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짜리 생수를 2만원에 사라고?
1000원짜리 생수를 2만원에 사라고?
2018.11.20 19:23 by 제인린(Jane lin)

지난 원고를 통해 당신은 하와이에서 단기간(1~3개월) 거주할 집을 계약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제는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프라를 직접 준비하는 과정이 남아 있습니다. 현지에서 사용할 휴대폰 구입, 인터넷 설치, 도시 가스 배선 연결 같은 것들이죠. 이런 과제들 중에서 당신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은 바로 당신의 명의로 된 은행 계좌를 만드는 일입니다. 

하와이 현지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대표 은행으로는 ‘퍼스트 하와이안 뱅크’, ‘뱅크 오프 하와이’ 등이 꼽힙니다. 하지만 영어가 서툴다면, 한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서비스와 환전 수수료 우대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오하나 하와이 뱅크’도 있죠. 그래도 대형 은행을 우선 추천드립니다. 은행 소속의 ATM 기기도 많고, 유동인구 많은 곳이나 쇼핑센터 인근에 지점도 운영 중이니까요.

 

하와이의 대표 은행 '뱅크오브 하와이' 전경
하와이의 대표 은행 '뱅크오브 하와이' 전경

현지에서 본인 명의로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비자와 현지 주소, 그리고 집 주인과 체결한 임대차 계약 문서가 기본입니다. 한국에서 소지해 갔던 공식적인 신분증(주민등록증 또는 운전면허증)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외국인들에게는 미국에서 공식적으로 세금을 납부했던 과거 기록이나 부동산 구매 내역 등이 없기 때문이죠. 신분이 확인된 이후에는 한국에서 거주했던 주소를 요구받게 될 겁니다.

또 하나 기억할 것이 있습니다. 계좌 개설 시 인터넷 뱅킹을 신청할 것인지 질문을 받게 되는데, 이때 반드시 ‘YES’라고 대답해야 합니다. 대중교통이 발달돼 있지 않은 현지에서는 온라인 유통 사이트 ‘아마존’이나 ‘W’ 등을 이용해 쇼핑하는 게 편리하기 때문이죠. 바로 이때 인터넷 뱅킹 서비스가 활용됩니다.

휴대폰 구입 및 통신사 가입 과정 역시 고려할 수 있는 선택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현지에는 당신의 신분을 보증하거나 신뢰할 휴대폰 판매 업체와 통신 회사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강추하는 방식 중 하나가 ‘선불제’ 휴대폰 구매죠. 종류가 다양하지는 않지만, 100% 선불로 구입할 수 있는 저렴한 가격대의 스마트폰과 역시 비교적 저렴한 요금의 유심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선불로 구매할 경우 가장 저렴한 제품은 200달러(한화 약 22만원) 수준입니다.

 

하와이의 대표적인 대형마트 '세이프웨이' 전경
하와이의 대표적인 대형마트 '세이프웨이' 전경

은행 계좌 개설, 휴대폰 구입, 인터넷 설치 같은 것들은 꽤 귀찮고 시간도 요합니다. 하루 만에 뚝딱 마무리되지는 않겠죠? 그렇다면, 앞으로 며칠 동안 먹을 요기거리를 구매하기 위해 인근 대형마트를 찾아 갈 차례입니다.

현지 사람들은 외부인에게 “싸게 사려면 워마에 가라”고 권합니다. 그들이 '워마'라고 부르는 건 우리가 알고 있는 '월마트'죠. 다른 대형 마트인 ‘세이프 웨이’, ‘타임즈(times)’, ‘푸드랜드(food land)’, ‘돈키오테(일본계 대형 마트)’ 등과 비교해 최소 10~30% 이상 저렴하게 판매하지만, 어디까지나 현지의 다른 마트와 상점, 외식 업체와 비교해서 저렴한 것이지 미국의 다른 도시와 비교해서 저렴한 것은 절대 아닙니다.

 

현지에서 '워마'로 불리는 월마트의 전경
현지에서 '워마'로 불리는 월마트의 전경

그렇습니다. 사실 하와이의 물가엔 '살인적인'이란 수식어가 붙어도 무방합니다. 하와이는 100% 관광업에 의해 운영되는 지역입니다. 매년 900만명 이상의 국내외 여행자가 몰려오죠. 이들 900만 명의 여행자들은 모두 일생에 한 두 번 올까 말까한 이곳에서 어떤 가격대의 물건이라도 충분히 지불하겠다는 의사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실제로 하와이의 물가는 미국 뉴욕에 버금 될 만큼 높은 수준입니다. 여행자들은 단지 이 곳이 하와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최소 1.5배 이상 비싼 가격으로 먹고 마십니다.

하와이는 미국이 전략적으로 밀고 있는 관광지입니다. 자연이 특히 좋은 이곳을 청정 관광 지역으로 유지하려 하죠. 그래서 과거 근대화 시기에 건설됐던 공장들은 모두 사라졌고, 이제는 파인애플과 꿀 등을 키우는 몇 곳의 농장만 남아 있습니다. 때문에 하와이 현지에서 먹고 마시는 모든 것들은 동남아나 일본 등지에서 공수된 것들입니다. 각종 세금과 물류 비용이 합쳐지니 자연스레 값이 오를 수 밖에 없죠. 현지에서 태어나 사는 일반 주민들만 괜스레 이런 비싼 물가를 감당해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비싸면 어때, 없어서 못 파는데'
'비싸면 어때, 없어서 못 파는데'

재미있는 것은, 아무리 물가가 비싸도 때론 없어서 못 팔 지경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매년 8~9월이 되면, 하와이 섬을 접근해오는 수 개의 폭풍으로 인해 섬의 물류가 막힐 때가 있습니다. 이 때마다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열 흘 이상의 기간 동안 하와이의 섬 일대의 식료품 가격이 천정 부지로 오르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 9월 하와이 섬에 들이닥쳤던 태풍과 폭풍으로 인해 평소 99센트에 불과했던 생수 한 병이 22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1000원짜리 생수 한 병을 2만원 넘게 주고 사야 하는 상황, 상상이 가시나요?

사실 이 마저도 구입할 수 있으면 다행입니다. 식빵이나 쌀, 밀가루, 라면과 같은 필수적인 식료품은 태풍 접근 소식이 알려진 직후 대형 마트에서 일제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몰려드는 사재기 탓입니다. 실제로 폭풍 소식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날, 퇴근 후 마트를 가보니 커다란 카트를 밀고 닥치는 대로 물건을 쓸어 담으며 밀고 밀리는 카트들이 진풍경을 이루더군요.

 

태풍 온다. 물건 없다
태풍 온다. 물건 없다

비상시 사재기를 하는 것, 유통업체가 생필품에 대해 가격을 인상하는 것. 하와이 주법상 모두 ‘위법’ 행위입니다. 최고 1000달러 벌금형에 처해집니다. 하지만 ‘살기 위해서’는 어쩔 도리가 없어보이네요.

아직도 하와이가 완전한 ‘파라다이스’, ‘지상낙원’으로 그려지시나요? 다음 주엔 냉동식품으로 끼니를 해결할 수밖에 없는, ‘월급쟁이’ 현지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전하고자 합니다.

 

/사진: 제인린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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