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바라보는 대만의 엇갈린 시선
중국을 바라보는 대만의 엇갈린 시선
2018.09.11 10:05 by 제인린(Jane lin)

 

중국과 대만(타이완)의 관계는 특수합니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같은 민족이지만 힘의 차이가 뚜렷하고 국제적 위상도 극명하게 갈리죠. 상대적으로 힘이 강한 중국에서는 대만을 이미 자국 영토의 일부로 취급하며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흡수할 수 있다고 여깁니다. 반면 대만의 상황은 다소 복잡합니다. 독립국의 지위를 확보하려는 움직임과 중국의 일부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목소리가 충돌하는 상황이죠. 친중(親中)이냐 반중(反中)이냐는 오늘날 대만에서 가장 중대한 갈등이 됐습니다.

홍콩의 독립을 지지하는 ‘항독’ 시위대의 모습.(사진: 웨이보)

|他们说, 그들의 시선

‘하나의 중국’을 주창하는 중국에서는 변방의 독립 움직임처럼 눈엣가시가 되는 일은 없다. 대륙 이외의 세력에 주도권을 허용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지만 성가신 존재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중국 대륙을 둘러싼 이들의 친중 혹은 반중 심리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그중 중국 정부와 반세기 넘는 시간 동안 이념적 대립을 이어온 대만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20세기 초반 국공내전에서 패배한 이들이 도피해 세운 대만이라는 나라 아닌 나라. 이주 2~3세대에 접어든 이들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대만 독립을 요구하는 젊은 청년들이 주로 사용하는 여권 커버와 스티커. 해당 여권 상단에는 ‘대만국’이라는 명칭이 표기돼 있다.(사진: 웨이보)

|她说, 그녀의 시선

“난 사실, 외국인들이 중국에 대해 ‘대륙’이라 부르고 우리에겐 ‘대만’ 또는 ‘섬사람’이라고 부르는 것이 못마땅해. 우리가 대만인 것처럼 그들은 ‘중국’일 뿐이지 대륙은 아니라구. ‘대륙과 섬’이라고 나누어 부른다는 것은 결국 그들과 우리가 ‘하나’라는 중국 정부의 논리를 따르는 것일 뿐이니까. 대만 사람들 상당수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어.”

최근 미국 하와이에서 만난 대만 출신의 한 지인 A는 이렇게 토로했다. 그의 집안은 청나라 시대에 중국 본토에서 대만으로 이주한 뒤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토박이다.

A는 중국의 현 권력자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물론이고, 중국으로 건너가 연구를 하거나 취업하려는 대만 출신의 청년들에게도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이념이나 국가관도 없이 오로지 돈을 좇는 가벼운 성품을 가졌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에 따르면 중국 정부에서는 중국의 유명 대학과 대학원 무료 입학을 미끼로 대만 청년들을 대륙으로 빨아들이고 있다. 학비뿐만 아니라 기초 생활비와 장학금 등을 아낌없이 쏟아붓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인재 영입이라는 명목으로 이뤄지고 있는 중국의 친중파 양산 정책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러나 A는 중국으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꿈꾸는 대만인들이 대다수라고 말한다. 아울러 그들이 가진 독립에 대한 열망과 움직임이 해외 언론에 좀처럼 소개되지 못하는 점을 개탄했다.

대만 독립 시위.(사진: 웨이보)

그런데 베이징에서 만난 다른 대만 지인 B의 이야기는 달랐다. 현재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에서 요식업에 종사하고 있는 그는 시진핑 정권에 대해 매우 우호적이다.

대만에서 나고 자라 자본주의식 교육과정을 경험했음에도 대만 같은 작은 규모의 나라는 대륙의 역사와 인구, 문화를 앞지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자연히 대만뿐 아니라 홍콩 등지에서 일고 있는 독립 움직임에 대해서도 ‘터무니없는 짓’이라고 규정한다. 대만이든 홍콩이든 지역적으로 대륙에서 멀고 가까운 정도가 다를 뿐, 다 같은 중국인이라는 것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 B의 생각이다. 더 나아가 반만년 중국 역사를 외면하지 않는 것만이 대만 같은 작은 규모의 조직이 지속적인 성장을 꾀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분석한다.

이들과 다른 제3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중국에서 동양철학을 전공하고 일본 강단에서 활동 중인 한 친구는 중국에서 쓰는 간체자 대신 대만에서 사용하는 번체자를 고집하고 있다. 사용상의 편리함이 있음에도 대만 고유의 언어를 사용하려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중국이 채택한 마르크스주의에 대해 깊이 공감하며, 중국의 역사를 대만의 역사로 받아들인다. 자신을 대만인으로 생각하지만 동시에 중국인의 정체성 또한 수용하려는 절충적인 모습이다.

이처럼 약소국 대만에서 거대 중국 대륙을 바라보는 시선은 제각각이다. 저마다 처한 상황과 겪은 경험에서 비롯된 인식으로 풀이된다. 어느 하나가 정답이라고 꼽을 수는 없다. 독립이든 병합이든 그들의 선택이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그들이 져야 할 운명이다. 힘의 논리가 횡행하는 현실에서 대만은 최선의 답을 찾아낼 수 있을까.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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