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견과 함께 한잔하는 LP Bar를 아시나요?_ 히피히피
애견과 함께 한잔하는 LP Bar를 아시나요?_ 히피히피
2018.07.13 18:17 by 전호현

 

장마가 시작 된 지 얼마 안 된 날이었다. 모처럼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도 즐길 겸 좀 이른 시간에 나와 청계천을 걸었다. 그 동선에 오늘 소개할 LP Bar가 등장한다. 급격하게 개발된 왕십리의 뉴타운을 지나가다 마주치는데, 겉만 보면, 도대체 술집인지 카페인지 모를 정도다.

두 개의 턴테이블

너무 일찍 왔는지 오픈 시간이 2시간이나 남아 뉴타운에 가서 샐러드에 맥주를 흡입했다. 오랜 자취 생활을 하다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통 두 가지 중 하나의 선택을 하게 된다. 첫 번째는 주구장창 사 먹는 길로 가거나, 아니면 사 먹는 것이 질려 요리사가 되거나. 나는 첫 번째에서 특화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김O천국에서 라면 하나 먹는 것도 부들부들 거렸는데, 이젠 혼자 패밀리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음식을 떠먹는 뻔뻔한 인간이 되어버렸다. 어찌됐건 시작이 어렵지 그 다음은 일사천리더라는 경험자의 조언!

벽을 채운 LP들

그렇게 혼술을 즐기다 돌아간 LP Bar 히피히피는 아늑하고 아기자기한 곳이었다. 사실 이 가게는 모자디자인과 쇼룸을 병행하던 가게였다고 한다. 청계천 라인 중에서도 제일 조용한 곳이라 마음에 들어 자리를 잡았다고. 발달된 곳에서 떨어진 입지가 오히려 장점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지나가던 손님들이 사장님이 술을 마시는 걸 보고 술집인 줄 알고 들어왔고, 그렇게 쌓인 단골들을 중심으로 가게를 열었다는 말에 충격과 웃음을 금치 못했다. 그렇게 시작된 가게여서 그런지 일요일같이 쉬는 날은 낮에 개방을 해서 각자 가지고 온 술과 안주로 하우스 파티를 연다고 한다. 청계천을 바라보며 먹는 술이 그렇게 맛이 있다고.

블링블링 조명들과 CD케이스

부엌이 없어 안주는 과자 말고는 없다. 그 대신 너무 심한 향을 내는 음식만 아니면 직접 가지고 오는 안주들을 반긴다고 한다. 맥주를 제외한 술은 bottle로 팔지 않는다. 너무 과음하지 말라는 사장님의 작은 배려.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LP와 CD로만 재생한다. 어릴 때부터 모아둔 LP와 10년 동안 본격적으로 모은 LP까지 빽빽하게 들어차 있어 웬만한 곡은 - 특히 최신곡들은 - 신청하면 바로바로 틀어주신다.

JBL 4344

스피커는 익숙한 JBL 4344. 가게 전체를 향해 쏴주는 구조에다 워낙 좋아하는 시리즈이기도 하고 소리도 마음에 들었는데, 사장님은 앰프를 추가해서 사운드를 분리해서 연주하면 더 끝내준다고 하며 나중에 진공관 앰프가 추가된 구성을 갖추는 게 꿈이라고 했다. 나중에 레코드샵을 여는 것도 꿈이라고. 스피커를 고른 이유도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던 디자인이어서. 역시 디자이너다운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층의 풍경, 강아지 집

계단을 올라 스피커 뒤쪽으로 가면 여러 명이 둘러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회식이나 단체 손님을 위한 장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가게 자체의 컨셉이 아늑하고 아기자기한 분위기니 고성방가를 원하시는 분들은 다른 곳으로. 계단 옆에 있는 조그만 집은 이 집의 마스코트인 강아지의 안식처다. 영업 할 때는 큰소리에 괴로울까봐 걱정되어 데려오지 않지만, 낮에는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고 한다. 그 영향인지 여기는 애견을 데려올 수 있는 애견 술집이다! 나도 워낙 강아지를 좋아하는 터라 (먼저 간 친구들 RIP...ㅜㅜ) 어느 손님이 데려온 강아지와 한참을 놀았다. 나중에 얘기지만 사실 사장님이 몸이 좀 안 좋아져서 오픈한지 2년이 됐지만 1년을 쉬다 2개월 전에 다시 여셨다고. 이 시기에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

테이프들과 사장님이 디자인한 모자

영문으로 된 가게 이름, 히피히피는 해피와 묘하게 섞여있다. 행복한 가게가 되고 싶은 사장님의 바람이 담겨있는 이름이랄까. 이곳에 오는 마니아들도, 지나가다 문득 들어오는 손님들도, 히피히피를 지키는 사장님도 모두 행복해지고 싶은 바람. 이 글을 시작하기 전에도, 후에도 많은 LP Bar를 다녔지만 이상하게 모든 곳을 소개하게 되지는 않았다. 개인적인 취향도 있고 그때그때의 분위기에 많이 좌우되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최근 다녔던 몇 군데는 어두운 분위기 탓에 조금 우울해져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없었는데, 이곳은 가게에 있는 내내 한참동안 행복을 느꼈고, 고민 없이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이 주위를 들릴 일이 있다면 색다른 행복이 넘치는 이곳에서 청계천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같은 작은 행복을 찾아 돌아가길 바란다.

덧- 맥주는 IPA와 에일 위주의 균일가고 너무 늦게까지는 안 하니 분위기를 즐기실 분들로.

덧2- 사장님의 추천곡

 

히피히피

FOR 조용하고 색다른 LP BAR를 찾는다면...

BAD 마셔라 부어라!

필자소개
전호현

건설쟁이. 앨범 공연 사진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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