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다니고 있는 아이들에게 방학은 예나 지금이나 손꼽아 기다려지는 시간일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아이가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학교에서의 맛있는 점심식사, 친구들과 어울려 신나게 공을 차는 시간 대신 아무도 없는 집에서 홀로 허기와 외로움을 견뎌야 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어떤 아이들에게는 짧기만 한 방학이, 또 다른 어떤 아이들에게는 길고 지루한 시간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외롭고 배고픈 아이들과 희망을 나눌 수 있을까요. 우리는 그 답을 찾을 것입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사상 초유의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지난 7월 말, 전남의 한 초등학교에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방학 때라 썰렁해진 교정은 아이들의 재잘거림으로 금세 활기를 되찾는다. 아이들은 색종이와 수수깡, 과자 상자, 우유팩 같은 재료들을 이용해 무언가를 뚝딱뚝딱 만든다. 작품의 제목은 ‘더위로부터 안전한 우리 마을’이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창조한 마을 곳곳에 커다란 나무와 꽃으로 그늘을 만들고, 알록달록한 그네와 넓은 벤치로 휴식 공간을 배치했다. 각자가 원하는 대로 표현한 요소들이 모여 하나의 마을이 만들어졌다. 아이들은 쉴 새 없이 웃고 떠들며 가위질도 하고, 풀칠도 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성취감과 유대감을 얻는다. 누가 일부러 가르치지 않아도 말이다.
“방학에도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아요. 학교에 있을 때보다 훨씬 더 친해진 것 같아요. 내년에도 또 하면 안 될까요?” -이명원(가명·10·전남 △△초등학교)
이 활동은 국제구호개발NGO 굿네이버스와 BMW 코리아 미래재단이 함께 한 ‘2018 여름 희망나눔학교’다. 지난 7월30일부터 8월10일까지 전국 174개 초등학교에서 3,300여 명의 초등학생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 희망나눔학교는 방학 중 결식아동 위해 급식 뿐 만아니라 건강과 학습, 정서 등 에 대한 지원을 필두로, 야외 활동이나 여가시간이 부족한 아이들의 문제를 풀고자 했다. 특히나 방학 중 아이들이 겪을 수 있는 어려움에 대하여 다양한 측면에서 통합적인 지원을 제공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이를 통해 지역사회 위기 가정 아동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여 아이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건강한 방학, 신나는 방학, 함께하는 방학’을 주제로 한 2주 간의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은 ‘함께’하는 기쁨을 만끽한다. 크게 보면 신체놀이 프로그램, 소통 공감 프로그램, 팀 프로젝트를 아이들이 직접 수행해야 하고, 세부적으론 지역 문화시설과 테마파크를 방문하는 야외 활동부터 아나운서·연극배우·과학자가 되어 보는 체험형 특기교육까지 다양하다.
이번 희망나눔학교의 백미는 ‘우리가 꿈꾸는 미래- 위험에 빠진 우리 마을을 구해줘! ’를 주제로 아이들이 직접 재활용품을 활용해 마을을 꾸며보는 공모전 활동이었다. 도로안전 분야와 환경 분야로 올라온 수많은 작품 중 총 5개교의 작품이 결선에 올랐는데, 속내를 살펴보면 저마다 흥미로움이 가득하다.
경기 부천의 한 초등학교 아이들이 만든 ‘자연의 에너지를 담은 계절하우스’는 바람개비와 댐을 이용해 풍력과 수력 에너지가 흐르는 마을을 표현했다.
대구 지역의 다른 학생들은 학교 주변에서 인식한 위험 요소들을 토대로 차량 센서, 확장된 인도, 지정 흡연실 등을 구현한 ‘○○ 네이버스 마을’을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대구의 또 다른 초등학교는 환경 문제에 포커스를 맞춘 ‘업사이클로 업업(up up)된 우리 마을’이란 작품을 내놨다. 참치 캔과 나뭇가지로 가로수를, 병뚜껑으로는 연못과 물고기를 나타내 ‘친환경 마을’을 표현했다. 경남의 한 초등학생이 만든 ‘어린이가 안전한 저속도로 마을’ 작품에는 자전거로 변하는 자동차와 푹신한 자동차 등을 통해 안전을 원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잘 담겨있다.
이번 활동은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줬을까? 희망나눔학교에 참여했던 이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참가 학생(2658명)의 67%(1761명)가 “이번 활동을 통해 친구들과 훨씬 더 친밀해졌다”고 답했다. 63%(1676명)의 아이들은 “친구 및 가족들을 더 많이 이해하게 됐다”고 했으며, 74%(1969명)는 “향후 학교생활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했다.
기나긴 방학 동안 방 안에만, 혹은 학원에만 있었다면 분명 얻을 수 없는 결과다. 아이들은 작은 마중물에도 큰 넘침을 만들 수 있는 존재다. 유소년기의 경험과 인식이 인생 그 어떤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예전처럼 지루한 방학을 보내지 않아 좋았어요. ‘희망나눔학교’에서 이것 저것 참여하고 함께 하니까 짦은 시간인데도 참 빨리 친해진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 말고도 더 많은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김지아·12·대구 △△초등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