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혼자라고 느꼈는데… 함께 해보니, 역시 혼자보단 여럿이 훨씬 좋더라고요.”
길게 늘어져 있는 가로수를 멋들어지게 찍은 사진. ‘나란히’라는 작품명을 가진 액자를 들여다보던 A씨의 설명이 이어진다. “여기 모인 모두가 비슷한 경험을 한 후 비슷한 목적으로 모인 만큼, 이 나무들처럼 나란히 걸어온 셈이죠.” A씨는 이 사진을 직접 찍은 다나음 참여자. 현장에 전시된 십여 점의 사진들은 모두 A씨와 같은 다나음 참여자들의 작품이다.
지난 8월의 마지막 날, 서울 마포구의 한 사진관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순간의 소중함을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바람을 담은 사진을 전시하는 ‘다나음’(다시 나아가는 한 걸음) 사진전이다. 이 사진전에 참여한 작가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고난을 극복하고 다시 사회로 진출하려는 암 경험자들. 이날은 지난 14주간의 교육을 마무리하는 수료식이자, 그간의 노고를 자축하는 축제와도 같았다.
그보다 앞선 7월 27일에는 다른 소질을 가진 암 환우들의 수료식도 있었다. 지난 6월 1일부터 시작돼, 참가자들에게 정서적 강인함을 안겨줬던 상담교육의 마지막 일정이 그것. 교육을 수료한 B씨는 “이번 교육을 통해 사회로 다시 나아갈 수 있는 첫 단추를 잘 낀 기분”이라고 했다. 동기생 C씨는 “배움의 길은 희망이자, 행복한 꿈”이라며 “앞으로 사는 내내, 내가 받은 희망과 행복을 다른 이들에게 나눠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최근 의료기술 발달과 항암제 개발로 암 완치율과 생존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전체 암 완치율(5년 생존율)이 70%를 넘을 정도. 하지만 암 경험자들에겐 ‘완치판정’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투병생활이라는 긴 터널 끝에 찾아오는 경제·사회적 고립과 그로 인한 자신감 하락, 사회부적응, 복직 혹은 구직의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다. 암 경험자 D씨는 “일을 하지 못한다는 현실은, 투병 이상의 스트레스”라며 “생활 전반에서 움츠러지는 기분을 느낄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다나음(다시 나아가는 한 걸음)은 바로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암 투병 이후 사회 복귀에 어려움을 겪는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질적인 교육과 인턴십을 제공하는 교육과정으로, 한국MSD가 후원하고 사단법인 아르콘(ARCON)이 주최한다.
사실 암 환자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은 적지 않다. 하지만 ‘교육의 장’에 직접 나서는 것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항암치료 후 떨어진 자존감과 체력이 걸림돌이 될 뿐만 아니라, 사회복귀에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된다는 점도 당사자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다. 암 경험자 E씨는 “완치 후 이런저런 교육을 들어봤지만, 교육을 마친 후 (일하라고) 불러주는 데는 없었다”고 했다.
다나음 프로그램의 차별점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상담, 사진 두 가지 교육 이후에 일정 기간의 인턴십 프로그램이 이어지는데, 이 시간을 통해 실무를 익히며 해당 분야 자신감을 얻고, 이후 항로를 개척할 수 있다. 먼저 상담 교육의 경우, 교육을 담당했던 ‘공공선연구소’에서 약 두 달간 집단상담 교육, 직업상담사 프로그램, 청소년 진로교육 등의 외부일정에 보조자 역할로 투입된다. 현재 인턴십에 참여하고 있는 B씨는 “상담 보조강사로 일하며 큰 용기를 얻었다”면서 “아픔마저 소중히 여길 수 있는 심리상담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해당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아르콘(ARCON)의 이미현 차장은 “수료생들끼리 따로 모여 상담 관련 스터디를 지속하고 있을 정도로 열정적”이라고 귀띔했다.
사진교육생들도 수료 후 현장실습을 경험한다. ‘장애인일자리 정보한마당’에서 취업용 증명사진을 촬영하는 등 다양한 인턴십에 참여한다. 사진교육생 A씨는 “사진을 새로 배우며, 내게 딱 맞는 업이란 걸 깨달았다”면서 “열심히 연마해서 더 감동적인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다나음’(다시 나아가는 한 걸음)은 한국MSD와 (사)아르콘(ARCON)이 올해 처음으로 출범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지난 6월부터 암 경험자를 대상으로 실질적인 교육과 인턴십을 제공해 건강한 사회복귀와 자립을 지원했다. 김소은 한국MSD 전무는 “프로그램을 통해 암 환우 본인과 가정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암을 극복하고 건강하게 사회로 복귀하는 분들이 더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후원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생각”이라 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