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해가 짧아지는 시기가 되면 반가운 행사가 도래한다. 올해로 여덟 번 째를 맞는 ‘서울레코드페어’다. 오늘은 어느 한 곳에 있는 'LP BAR'가 아니라 LP에 관한, 가장 큰 행사인 레코드 페어 이야기 혹은 답사기를 소개한다.
지난 달 10일 토요일, 오가는 사람들로 시끌벅적한 서울역을 찾았다. 이맘때를 기다렸던 또 하나의 이유, 서울레코드페어를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최근 수년간의 붐에 힘입어 LP를 판매하거나 교환할 수 있는 장터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이 행사다. 기본적으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모자라는 시장인지라 중고판매부터 신규로 나오는 LP, 한정판까지 여러모로 모자란 부분을 채워줄 수 있어 시작부터 LP 애호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았다. 점점 규모가 커지더니 이번에는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역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려 어느 때보다 활발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특히 고무적이었던 부분은 61개나 되는 업체의 참여로 인한 양적 증가였다. 대부분의 음반판매가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면서 오프라인 가게 앞에서 음반 발매를 기다리는 풍경이 사라진지 오래다. 그런데 지금 이곳에서 인산인해를 이루어 음반을 직접 살펴보고 고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감격이 들었다. 잊고 있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라 기분이 묘했다.
다만 예년에 비해 행사 면에서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오프라인 축제만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고나 할까. 콜라보 형태의 공연도 있었지만 체험을 할 수 있는 아이템이 거의 없어 적극적인 참여로 이어지지 않았다. 단순히 이뤄지는 장터의 성격이 강한 탓에 주말 이틀만 열리는 점도 아쉬웠다.
LP는 앨범을 구매한다고 어느 곳에서나 감상할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니다. 오프라인에서 구매하는 추억과 함께, 관련 기기에 대한 구입 정보나 사용 방법 등을 체험해보는 행사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몇 군데 턴테이블을 다루는 곳을 제외하면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기들이 없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물론 취미생활이라는 것은 스스로 알아가며 발전시키는 부분이 크다. 하지만 주최측 입장에선 일부로 조금 더 넓고 대중적인 공간을 사용하면서 시장 규모를 늘리려는 목적도 있었을 텐데, LP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을 위한 행사가 좀 더 다양하지 못했다는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
테이프와 CD, MP3를 거쳐 이제는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실제 음반을 구매해서 감상하는 사람은 점점 줄어드는 때에 역설적으로 가장 오래된 재생매체가 인기를 끄는 것은 그만큼 아날로그를 그리는 사람이 많다는 뜻일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가슴을 울리는 추억, 누군가에게는 벅차오르는 기쁨, 또 누군가에겐 슬픔이나 아련함 등 다양한 감정을 되살려주는 이 음악 매체가 오래오래 발전해 계속해서 살아남아 있었으면 한다. 그 소망을 가장 잘 반영하는 행사도 이 ‘레코드페어’이기에 아쉬움 속에서도 다음 행사에 거는 기대가 크다. LP를 사랑하거나 관심이 있는데도 아직 가보지 못했다면, 오늘보다 좋을 다음 행사에 꼭 한 번 가보시길!
덧1- 운이 좋으면 이런 명반을 3천원이라는 혁신적인 가격에 건질 수 있다.
덧2- 홍보를 크게 하는 행사는 아니니 내년에 9회 ‘서울레코드페어’를 틈틈이 검색해보자
덧3- 좋아하거나 원하는 앨범을 구하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일찍 도착!
/사진: 전호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