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형의 부활이 절실하다
태형의 부활이 절실하다
2018.03.21 10:34 by 이지섭

 

뉴스를 보다가 툭 하고 터진 한 마디.

“세상 참 흉흉허다…”

친구 A가 혀를 차며 되받는다.

“맞아야 정신 차리지. 안 맞아서 그래, 안 맞아서.”

그렇다. A는 태형(笞刑·조선시대의 오형 중 하나로 볼기를 치는 것) 예찬론자다. 군대 구타도 근절된 마당에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과연 그럴까.

뉴스에선 매일같이 범죄 소식이 쏟아져 나온다. 끔찍한 흉악 범죄부터 권력가들의 추문까지 내용도 다채롭다. 최근 번지고 있는 ‘미투운동’은 입에 담기조차 거북스럴 정도다. 나쁜 짓의 향연을 다양한 매체에서 쏟아낸다.

기분 탓이라고? 범죄는 어느 시대나 존재했다고? 실제 통계를 보자. 2016년 한 해에만 총 140만7320건, 인구 10만명당 2722.3건의 범죄가 발생했다. 혹자는 “10년 전에 비해 감소한 수치”라고 말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범죄율이 낮아진 이유는 교통 범죄가 큰 폭으로 감소했기 때문. 교통범죄를 제외한 전체 범죄는 지난 10년간 11.2%가 증가했다.(2017 범죄분석, 대검찰청)

범죄의 유형은 갈수록 흉악해지고, 빈도도 느는 추세다.

그 중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강간 등)’, ‘아동학대범죄 처리 등에 관한 특례법’ 등이 포함된 ‘형법범죄’는 인구 10만명당 1945.4건으로, 지난 10년 동안 13%나 늘었다.

통계는 말하고 있다. “예전에도 끔찍한 일이 많았는데, 요즘 매체가 발달해서 더 많이 일어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란 말은 오히려 기분 탓이라고. 범위를 흉악 범죄로만 좁혀 봐도 인구 10만명당 63.8건이 발생했다. 10년 전엔 43.9건이었다.

이렇게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절반 가까이는 벌금형 이상의 전과자다. 이게 뭘 의미하겠는가. ‘솜방망이’ 처벌에 교화 효과는 ‘별로’란 얘기다. 이쯤 되면 범죄와 관련된 현행 제도나 처벌방식에 대한 의문이 생기기 마련이다.

흉악범죄자의 44.5%는 벌금형 이상의 전과자다.

그렇다면 옛날엔 어땠을까?

조선시대의 형법과 처벌에 대해 조사했던 <조선시대의 형사법제 연구>를 보면 몇 가지가 명확해진다. 우선, 당시에는 처벌의 목적성이 확립되어 있었다. 당시 유행하던 유교이념을 현실정치에 구현하기 위해 법치의 방법을 동원했고, ‘처벌’은 교화를 통해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최후의 수단’으로 인식했다. 처벌을 최후의 수단으로 생각했던 만큼, 지금과는 다른 처벌의 엄격성이 존재했다. 그 엄격성의 중심에 있던 것이 바로 ‘태형’이었다.

태형이라고 하면 쉽게 사극의 한 장면을 떠올리기 마련. 십자의 널대 위에 사람이 누워있고, 그 위로 “한 대요!”, “두 대요”, “육십칠 대요” 하며 매질을 하는 그 장면 말이다. 엉덩이를 맞고 난 후 반신불수가 된다거나, 둔부가 썩어 문드러진다거나 하는 정도로 알고 있는데, 엄밀히 말하면 그 모습은 ‘태형’이 아니다. ‘장형’이라고 해서 태형 이상의 처벌로 분류됐고, 처벌에 사용되는 매도 달랐다.(곤장이 아닌 얇은 형태의 매) 물론 맞는 수도 달랐다. 장형은 최소 60대 이상부터 매질을 시작했으니 처벌이라기보단 오히려 고문에 가까웠다.(개별적인 처벌이 남발되는 시대였으니 만큼, 곤장을 통해 끔찍한 일도 많이 일어났다고 한다.)

반면 태형은 국민의 안위와 같은 치안유지를 위해 존재했다. 곤장만큼은 아니지만 태형에 사용되는 회초리도 효과적인 처벌 수단이 됐다. 대두경(大頭徑)은 2분 7리(약 0.8㎝), 소두경(小頭徑)은 1분 7리(약 0.5㎝)이며 길이는 3척 5촌(약 106㎝)인 회초리가 둔부를 찰싹찰싹 내리칠 때마다 범죄자들은 자신의 죄를 뉘우칠 수밖에 없다. 범죄자의 재발 가능성을 낮출 수 있는 처벌의 방식으로 작동한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태형이 괜찮겠다 싶다.

옛날 옛적 효과적인 교화수단으로 활용됐던 ‘태형’(사진: blog.naver.com/jcs203/221043907076)

이런 지적도 있을 수 있다.

“에휴, 저런 사람들이 때린다고 정신 차리겠냐?”

답은 ‘그렇다’다. 정신 차린단 얘기다. 역시 통계로 답할 수 있다. 범죄자들에게 한 대 쥐어박는 나라,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후려 쳐서 정신 차리게 하는 국가는 지금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국가가 바로 싱가포르다. 2008년 국제형사기구(ICPO)에 따르면 태형을 실시하고 있는 두 국가인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범죄율은 각각 0.7%와 0.73%로, 미국(4.16%)은 물론 한국(1.66%), 일본(2.3%)보다 훨씬 낮다. 2016년에는 0.58%로 더 낮아졌다.(동 기간 한국 3.89%) 비율도 비율이지만, 꾸준히 감소추세를 보인다는 게 인상적인 대목이다.

사실 싱가포르의 태형은 유명하다. 불법입국과 체류, 무기나 탄약 소지, 밀수, 강간, 기물파손, 절도, 마약거래, 폭발물 소지, 살인미수, 폭력 등의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또한 대상은 16~50세 남성으로 국한, 16세 미만의 청소년이나 50세를 넘는 나이의 범죄자들은 제외된다. 형 집행 시에는 반드시 의사가 검진을 해 건강에 문제가 없어야 하고, 때리는 횟수도 최대 24대, 청소년은 10대로 제한된다. 또한 때릴 때마다 3명의 의사가 붙어 심각한 신체적 손상을 미연에 방지한다. 흡사 우리의 역사 속 태형에 근대 이성과 합리성이 가미된 것과 같다.

싱가포르의 치안이 유명한 건 우연이 아니다.(사진: Jordan Tan/Shutterstock.com)

싱가포르가 태형을 도입, 엄격한 처벌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바로 부정부패를 뿌리 뽑고 깨끗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썩은 뿌리를 들어내고 깨끗한 나라를 만드는 것. 우리도 원하는 모습 아닌가? 물론 전제돼야 할 것이 있다. 처벌에 대해 국가와 기득권이 악용하지 못하도록 공정하고 철저한 시스템을 구축해야만 한다. IOT 기술을 결합한 곤장머신의 개발을 통해 정확한 대수, 정확한 힘으로만 작동하게 하거나, 처벌대상의 숨소리의 떨림과 심장박동을 파악해 너무 아파하면 쉬었다가 때리는 식으로 말이다.

A의 마지막 말이 더 설득력 있게 귓가를 때린다.

“우리 때 봐, 학교에서 맞을 땐 그나마 사고치는 애들도 좀 잠잠했잖아.”

 

필자소개
이지섭

배우며 쓰고 쓰면서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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