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의사소통, 어떻게 할까?
‘꾹꾹이’부터 ‘우다다’까지
고양이와 의사소통, 어떻게 할까?
2018.01.19 18:43 by 최현빈

첫 이야기를 써낸 뒤 한 독자분이 의견을 주었다. ‘어린 고양이를 하루 두어번씩 안아주면 특별한 정이 생기게 돼요’라고. 하루 두어번씩 안아주기, 당연히 해주고 싶었지만 방법을 모르는 게 문제다. 집 안을 뛰어다니는 숲이는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있었다. 집사의 손길은 100% 거절.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숲이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숲이

우선은 기다리기로 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했기에. 다행인 건 숲이가 주인을 아주 피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사근사근하게 다가오지 않아서 문제지. 밥을 먹거나 텔레비전을 보는 등 집에서 놀고 있으면 구석에서 지긋이 바라볼 때가 많다. 밤이 되면 “낄낄낄낄~” 소리를 내며 집안을 뛰어다니다가 침대 발치로 올라와 조용히 잠든다.

집에 들어온 지 D+3일. 혼자 놀기 바쁘던 숲이가 조금씩 집사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 이제 친해질 수 있는 걸까. 숲이를 안기 위해 시도한 여러 방법들을 소개한다.

 

| 고양이와 몸으로 대화하기

① 시작은 간단한 스킨십

집사 몸 주변을 맴돌기 시작한 숲이. 하지만 쓰다듬기 위해 손을 뻗으면 재빨리 도망갔다. ‘난 되지만 넌 안돼’의 전형이랄까. 별다른 대안은 없었다. 그저 가만히 있을 수밖에. 가만히 있는 것도 문제였다. 숲이가 계속 맴돌게 하려면 집사는 얼음처럼 가만히 있어야만 했고, 그러면 허리가 조금씩 쑤시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숲이를 만질 수 있을까.

숲이는 언제나 멀리서 나를 지켜봤다
숲이는 언제나 멀리서 나를 지켜봤다

이번엔 손을 뻗고 그대로 가만히 있어 보았다. 뻗어서 쓰다듬거나 안으려는 행동을 취하는 게 아니고 그냥 뻗은 채로 ‘가만히’ 말이다. 처음엔 기다란 손가락을 경계하며 마구 뛰어다니던 숲이. 시간이 지나자 은근슬쩍 손바닥에 자기 이마를 비비기 시작한다. ‘이제야 너가 날 좋아하는구나’라는 생각에 쓰다듬으려 하자 다시 도망간다. 다음엔 양손을 뻗은 채 가만히 있어봤다. 그러자 몸과 다리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양손에 이마와 뺨을 비빈다. 직접 만지려 들지 않는 게 정답이었다. 숲이가 움직이는 방향에 계속 손을 위치시켜 이마를 비빌 수 있게 했다.

손을 뻗으면 숲이는 잠시 냄새를 맡은 뒤 이마를 비볐다.
손을 뻗으면 숲이는 잠시 냄새를 맡은 뒤 이마를 비볐다.

초보 집사’s Note_ 고양이는 왜 이마와 뺨을 비빌까

숲이는 이마와 뺨을 만질 때 가장 좋아한다. 사실 이는 모든 고양이들의 공통사항이다. 고양이 특유의 냄새선이 이곳에 위치하기 때문이라고. 고양이는 애착을 가지는 모든 것(사람을 포함한다)에 자신의 냄새를 묻힌다고 한다.

② 코골이

이마와 뺨을 비비는 데 적응한 숲이는 이제 무릎 위를 올라오기 시작한다. 무릎에 누워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정신없이 구른다. 집사가 할 수 있는 건 양 팔로 떨어지지 않도록 받쳐주는 것뿐. 가장 편한 자세를 잡은 듯한 숲이. 얼마 지나지 않아 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골골골골…” 코 고는 소리와 비슷한 진동음이었다. 실제로 코를 고는 건 아니고 목 주변이 떨리며 나는 소리였다.

이는 ‘골골송’이라 불리는 고양이의 습성. 편안함을 느낄 때 내는 소리라고 한다. 숲이가 들어오기 전, ‘골골송’에 대해 들은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들을 줄은 몰랐다. ‘나와 함께 있는 게 편안하다니!’ 골골대는 녀석의 편안함을 깰 수 없었다. 아무리 허리가 아파도 가만히 있어야지.

팔에 ‘꾹꾹이’를 하는 숲이
팔에 ‘꾹꾹이’를 하는 숲이

계속 골골대며 누워있던 숲이는 앞발로 내 배를 꾹꾹 누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귀여워 SNS에 동영상을 올리자 ‘꾹꾹이 부럽다’는 댓글이 올라온다. ‘꾹꾹이’ 역시 고양이의 또 다른 습성이다. 어릴 적 어미의 젖이 잘 나오도록 촉진하던 행동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라 한다. 그때 행복했던 기분을 지금도 회상하는 거라고. 내 배에 누워 있는 게 행복하다고? 세상에. 지금도 숲이는 기분이 좋을 때면 내 배를 꾹꾹 누른다. 이게 바로 ‘고양이와의 친밀감’이구나.

초보 집사’s Note_ 골골송은 기회의 시간

집사는 신경 쓸 게 많다. 가장 어려운 건 고양이 몸 관리. 제때제때 발톱도 자르고 엉킨 털도 빗겨 줘야 한다. 하지만 고양이는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자기 몸에 손을 대면 더더욱. 그런 면에서 고양이가 얌전히 골골송을 부르는 시간은 집사로선 최고의 기회다.

여기서 주의할 건 절대 노골적이어선 안된다는 점. 골골송을 부르고 있다고 대뜸 발톱가위나 빗을 꺼내면 도망칠 수도 있다. 계속해서 고양이의 이마나 뺨을 만져주면서 ‘은근슬쩍’ 필요한 작업을 하는 요령이 필요하다.

③ 사냥 본능 해소

기분이 한껏 좋아진 숲이. 이제는 “낄낄낄~” 소리를 내며 집 안을 뛰어다니기 시작한다. 방 한쪽에서 다른 쪽 끝까지, 계속해서 전력 질주를 반복한다. 이러한 전력 질주는 ‘우다다’라고 불리는 고양이의 사냥 본능을 해소하기 위한 행동. 야생의 습성이 남아 있는 고양이에겐 집에서 해소하지 못하는 넘치는 사냥 에너지를 분출할 시간이 필요하다. 숲이는 기분이 좋을 때면 낄낄대며 신나게 집 안을 달린다.

문제는 밤이 깊어갈수록 이러한 ‘우다다’도 심해진다는 것. 자정을 훌쩍 넘어서도 숲이는 집 안에서 ‘우다다’를 해댄다. 집사는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고, 다음날 숲이의 기운을 초장부터 빼기 위해 ‘낚싯대’ 장난감을 꺼내 들었다. 고양이용 장난감들은 대부분 이런 사냥 에너지를 해소시켜 주기 위한 목적이 강하다. 낚싯대를 비롯해 깃털 막대, 가짜 쥐 등…. 숲이는 낚싯대 끝에 걸린 잠자리에 혼이 쏙 빠져 저녁부터 집 안을 신나게 달렸다. 이렇게 에너지를 소모해 주니 밤이 되자 주인보다 먼저 잠들어버린다.

낚싯대는 고양이의 훌륭한 장난감이다
낚싯대는 고양이의 훌륭한 장난감이다

 

스킨십과 놀이를 통해 숲이와 ‘정서적’ 유대를 쌓는 데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 조금씩 노력한 끝에 숲이를 잠깐이나마 안는 데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앞으로 숲이가 건강하게 무럭무럭 성장하는 것. 프로 집사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필자소개
최현빈

파란 하늘과 양지바른 골목을 좋아하는 더퍼스트 ‘에디터 ROBIN’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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