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만원짜리 췌장암 진단키트를 단 35원에 만든 겁니다. 그것도 5분 만에 100% 진단이 가능할 만큼 혁신적으로요. 15살 소년은 이를 위해 7개월 간 500편이 넘는 논문을 뒤졌죠.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요?”
안지훈 소셜혁신연구소 소장이 잭 안드라카(Jack Andraka)의 사례로 말문을 열었다. 16세에 췌장암 진단키트를 발명하며 ‘세상을 바꾼 십대’라는 수식어를 얻은 혁신가다. 그는 열세 살 때 각별했던 아저씨를 잃었다. 췌장암 진단을 받은 지 3개월 만에 일어난 일. ‘더 빨리, 더 정확하게 병을 알아낼 수는 없을까?’라는 궁금증이 일었다. 그 아저씨처럼 아무것도 모른 채 죽어가는 사람들이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안 소장은 “바로 이런 마음을 키우고 도와서 혁신으로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는 곳이 오늘 이 자리에서 처음 소개하는 소셜혁신연구소”라고 강조했다.
지난 28일 오후, 한양여자대학교 산하 소셜혁신연구소(이하 연구소) 개소식이 개최됐다. 지난 7월 설립된 연구소는 ▲청년 소셜벤처 활동가를 육성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소셜벤처 및 유관 조직들의 활동을 지원하며 ▲공공혁신 정책의 연구·개발을 목적으로 탄생했다. 이미 지난 여름 ‘소셜이노스쿨’이라는 교육과정을 자체 개발해, 한양여대 집중이수제로 개설(소셜벤처와 기업가정신, 교양 1학점)하며 사회적 가치의 저변을 넓혀온 바 있다.
축사와 연구소 소개, 제막식, 다과 등의 순서로 진행된 개소식에는 정부·지자체 관계자, 소셜벤처 및 사회적 경제 분야 종사자, 학교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해 사회적 가치를 향한 연구소의 앞날을 응원했다. 이보숙 한양여자대학교 총장은 기념사를 통해 “연구소가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 고무적”이라며 “앞으로도 사회적 가치의 저변을 넓히고 소셜벤처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앞장설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실제로 연구소는 지난 16일 서울시 38개 특성화고등학교와 업무협약을 맺고, 내년부터 연구소에서 개발한 사회적 경제 교육 프로그램을 교내 수업시간에 학습하도록 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지역 내 소셜벤처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도 연구소의 과업 중 하나다. 안지훈 소장은 “이미 44개의 소셜벤처와 협약을 맺었고, 이를 바탕으로 생태계 안에 더 많은 청년들과 결합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소식에 참석한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처음 취임했을 때 지역 내에서 활동하는 소셜벤처는 12개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그 수가 260개로 늘었다”면서 “연구소의 탄생으로 관학협력의 시너지가 더해진다면, 성동구가 명실상부 소셜벤처를 상징하는 지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자본주의가 초래한 불평등과 수많은 격차를 매워갈 대안이자 희망을 떠오른 사회적 경제. 하지만 ‘소셜’과 ‘벤처’ 사이의 균형을 맞추지 못하고 좌초되는 기업이 더 많은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대학과 지자체, 그리고 현장 활동가들의 삼각 편대로 굳건한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연구소의 행보가 더 궁금해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