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맥도날드에서 꽈배기를 파는 이유
중국 맥도날드에서 꽈배기를 파는 이유
2018.07.05 16:40 by 제인린(Jane lin)

 

중국인의 하루는 일찍 시작됩니다. 모든 초중고교와 대학교의 1교시는 8시에 시작되고, 회사의 필수 교육 프로그램 및 지시사항 전달은 통상 오전 7시부터 진행되죠. 이 때문에 중국의 길거리는 오전 6시부터 바쁜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룹니다. 지금으로부터 반세기 전 마오쩌둥 주석은 말했죠.

“세상은 동지들의 것이며, 곧 우리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남보다 이른 아침을 시작한 이에게만 허락된다.”

하지만 알고 보면 마오쩌둥은 늦은 새벽에 잠들고 아침을 늦게 시작하는 전형적인 ‘올빼미족’이었습니다. 이를 모르는 중국인들이 그의 당부를 애써 실천하고 있는 것이죠.

새벽의 맥도날드. 중국어 표기인 ‘마이땅라오(麦当劳)’가 영어보다 더 크게 표기돼 있는 점이 흥미롭다. (사진: 제인린)

他们说, 그들의 시선

이른 아침을 시작하는 중국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배를 든든하게 채우는 일이다. 이는 등굣길과 출근길 사람들의 손에 들려있는 다양한 요깃거리들이 잘 말해준다.

아침식사를 거르기 어려운 중국인들의 특성은 다른 나라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을 연출한다. 개혁개방 이후 여느 나라처럼 물밀 듯 상륙한 서구 프랜차이즈 외식업체들이 아침식사 메뉴를 내놓은 것이 그것이다.

중국인들은 아침식사로 죽이나 요티아오(달지 않은 맛의 꽈배기)를 즐겨 먹는다. 햄버거와 치킨이 대부분인 다국적 프랜차이즈 메뉴와 상당히 거리가 있다. 이들의 아침식사가 그리 보편적이지 않음에도 이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애쓰는 이유는 간단하다. 14억이라는 엄청난 인구 때문이다.

KFC와 맥도날드에서 판매 중인 대표적인 중국 요리들. (사진: 제인린)

她说, 그녀의 시선

최근 후난성 창사에 있는 맥도날드 간판이 전과 다른 형태로 바뀌었다. 기존의 M자 형태의 알파벳 디자인과 색감은 그대로지만, 그 색상과 형태가 조금 달라졌다.

로고 디자인에 민감한 다국적 프랜차이즈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일까. 알고 보니 ‘주인’이 바뀌었다.

지난해 중국 중신그룹은 미국 칼라일 그룹과 공동으로 맥도날드 중국 법인을 20억8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중신그룹이 52% 칼라일 그룹이 28% 지분을 소유하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중국 대륙에 있는 맥도날드 지점 중 1750곳이 직영에서 가맹으로 전환됐다.

중신 그룹은 “중국 맥도날드의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기존 체제에 대대적인 업그레이드를 가할 것”이라며 “집중적으로 새 지점을 열어 5년 안에 1500개 매장을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맥도날드뿐만이 아니다. 맥도날드보다 훨씬 많은 지점을 자랑하는 KFC 역시 중국 국내 자본으로 넘어갔다.

1987년 중국 진출 이래 KFC를 현지 1위 패스트푸드 체인으로 키운 얌브랜즈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의 금융 자회사와 저명 투자자인 프레드 후에게 사업권을 매각한 것.

현재 맥도날드와 KFC는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통해 중국 현지 메뉴들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이들 매장을 찾았다가 메뉴를 보고 놀라는 이들이 적지 않다.

‘베이징 카오야’, ‘석쇠 구이 통닭’, ‘오리구이 덮밥’ 등이 대표적이다. 음료 역시 기존의 콜라나 사이다 대신 홍차와 녹차, 버블티 등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것들이 점령했다. 위에서 언급한 요티아오와 죽은 ‘맥모닝’의 자리를 대체했다.

이 같은 ‘중국화’에 대한 현지 반응은 나쁘지 않다. 앞으로 맥도날드에서 중국 전통요리를 맛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부터 제아무리 거대한 프랜차이즈라도 중국화 현상을 거부하지 못한다는 자부심(?) 섞인 평가까지.

중국화는 정말 실체가 있는 것일까. 문득, 알고 지내던 ‘중국통’ 한국 교수의 말이 떠올랐다.

“고구려 혹은 발해가 중국을 통일했다면 지금 우리는 어떻게 됐을까요? 아마 모두들 중국어로 대화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가능성 높은 추론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중국 대륙에는 수많은 이민족들이 흘러들었고, 때로는 전쟁을 통해 장기간 점령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민족도 중국을 문화적으로 굴복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그들의 문화에 동화되는 일이 반복됐다.

이쯤 되고 보면, 대다수 중국인들의 자기중심적인 사고와 행동이 쉽사리 바뀌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다다른다. 어쩌면 그들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우리의 문화를 지키는 것을 고민해야 할 때가 올지도 모를 일이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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