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정말이지, 더워도 너무 덥습니다. 살인적인 더위로 이름을 떨쳤던 1994년에 맞먹는 수준이라는 보도도 나옵니다. 심지어 오늘은 삼복더위 중 하나인 ‘중복’입니다. 이놈의 더위는 삼계탕 한 그릇 비운다고 어찌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희망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 무더운 시즌을 위해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총동원한 스타트업들의 기발한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니까요. 더위를 물리칠 무기들이 우리 주변엔 은근히 많이 있습니다. 우리가 더위에 지친 나머지 잘 몰라서 그렇지.
| 휴대용 선풍기 하나씩은 갖고 계시죠? 그런데 말입니다
요즘 길거리를 걷다 보면 저마다 휴대용 선풍기를 손에 들거나 목에 건 이들을 쉽게 마주칠 수 있다. 건물 밖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엄청난 열기와 습기가 몸을 휘감는 까닭에서다. 과거의 부채 따위로는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더위다. 힘껏 부쳐봐야 어차피 뜨거운 바람일테니까.
여기 흔하디 흔한 휴대용 선풍기들 사이에서 엄청난 주목을 받는 선풍기가 있다. 블루필이 올해 5월 출시한 ‘미니헤드 선풍기’가 그것이다. 6cm의 초소형 헤드, 107g의 가벼운 무게지만 풍속은 40km/h로 국내 최고 속도를 자랑한다. 3시간의 완충으로 무려 24시간을 연속으로 사용할 수 있는 놀라운 제품이다. 블루필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1분 만에 판매목표액을 달성했고, 한 달 만에 총 1만5000개를 팔아 2억5000만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 이 더운 여름날, 당신에게 상온의 맥주밖에 없다면
기온이 오르면 사람의 몸은 수분을 원하고 입은 청량감을 찾게 되는 법. 쉽게 말해 시원한 음료나 맥주가 당긴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당신 앞에 놓인 맥주캔이 겨울철 주머니에 넣어뒀던 캔커피마냥 뜨뜻미지근하다면?
뉴욕에 있는 스타트업 ‘로즈 다이나믹스’가 선보인 드링크인덕션 칠러(chiller)를 주목해보자. 이들이 만든 전기 코스터(coaster) 위에 맥주캔을 올려놓고 속으로 열을 세면, 놀랍게도 당신은 냉장고에서 갓 꺼낸 것과 다름없는 맥주를 마시게 될 것이다. 캔 하나 올려놓을 크기인 만큼 휴대성도 좋으며, 플라스틱과 유리까지도 모두 사용이 가능하다. 로즈 다이나믹스는 이 제품 하나로 현재까지 10만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 더위의 불청객 모기, 이대로 앉아서 당하기만 할 것인가
더울 때 찾아오는 불청객 일순위. 바로 모기다. “더워더워”를 외치며 모기랑 ‘The war’를 펼치는 모습, 여름의 흔한 풍경이다. 이놈들 때문에 한해 몇 만 명이 사망한다는 연구 결과를 들먹일 것도 없이 가려움 하나 때문에라도 성가시고 불편한 존재다.
홍콩에 소재한 스타트업 QM은 현대 과학기술을 총동원해 모기 퇴치기 엠박스(MBOX)를 내놨다. 모기가 사람의 호흡, 정확히는 이산화탄소가 대부분인 날숨에 반응한다는 게 과학적인 상식. 엠박스는 이산화 티타늄(TiO2)과 자외선을 이용해 (모기가 반응하는)이산화탄소와 수증기를 발생시킨다. 또한 모기가 좋아하는 파장의 빛을 뿜어내도록 했다. 쉽게 말해 덫이다. 이를 활용, 기구 통 속에 모기를 포획하는 방식이다. 마치 노모를 위해 마루에 배를 까고 누운 효자, 늙고 병약한 어머니 대신 자기 피를 맘껏 즐기라는 아들의 그 마음 씀씀이를 닮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