운 것이 어느 정도 통했다는 자평이다.

하지만 이들이 꼽는 최대 성과는 대중의 인식 변화다. 성인용품에 대한 인식 자체가 변하는 속도는 더디지만, 변화의 필요성에 여론이 공감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2030세대가 정말 많이 달라졌다는 게 피부에 와 닿을 정도입니다. SNS에서 특히 많이 느끼죠. ‘불씨’가 당겨졌으니, 이제 속도가 붙는 단계라고 봅니다”(김대희)

물론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시장 조사를 하며 현재 유통되는 제품들 중 안전성이 떨어지고 기능 보장이 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결론도 얻었다. 인식 변화에 발맞춰 문화 자체가 바뀌기까지는 더 많은 공부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식스티원의 최종 목표는 현재의 수입·판매뿐만 아니라 성인용품의 제조까지 사업의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다. 해외 제품을 최대한 선별해 들여오고 있지만, 기본적으론 스스로의 손으로 만든 제품을 선보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단다.

“언젠가 세상 누구라도 부끄러움 없이 섹스토이를 사용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믿어요. 안전하고 좋은 제품으로 계속 노력한다면 그 날이 좀 더 일찍 다가오지 않을까요.(웃음)”(최다은)

 

/사진: 식스티원

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고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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