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스’가 다른 대륙의 ‘맘충’
‘클라스’가 다른 대륙의 ‘맘충’
2018.03.06 11:31 by 제인린(Jane lin)

공공장소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자신의 아이를 그냥 두고 보는 엄마. 버스나 지하철 좌석에서 찢어져라 다리를 벌리고 앉는 남자. 한국에서는 여전히 논란이지만 그래도 하나 둘 눈치를 보고 행동을 개선하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중국은 어떨까요?

‘문명은 줄을 서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문구가 인상적인 공익광고. (사진: 제인린)
‘문명은 줄을 서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문구가 인상적인 공익광고. (사진: 제인린)

他们说, 그들의 시선

 

-자전거 주차 금지 구역에 주차하지 말 것

-버스를 타고 내릴 때는 줄을 설 것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릴 것

-길거리에서 용변을 보지 말 것

중국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공익광고의 문구들이다. 너무도 당연한 내용의 지침들이 상세하게도 적혀 있다. 광고문 마지막 줄에는 공중도덕을 지키는 문화시민이 되자는 문구도 덧붙어 있다.

해당 광고문은 버스 정류장부터 크고 작은 식당에까지 그야말로 가는 곳마다 붙어 있다. 시민 문화 개선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의지가 분명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다수의 중국인들은 아직도 자전거를 아무 곳에나 대고, 무질서하게 버스를 타는 것이 일상이며, 쓰레기는 길바닥에 내버린다는 것일까? 심지어 대로변에서 용변을 보는 사람은 중국인이라는 말인가.

공자의 나라이자 오랜 문명을 보유한 중국의 모습은 어쩌다 이다지도 큰 실망감만 안겨주는 신세로 전락한 것일까.

‘문명 도시 건설은 나부터’, ‘줄을 서서 차례로 타고 내립시다’, ‘버스정류장에서 흡연은 금지입니다’ 등 교화 내용이 담긴 중국의 버스정류장 공익광고. (사진: 제인린)
‘문명 도시 건설은 나부터’, ‘줄을 서서 차례로 타고 내립시다’, ‘버스정류장에서 흡연은 금지입니다’ 등 교화 내용이 담긴 중국의 버스정류장 공익광고. (사진: 제인린)

她说, 그녀의 시선

최근 필자의 제자들과 함께 한국 언론에서 나온 기사를 함께 본 일이 있었다. ‘맘충·쩍벌남이라는 자극적인 단어가 눈길을 끌었다. 뉘앙스가 썩 유쾌하지 않아 개인적으로 사용을 꺼렸던 단어들이었다.

다소 난처했지만 이를 대체할만한 중국어 단어는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제자들은 해당 단어의 의미가 무엇인지 못내 궁금한 눈치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실제 사례를 들어 열심히 설명하려 애썼다.

그러자 설명을 듣고 있던 제자 한 명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이 단어 혹시 중국인의 행동을 조롱하는 신조어 아닌가요? 설명을 들어보니 대부분의 중국인들이 보이는 일상적인 생활 형태를 가리키는 것 같은데요?”

그랬다. 돌이켜보니 필자가 해당 단어에 대해 설명하면서 예로 들었던 것은 분명 한국의 사례였으나 이는 중국에서도 충분히, 어쩌면 더 빈번하게 찾아볼 수 있는 사례였다.

실제로 그동안 보고 듣고, 직접 겪었던 몇 가지 사례만 떠올려도 충분했다. 중국인들의 몰지각한 행태는 도처에서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었으니까.

일본 여행 중 무단으로 나무에 기어오른 아이와 기념 촬영을 하는 중국인 여성. 당시 중국인들의 이 같은 행위로 나무들이 크게 훼손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사진: 웨이보)
일본 여행 중 무단으로 나무에 기어오른 아이와 기념 촬영을 하는 중국인 여성. 당시 중국인들의 이 같은 행위로 나무들이 크게 훼손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사진: 웨이보)

 

이유는 역시나 역사적 배경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 중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20~30대로, 경제적 고공 성장기에 나고 자란 이들이 대부분이다.

1가구 1자녀 원칙에 따라 태어난 그들은 각 가정에서 물적·심적으로 부족함 없이 자라났다. 버릇없이 구는 그들을 이르는 소황제(小皇帝)’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성장 과정에서 어지간해서는 누군가에게 제지를 받아본 경험이 없다. 결국 어른이 돼서도 자신들의 입장을 내세우고 거침없이 요구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세대가 된 것이다.

그런 그들이 결혼을 하고 출산을 통해 아이를 갖게 되면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마땅히 공중도덕이 지켜져야 할 공공장소에서 타인의 불편이나 피해는 조금도 고려하지 않는 행태가 만연해져버렸다. 스스로는 보호받고 배려받아야 한다는 심리 속에 남들이 겪을 곤란함 따윈 안중에도 없는 이들이다.

예를 들자면 끝도 없다. 사람이 붐비는 대형 식당에서 자신의 아이만을 위해 아동용 음식 제공을 무례한 태도로 요구하는 것부터 아이와 동행하고 있다는 이유로 줄을 서지 않고 새치기를 하는 경우는 다반사다.

아이가 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길바닥은 물론이고 심지어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도 소변을 보게끔 하는 엄마도 있다. 엄마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 안에서 소변을 보는 아이를 직접 목격한 적도 있다.

중국판 ‘맘충’들의 무례한 행동을 고발해 큰 반향을 일으킨 중국 현지 칼럼. 자녀를 동반했다는 이유로 영화표 구매 시 줄을 서지 않는 일부 여성, 기차역에서 짐칸 위에 자녀를 태우고 소란을 방조하는 부모들에 대한 고발 내용이 담겨 있다. (사진: 首席育儿专家)
중국판 ‘맘충’들의 무례한 행동을 고발해 큰 반향을 일으킨 중국 현지 칼럼. 자녀를 동반했다는 이유로 영화표 구매 시 줄을 서지 않는 일부 여성, 기차역에서 짐칸 위에 자녀를 태우고 소란을 방조하는 부모들에 대한 고발 내용이 담겨 있다. (사진: 首席育儿专家)

남성들이라고 다르지 않다. 중국에 존재하는 무수한 쩍벌남의 존재는 이미 한국에서의 그것을 초월한 지 오래다.

필자가 출퇴근 시 이용하는 지하철은 쩍벌남들의 세상이다. 그들의 다리는 자석의 같은 극 마냥 한없이 벌어져 있다. 이들 때문에 7인승 좌석이 6인승 혹은 5인승으로 돌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콩나물 시루처럼 승객들로 가득 들어찬 출근길 지하철이지만 눈치 따윈 아랑곳없다.

이처럼 일부를 넘어 상당수의 사람들이 보이는 몰상식한 행태는 중국에서 이미 일상이 됐다. 주변 사람들은 별다른 문제 제기를 하지 않고, 눈치를 주는 이들조차 없다. 어쩌면 이들의 방관적인 태도가 그들을 더욱 당당하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에 대해 한 중국인 지인이 내놓은 변명(?)은 그야말로 기가 막힐 지경이다.

우리가 아무 문제의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 한 사람이 달라진다고 뭐가 크게 달라지겠나. 그냥 여기서는 남들이 다 그렇게 행동한다면 나도 그렇게 하면 된다. 외국인인 너 역시도 다리를 벌려서 앉든 누워서 가든 원하는 모든 행동을 그냥 해도 된다 거다

중국은 고대로부터 공자를 비롯한 많은 사상가들을 배출했다. 부끄러움을 아는 수오지심’, 남을 가엾이 여길 줄 아는 측은지심등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오늘날 중국에 그 같은 사상은 이미 찾아볼 수 없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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