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간 3번 폐업한 창업가의 고백
5년 간 3번 폐업한 창업가의 고백
2018.02.19 18:50 by 제인린(Jane lin)

 

1994년 출생한 청년 창업가 천양페이(陈扬斐)씨. 아직 20대지만, 벌써 세 번이나 창업 전반을 경험한 이 바닥 베테랑이다. 첫 시작은 10대였다. 너무 성급했는지 그가 구상한 창업 아이템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고, 그 때마다 그는 곧장 자신의 고향인 장시성(江西)으로 귀향해 절치부심의 시기를 가졌다.

그는 최근 젊은 나이를 최대 무기로 수차례에 걸쳐 창업에 도전하며 겪은 일화를 자신의 웨이보 계정을 통해 공개했다. ‘청년 창업’이라는 모토 하에 중국 전역이 수년 째 들썩이고 있는 분위기 속에 그가 전하는 진짜 창업 현실은 무엇일까.

 

| 중학교 중퇴 후 창업 전선에 뛰어들어

천 씨의 학력은 중학교 중퇴가 전부다. 어려서부터 컴퓨터를 다루는 기술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중학교 중퇴 이후 2년 동안 상하이에 머물며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으로 컴퓨터 관련 기술을 배웠다. 주로 인터넷과 마케팅, 컴퓨터 기술 등이었다. 이후 고향인 장시성으로 돌아온 그는 곧장 자신의 어릴 적 친구와 공동 명의로 소규모 부동산 중개업을 열었다. 그 인생의 첫 창업이었다.

부동산 중개업은 중국 전역에 불던 지가 상승과 부동산 시장의 호황을 틈타 비교적 안정적인 운영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는 “공허함이 컸다”고 회상했다. 그의 진짜 꿈은 보다 더 큰 도시인 상하이에서 인터넷을 활용한 유통업체를 해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어느 창업자의 고백. (사진:웨이보)

결국 그는 20세의 나이로 상하이에 입성한다. 상하이에 도착한 직후 O2O(Online to Offline) 시스템을 활용, 온라인과 오프라인 투 트랙으로 신선한 과일을 판매하는 상점 운영을 시작했다.

당시로써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평가받았는데, 창업에 필요한 자금은 상하이 시정부가 제공하는 청년 창업지원금을 100% 활용했다. 당시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금액은 4만 위안(약 800만 원). 이 돈은 오프라인 상점 임대 계약과 애플리케이션 개발 비용에 고스란히 사용됐다.

그가 당시 운영했던 오프라인 상점은 기존의 일반 과일가게 상점의 형태와 동일했다. 진열장에 싱싱한 과일을 진열하고, 오가는 손님들이 과일을 사가는 방식이다. 하지만, 천 씨가 자신의 사업에서 중점을 둔 마케팅은 온라인 판매 유통 경로였다. 그는 당시에는 생소했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주문을 받은 뒤 고객이 주문 시 게재한 목적지로 과일을 배송하는 시스템을 구상했던 것이다.

3번의 창업과 3번의 실패를 겪은 천 모씨. (사진:웨이보)

그가 운영하는 앱에는 천 씨가 당일 공수한 신선한 과일의 목록과 사진이 게재돼 있고, 고객은 해당 사진을 보고 원하는 제품을 고른 뒤 주문하는 방식이었다. 천 씨는 “과일을 사러 직접 시장까지 찾아갈 시간적 여유가 없는 상하이 소재 직장인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예측 했었다.

실제로 중국인들 가운데 상당수는 아침 또는 저녁 식사 메뉴로 과일을 찾는 젊은이들이 상당한데, 과일은 당일 구매하지 않으면 쉽게 상하고 무를 수 있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주문 후 빠른 배송만 가능하다면 반드시 성공할 사업이라고 여겼던 이유다. 상하이 시정부역시 이를 우수한 아이디어로 평가하며, 창업자금을 지원했다.

베이징 하이덴취 중관촌 창업 카페. (사진:바이두 이미지 db)

하지만, 그의 예상은 현실에서 보기 좋게 실패했다. 그는 당시 자신의 창업 실패에 대해 “O2O를 활용한 과일가게 창업 후 3개월 동안 단 40건의 주문만 있었다”면서 “시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창업자금은 이미 사업 초기부터 바닥이 난 상태였고, 3개월 동안 배가 고팠다는 기억밖에 없다”고 회상했다. 결국 이 사업은 6개월 만에 파산했다.

그는 당시 자신의 창업 실패의 가장 큰 이유로 ‘운영 미숙’과 ‘자금 부족’을 꼽았다. 천 씨는 “파산 신청을 앞두고 어떻게든 사업을 살려보려고 시 정부 관계자와 창업 지원센터 등에 가능성을 강조했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면서 “당시 사업이 실패한 이유는 상하이 내에 창업 분위기가 저조했고, 창업 시장에 대한 안목을 가진 이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천 씨의 넋두리는 이어졌다.

“창업을 시작할 무렵 최고의 아이템이라고 극찬했던 사람들이 사업이 어려워지는 걸 보자 이를 바로 비웃음과 조롱의 대상으로 삼았다. 자금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일부 공무원들이 술자리에 모욕감을 주는 사건도 있었다”

그렇게 6개월 만에 막을 내린 그의 두 번째 창업. 이후 천 씨는 곧장 중국 최대 창업 특구라는 베이징으로 상경할 결정을 내린다. 더 ‘큰 물’에서 마지막 꿈을 실현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당시 그의 나이 21세. 천 씨는 베이징에서도 청년 창업 환경이 가장 용이하기로 소문난 ‘중관촌(中关村)’을 찾았다.

 

| 뚜렷한 목적없는 젊음은 오히려 비수

이곳에서 그는 자신과 함께 세 번째 창업을 시작할 ‘사부’를 만난다. 천 씨가 ‘사부님’으로 부르며 따랐던 정 모씨는 창업을 위해 약 50만 위안(약 1억 원)의 현금을 소유했던 투자자로 알려져 있다. 천 씨는 당시 정 씨와 함께 베이징 지역 영화관에서 판매되는 각종 영화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스타트업을 시작했다.

영화 상영관 앞에서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상품화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이들의 사업모델이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캐릭터 사진을 텀블러, 공책, 사진 등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다. 해당 상품은 영화가 흥행하는 기간 동안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 유통 채널을 통해서도 판매됐다.

창업을 시작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두 사람은 30만 위안(약 6천만 원)이라는 수익을 얻었다. 하지만 초기 투자금 50만 위안을 벌기엔 역부족이었다. 설상가상 사부로 모셨던 정 씨는 자신의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지자 수익금 중 단 한 푼도 천 씨에게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오히려 창업 초기에 정씨가 천 씨 명의로 대출받은 투자금이 천 씨에게 고스란히 돌아가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천 씨는 이후 창업의 꿈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다. 천 씨는 당시 베이징의 기억을 “떠올리기조차 싫은 끔찍한 기억’이라고 토로한다.

‘나는 창업달인’이라는 표어가 적힌 문구. (사진:웨이보)

그는 대표적인 중국의 창업 특구로 꼽히는 상하이와 베이징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상하이에선 창업자나 투자자를 만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베이징에서만큼은 자본 동원력 있는 투자자와 창업자의 만남이 쉽게 진행됐다. 하지만 그만큼 여러 가지 위험에 노출되기 십상이다. 청년 창업자가 대체로 사회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베이징에 처음 상경한 일주일 동안 무려 80명에 달하는 투자자를 만났지만, 이들 중 누구도 청년 창업자를 진심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무기가 젊다는 것 하나 뿐이라면 절대 창업하지 말 것”이라고 조언한다. 젊음이 가장 좋은 무기가 될 수 있지만, 때론 자신의 인생을 망칠 가장 뾰족한 비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천 씨는 마지막으로 “창업이라는 세계는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라며 “시간을 갖고 더 오래 고민한 뒤 젊음 이외의 뚜렷한 무언가를 확보했을 때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덧붙였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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