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향의 고장 전주의 멋거리 양성소, 우진문화공간
29년을 지켜온 지역 문화예술에 대한 자부심
예향의 고장 전주의 멋거리 양성소, 우진문화공간
2019.02.27 14:36 by 조철희

‘기업利문화多’시리즈는 (사)아르콘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후원으로 진행하는 2018년 문화예술후원매개단체 지원사업 ‘두유노우!’(근두근 문화예술, 용한 기업의 문화 공헌, 력하면 리의 것!)의 PR 프로젝트입니다.

전라북도 전주는 예로부터 국내 최고의 음식 문화와 풍류를 즐길 줄 아는 전통으로 유명했다. 일찍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판소리 축제 ‘전주대사습놀이’가 탄생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예로부터 예향(藝鄕)이라는 자부심이 높았던 곳이 바로 전주였죠. 하지만 현대사회로 접어들면서 지역 대중들이 판소리 같은 문화예술을 즐길만한 통로가 많이 사라졌어요. 우리가 판소리를 다시 무대에 올려야겠다고 생각한 이유입니다.”

올해로 10년째 ‘우진문화공간’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영준(40) 감독의 말이다. 동명의 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우진문화공간은 1991년 전주시 서노송동의 우진건설 사옥 2층에서 개관했다. 당시 가장 먼저 정례화한 공연이 전국 최고의 명창들을 초대하는 ‘판소리 다섯바탕의 멋’이다. 이 공연의 역사는 곧 이 공간의 역사다. 판소리 부활의 기치를 내걸고 시작한 공연은 벌써 29년째 지역민들과 만나고 있다. 

 

전북 전주시 진북동에 위치한 우진문화공간
전북 전주시 진북동에 위치한 우진문화공간

| 전북지역 메세나(Mecenat)의 출발점

우진문화공간은 우진건설, 우진관광개발(태인컨트리클럽) 등을 경영하며 전북지역을 거점으로 기업 활동을 하던 김경곤(73) 회장에 의해 탄생했다.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활동 기반으로서 활용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이는 곧 전북지역 기업 메세나(Mecenatㆍ기업이 문화예술활동에 자금이나 시설을 지원하는 활동을 일컫는 말)의 출발점이 되었다. 현재 공간이 자리하고 있는 전주시 진북동 천변은 지난 2004년 신축한 곳으로 지상 3층 2개동(연면적 약 3,500㎡) 규모다. 당시 부지매입비, 건축비, 시설비 등을 위해 김 회장은 기꺼이 사재를 조달했고, 여기에 기업후원금도 더해졌다. 

판소리 무대로 소박하게 시작했지만, 현재는 명실상부 복합문화공간의 역할을 수행한다. 우진문화공간의 2개 동은 크게 갤러리동과 예술극장동으로 나눠져 있는데 갤러리, 소극장(175석 규모) 등의 전시‧공연 시설은 물론 오페라실, 기악‧성악 연습실, 무용 연습실, 세미나실 등 창작가를 위한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공간을 구상하는 단계부터 예술인들의 니즈가 세심하게 분석되고 반영된 결과다. 덕분에 연인원 1500명에 달하는 전문 예술인들이 이곳을 애용하고 있다. 

특히 젊은 예술인들의 설 자리를 만들어 주는 일에 관심이 많다. 국악, 양악, 퓨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젊은 예술가들에게 출연료를 지급하고 초청해서 무대를 꾸미는 ‘우리소리 우리가락’이나, 45세 이하의 미술작가를 대상으로 초대작가를 선정해 전시를 여는 ‘청년작가초대전’이 대표적이다. 두 프로그램은 모두 한 자리에서 25년을 이어온 유서 깊은 무대다. 

 

우진문화공간의 갤러리(왼쪽)와 예술극장 전경
우진문화공간의 갤러리(왼쪽)와 예술극장 전경

| 사그라지던 판소리 명창의 소리, 다시 울려퍼지다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 지역민과 소통하고 있지만, 역시 우진문화공간의 시그니처는 ‘판소리’다. 고(故) 박동진 명창은 생전에 “전주에는 소리를 꿰는 귀명창들이 있기 때문에, 우진(문화공간)의 판소리 무대에 설 때마다 옷깃을 새로 여미게 된다”고 평한 바 있다. 여기서 말하는 ‘귀명창’은 ‘귀가 명창’이라는 의미로 판소리에 조예가 깊은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우진문화공간이 전주에 판소리 공연을 부활시키면서 귀명창들의 수도 다시금 늘어나기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인 공연인 ‘판소리 다섯바탕의 멋’은 최고의 명창을 초청해 하루에 한 바탕씩, 총 5일간 진행된다. 고(故) 박동진 명창과 안숙선 명창이 단골 출연했고, 동편제 수장이던 고(故) 강도근 명창과 오정숙, 성창순 등 내로라하는 명창들이 이 무대에 올랐다. 이를 통해 전주에 판소리 부흥기가 찾아왔고, 2003년 판소리가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걸작에 등재되는 동력이 됐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이어진 ‘판소리 다섯바탕의 멋’ 포스터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이어진 ‘판소리 다섯바탕의 멋’ 포스터

우진문화공간이 지역민과 예술인들에게 사랑받으며 지역의 문화예술 발전을 견인할 수 있었던 힘은, 필요하다고 믿는 것을 굳건히 지켜나가는 소신으로부터 나온다. ‘판소리 다섯바탕의 멋’은 설립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어져 왔으며, 젊은 예술인 초청 공연인 ‘우리소리 우리가락’은 오는 3월 열릴 연주회로 123회째를 맞는다. 전북지역의 콜렉터들과 함께 타 지역의 유명 전시공간을 찾는 ‘미술기행’도 내달 계획되어 있는 서울의 국립현대미술관과 예술의전당 기행이 무려 192번째다. 김경곤 회장은 이런 뚝심을 인정받아 지난 2013년 한국메세나협회가 수여하는 ‘한국메세나대상-메세나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역 예술가를 육성하려면 우선 그들이 먹고살만해져야 합니다. 29년째 사업을 이어오면서도 끊임없이 ‘지속성’을 두고 고민하는 이유죠. 앞으로도 우진문화공간은 전북지역 예술인들의 파트너로서, 함께 작업하며 함께 성장해나가고 싶습니다.”(박영준 우진문화공간 감독)

 

/사진: 우진문화재단

 

필자소개
조철희

늘 가장 첫번째(The First) 전하는 이가 된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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