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이 싸이를 K팝 핫 100 차트 1위에서 끌어내렸다.'
2013년 5월 미국 빌보드에 게재된 칼럼 제목이다. 조용필은 당시 발표한 19집 '헬로' 타이틀곡 '바운스'의 제목처럼 대한민국 가요계를 들었다 놓았다.
가요 담당 기자들도 덩달아 들썩거렸다. 푸르른 5월의 색깔만큼, 축제 분위기였다. 조용필은 어느 날 밤 펍을 빌려 기자들을 초대했다. 기자들은 '가왕'과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조용필은 노래를 부를 때를 제외하고, 카리스마를 내려놓는다. 스스로를 계속 낮춘다. 그걸 깨달은, 살짝 거만해질 뻔했던 풋내기 기자들의 밤은 길고 푸르렀다.
조용필이 데뷔 50주년을 맞아 다시 언론 앞에 섰다. '냉동인간설'은 내일모레면 일흔이지만 주름 없는 그의 외모에 한정된 수식이 아니다. 음악에 대한 자세, 한결같이 겸손한 태도를 아우르는 꾸밈이다.
나이 때문에 나올 수밖에 없는 '꼰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쉽게 받아들이면 된다고 고수의 경지를 보인다. "이 나이에 열심히 하고 음악 좋아하고 있다"면 된다는 얘기다.
트로트에 그룹사운드의 요소를 섞은 '돌아와요 부산항에'로 스타덤에 오른 그는 여전히 새로운 음악을 찾아 항해하고 있다. 엑소, 방탄소년단, 빅뱅 같은 아이돌 그룹의 공연을 유튜브로 찾아본다. 플레이리스트에는 아일랜드 밴드 '스크립트', 호주 출신 싱어송라이터 시아가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조용필의 노래는 '꿈'이다. "화려한 도시를 그리며 찾아왔네 / 그 곳은 춥고도 험한 곳 / 여기저기 헤매다 초라한 문턱에서 / 뜨거운 눈물을 먹는다"라고 시작하는 노랫말을 들을 때마다 심장의 피가 분수처럼 흩어진다. 그 흩어진 피는, 무엇인가를 찾아 떠나는 무지갯빛 꿈으로 탈바꿈된다.
50주년 기념 전국투어를 준비 중이고 이후 정규 20집도 꼭 낼 거라고 다짐하는 조용필의 꿈은 총천연색이다. 점차 사각지대에 놓이는 젊은이들의 꿈의 공간감과 색채를 톺아볼 수 있는 용기를 준다.
뉴시스 문화부 공연, 음악 담당 기자. 2008년 11월 뉴시스에 입사해 사회부를 거쳐 문화부에 있다. 무대에 오르는 건 뭐든지 듣고 보고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