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사들이 말하는, “이런 엄마 힘들어요”
특수교사들이 말하는, “이런 엄마 힘들어요”
2018.07.02 18:10 by 류승연

 

장애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가입돼 있는 카페, 블로그, 밴드, 단톡 방 등에 단골메뉴로 올라오는 이야기가 특수교사에 대한 것이다. 이런 선생님 때문에 너무 힘들다는 내용이 하나씩 올라올 때마다 그 밑엔 공감하는 엄마들의 댓글이 폭발을 한다.

그런데 그것 아는가? 교사들도 학부모 때문에 힘들다는 것. 그들도 무리한 요구를 하는 장애 아이의 엄마 때문에 힘들고 너덜너덜해진다고 한다. 윽. 갑자기 뜨끔해지는 건 나뿐일까?

어쨌든 교사들도 학부모 때문에 힘들고 고달프다는 ‘당연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난 후, 나는 특수교사들을 만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조용히 물었다. 학부모들이 어떻게 할 때 힘든지.

자. 시작한다. 교사들이 말하는, 이런 엄마 나를 힘들게 하는 진상 엄마. 혹시나 내 자신의 이야기는 아닐지 점검해 볼 일이다.

먼저 특수교사들은 아이의 장애를 이유로 공교육을 무시하는 엄마들이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니까 이런 거다. 등하교 시간을 엄수하는 건 사회생활의 기본이고, 그 기본은 장애 비장애를 떠나 마땅히 어린 시절부터 배워야 하는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장애 아이의 엄마들 중에는 ‘장애’를 ‘사회’보다 먼저 앞세우는 엄마들이 많다고 한다.

아이가 아침에 일어나지 않는다며, 아니 일어나기 싫어하는데 깨우면 학교 보내기까지의 과정(짜증을 받아내는 과정)이 너무 힘들다며 그대로 다시 잠을 재운다고. 어차피 학교에 가도 다른 아이들처럼 수업 내용을 제대로 따라가는 게 아니니 ‘학교생활의 규범’보다는 ‘아이의 컨디션’을 우선순위에 두는 것이다.

등교 시간만 무시하면 다행이다. 하교 시간도 마찬가지다. 내 아이를 위한 맞춤 특수교육을 실시하지 못하고 있는 학교보다 비싼 돈 주고 배우는 치료실 일정이 더 중요한 엄마들은 교사와 싸워가면서까지 아이의 치료실 일정을 위해 학교에서 조퇴하는 걸 당연한 권리로 여겼다.

학교에 가면 좋아하는 과목도 있지만 싫어하는 과목도 있고, 좋아하는 친구도 있지만 싫어하는 친구도 있다. 좋아하는 것만 하며 살 수는 없다. 장애를 가졌다 해서 이 사회는 좋아하는 것만 하며 살도록 봐주고 배려해 주지 않는다. 우리 아이들이 훗날 성인이 되어 직장생활을 하게 되어도 그렇다. 장애를 가졌으니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하라고 허락해 줄 회사는 없다. 세상은 그렇게 만만치 않다.

이런 것들을 배우는 게 바로 학교다. 사회생활이라는 건 그런 것이다. 사회에 속해있는 구성원들이 약속된 시간에 함께 모여 약속된 시간에 헤어지는 규칙을 지키는 것부터 시작이다.

그런데 이것을 엄마들이 어기고 있다고. 장애 아이 당사자가 어기는 게 아니다. 장애 아이를 둔 엄마들이 어기고 있는 것이라는 데 유념할 필요가 있다. 자식의 장애를 이유로, 장애를 가진 위해 부모인 내가 나서서 내 아이가 사회생활의 규범을 배울 수 있는 기회와 경험을 박탈하고 있는 것이다.

또 있다. 특수교사들이 입을 모아 당부한 것. 제발 공문 좀 제때 보고 준비물 좀 챙겨달라는 것이다.

나도 장애인 아들과 비장애 딸을 동시에 키우다 보니 매일 아이들 책가방 안에 들어 있는 공문을 보고 다음 날 준비물을 챙기는 게 만만치 않은 일임을 안다. 어쩌다 한 번씩은 공문 제출의 날짜를 어길 수도 있고 준비물을 까먹을 수도 있다.

그런데 장애 아이의 부모들 중에는 아예 손을 놓고 사는 듯한 엄마들도 꽤 있다고 한다.

“어차피 우리 아이는 통합수업에 제대로 참여하지도 못하는데 뭐~”라는 생각에서 그런 것 같다고 한다.

일반 아이들이야 “엄마, 선생님이 내일까지 뭐 챙겨오래”라고 말이라도 할 수 있지만 그러지 못하는 장애 아이들은 엄마가 챙겨주지 않으면 빈손으로 학교에 갈 수밖에 없다. 준비물 없이 멀뚱하게 앉아 있는 건 장애 아이에게도 좋지 않은 일이지만 그런 장애 아이를 바라보는 원반 담임선생님과 반 친구들에게도 결코 좋지 않은 일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대상화되기 때문이다. “쟤는 장애인이라서 준비물도 안 챙겨오고, 공문도 제때 안 내. 쟤는 장애인이잖아. 장애인은 원래 그래”. ‘장애’를 잘 모르는 비장애 일반인들에게 내 아이의 ‘장애’가 대상화되는 것이다. 엄마로 인해.

하지만 위에 언급한 일들은 약과에 불과하다. 너무 빈번히 일어나는 일이라 오히려 보편적이기까지 한 일이란다. 이런 보편적인 일보다 교사들을 더 힘든 건 ‘장애’가 있는 내 새끼가 너무나 불쌍하고 귀한 나머지 ‘내 아이만을 위한 선생님’으로 지내줄 것을 요구하는 엄마를 만났을 때라고 한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 말미에서 젊었던 그 시절의 차태현은 젊었던 그 시절의 전지현을 위해 그녀의 새로운 남자에게 장문의 긴 편지를 써서 보냈다.

“우리 누구는요. 이런 걸 좋아하고 이런 걸 싫어해요”.

그 편지에 모두가 공감의 눈물을 흘렸던 건 그것이 차태현과 전지현이기 때문이다. 남녀 간의 사랑에 관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장애 아이를 가운데 두고 특수교사와 엄마의 관계로 가면 그 때부터 엄마의 길고 긴 부탁의 말은 특수교사의 숨통을 죄는 올가미가 된다고 한다.

“우리 아이는 이런 걸 싫어하니 이런 환경에서 배제해 주시고요. 우리 아이는 이럴 땐 이렇게 반응해야 하니 이렇게 부탁드려요. 우리 아이는 어떤 활동을 할 때 가장 좋아하니 그런 활동을 많이 해 주세요”. 개별화학습 회의 때 하는 말이 아니다. 매일, 일상에서 빈번히 이뤄지는 주문이라는 게 문제다.

그리고 이런 부탁의 말 뒤엔 꼭 한마디씩 덧붙인다고 한다. “우리 아이 ABA 선생님이 그러는데~” “우리 아이 다니는 치료실 인지 선생님이 이렇게 하라고 하던데요”.

빠직~하며 이마에 힘줄이 선 특수교사는 한마디 하고 싶지만 대부분의 경우엔 엄마들과 싸우기 싫어 영혼 없는 “네네~”로 대답해버리곤 만다고.

특수교사는 누구 한 명을 위한 과외 선생님이 아니다. 모두의 교사여야 한다. 그렇게 요구했다고 해서 부모의 그 모든 세심한 요구를 다 들어주는 특수교사가 있다면 오히려 나는 그를 더 신뢰하지 못할 듯하다.

교사도 사람인 이상 요구하는 엄마의 아이에게 더 많은 관심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도 그것을 알기 때문에 한때는 무조건 요구하는 엄마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아니다. 내가 틀렸었다. 교사는, 진정한 교사라면 부모가 아닌 아이들을 보면서 가야 한다. 이제 나는 부모에 따라 그 밑의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면 그런 교사를 신뢰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렇다고 엄마 입장에서 아무것도 요구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당연히 부탁할 것은 부탁하고 요구할 것은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른바 교사와 소통을 하라는 말이다.

위에서 제시된 사례는 교사의 권한 안에 있는 학교생활조차 엄마의 의지대로 세팅을 해 놓고 그에 맞게 자신의 아이에게 특별한 신경을 기울여 달라 요구하는 일부 엄마의 이야기다.

교사들은 말한다. 우리 아이들이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기에 저마다의 개별성에 맞게 특화된 교육을 하는 건 당연한 건데, 학교에 보내고 나면 일단 교사를 믿고 학부모들도 조금 지켜봐 달라고. 모든 걸 엄마가 세팅해 준 환경 안에서만 자란 아이는 세상을 배울 수 없다고.

그리고 학교에 요구하는 만큼 가정에서도 일관성을 지켜달라고. 예를 들어 먹는 것에 집착하는 아이의 식이습관을 바꾸기 위해 학교에서는 제대로 된 급식지도를 요구하면서 집에서는 아무거나 먹게 내버려 둔다면 아이의 변화는 기대할 수가 없다고.

그리고 소수 의견으로는 아이들 위생에 신경을 써달라는 웃지 못할 당부도 있었다. 일반 아이들과 제대로 된 통합교육이 안 되고 있다고, 일반 아이들이 잘 놀아주지 않는다고 매번 불만을 제기하는 한 아이의 엄마는 2~3일씩 같은 옷을 입혀 학교에 보내고 손톱과 머리도 엉망으로 자랄 때까지 신경 쓰지 않는다고. 요즘 아이들이 어떤 아이들인데 그러냐고. 이건 장애 여부를 떠나 일단 외관상으로 비호감을 보이면 아이들이 가까이하지 않는다고.

엄마들은 말한다. 특수교사 잘 만나는 게 복이라고. 수업의 질은 교사의 질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교사들은 말한다. 언제 한 번 교사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기회를 줘봤냐고. 믿고 기다려 준 적이 있었냐고. 조금만 마음에 안 드는 일이 있으면 교장실에 전화부터 하는 요즘 시대 부모들과 대면해 살아야 하는 일상 속에서 교사들이 자신의 기량을 펼치며 얼마나 소신 있는 교육을 할 수 있었겠냐고.

이 문제는 가타부타 결론을 낼 사안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글을 마무리하기 위해 결론을 도출해 본다면, 특수교사들의 이러한 고충(?)을 알고 부모인 우리도 한 번쯤은 자성해 보자 정도가 될 수 있겠다. 부모라고 늘 옳은 방향으로만 가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필자소개
류승연

저서: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전)아시아투데이 정치부 기자. 쌍둥이 출산 후 180도 인생 역전. 엄마 노릇도 처음이지만 장애아이 엄마 노릇은 더더욱 처음. 갑작스레 속하게 된 장애인 월드. '장애'에 대한 세상의 편견에 깜놀. 워워~ 물지 않아요. 놀라지 마세요. 몰라서 그래요. 몰라서 생긴 오해는 알면 풀릴 수 있다고 믿는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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