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 마니아 중국의 다음 타깃은 ‘애플’?
‘금지’ 마니아 중국의 다음 타깃은 ‘애플’?
2019.03.25 16:21 by 제인린(Jane lin)

지난 2017년 3월 15일. 중국 정부는 7개 항목에 해당하는 한국 관광 상품의 판매 금지를 단행했습니다. 인터넷에는 관련 상품을 게시하지 못하도록 했고, 중국에서 출발하는 크루즈선도 아예 한국에 닿지 못하게 했죠. 이유는 모두 알다시피 ‘사드배치’ 이슈 때문이었습니다. 한 해 400만명이 넘는 자국민이 한국을 찾고 있는 상황에서 ‘여행 금지’라는 무리수를 실제로 감행할 수 있는 나라가 또 있을까요? 온갖 '금지령'이 난무하는 '금지' 마니아 중국에서 이번에는 또 다른 희생양이 등장한 듯 보입니다. 그 대상은 바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브랜드 ‘애플’입니다.

 

애플을 대하는 중국의 시선이 심상찮다
애플을 대하는 중국의 시선이 심상찮다

他们说, 그들의 시선

올해 초 중국 온라인 상점에 최대 50% 할인된 ‘아이폰’이 등장했다. 흥미로운 건 이 제품이 불과 얼마 전 출고된 최신형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높은 가격대에 구매를 망설였던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지만, 웬일인지 선뜻 구매하겠다는 이들이 없다.

이와 동시에 중국 최대 온라인 포털 사이트 바이두(百度)에선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애플 금지령’이라는 수상한 단어가 검색어 상위에 오르락내리락했던 것. 중국에 거주하면서 한국 드라마나 영화 등을 금지하는 ‘금한령’부터, 크리스마스 행사를 금지하는 ‘산타 금지령’까지 별의별 금지령을 다 겪어봤는데, 이번에는 ‘애플’이 콕 찍힌 분위기다. 

그 분위기가 불과 한 두 해 전, 한국과 관련한 각종 업체, 연예인, 여행 사업 등 일체의 제품과 브랜드에 대해 ‘금지령’이 흉흉했던 때와 닮아있다. 실제로 ‘한한령, 금한령’ 등이 내려졌을 당시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은 번화가에서 한국어로 대화하는 것조차 조심해야 했을 정도로 ‘한국’과 관련한 모든 것들이 ‘금지’되어 있었다. 해당 시기에 중국 내 모든 한국산 브랜드의 인기도 한 순간에 곤두박질했는데, 2017년 1분기 삼성 스마트폰의 중국 판매량이 반토막났단 것이 좋은 사례다. 

최근 또 불고 있는 중국 내 애플의 위기론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중국에서 써내려가고 있는 애플의 스토리는 정말 이것으로 마감되는 것일까.

 

신상품 반값 할인에도 미지근한 반응에 직면한 중국의 아이폰
신상품 반값 할인에도 미지근한 반응에 직면한 중국의 아이폰

她说, 그녀의 시선

중국에선 스스로를 ‘A반’이라 자처하는 사람들이 있다. 애플의 ‘A’를 따서, 이 회사의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만 사용하는 유저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토록 두터운 마니아층에겐 최근의 흉흉한 소문이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더욱이 이를 그저 ‘소문’으로만 일축할 수 없는 현상들이 여기저기서 발견되고 있다. 실제로 중국 내 대부분의 온‧오프라인 상점에서 판매 중인 아이폰의 가격은 최근 두 차례에 걸쳐 크게 떨어졌다. 참고로 애플의 제품들은 그동안 단 한 차례도 가격 하락이나 급처분, 덤핑 판매 등을 진행한 사례가 없었다.

일례로 중국의 온라인 상점 ‘핀둬둬(拼多多)’에서는 현재 'iPhone XR Max'를 8099위안(한화 약 135만 원)으로 구입할 수 있는데, 이는 애플 공식 홈페이지 보다 1500위안(한화 약 25만원) 이상 저렴한 가격다. 이 뿐만이 아니다. 온라인 유통업체 징둥(京东), 온‧오프라인 유통 업체 ‘쑤닝(苏宁)’ 등 중국을 대표하는 판매처에서도 아이폰의 모든 시리즈 제품의 가격을 대폭 낮추고 있다.

온라인을 기점으로 시작된 할인 릴레이는 곧장 오프라인 상점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중국 내 가장 큰 오프라인 전자상가로 알려진 선전시(深圳) 화창베이(華强北) 일대의 상가들도 일제히 대대적인 아이폰 할인 이벤트에 나섰다. 화창베이 전자 상가에서 수 년 동안 휴대폰 판매업에 종사한 상점 주인들은 “아이폰 가격이 중국산 중저가 모델 휴대폰 가격과 유사해진 정도”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이 눈에 띄게 향상되지는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의 판매 부진은 추가 가격 인하에 대한 소비자의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며 “실제로 아이폰 시리즈가 중국 소비자의 인기를 다시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고 덧붙였다. 과거 아이폰과 맥북을 쓰는 젊은이가 일종의 우월한 문화를 영위하는 것으로 인식되던 분위기와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아이폰 시리즈는 중국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받고 마는 것인가?
아이폰 시리즈는 중국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받고 마는 것인가?

민‧관에서도 이런 분위기에 일조하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중국 내 국영 기업과 상당수 민영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자사 직원들에게 국내산 브랜드의 휴대폰을 무료로 지급하는데, 이덕분에 국내산 휴대폰을 사용해야 회사 생활에 불편함이 없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암암리에 조성되고 있다. 실제로 중국 내 다수의 기업체에서는 아이폰 유저에 대해 승진 제외 조치 등을 실행할 것이라는 자체 규정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저장성에 소재한 모 IT신소재기술업체 측은 최근 직원들에게 아이폰을 포함한 애플 전 제품 사용 금지령을 내리고, 이를 어길 시 승진이 어렵다는 엄포를 놓기도 했다. 반면, 국내산 휴대폰으로 변경을 원하는 직원에 대해서는 단말기 구입비에 대해 최대 50%를 지원할 것이라는 보상 정책을 내놓기도 했다. 

필자가 재직 중이던 중국의 모 대학에서도 외국인 강사의 중국 내 거처와 각종 유틸리티 비용을 대신 지불해오고 있는데, 작년과 올해 이들이 외국인 강사를 포함한 모든 강사들에게 지급한 무료 휴대폰은 샤오미와 화웨이 사의 제품이었다. 평소 아이폰을 애용했던 강사들은 집에서는 아이폰을, 집 밖에서는 중국 브랜드 제품을 휴대해야 하는 해프닝도 펼쳐진다. 

 

아이폰을 쓰면 승진에서 제외된다고?
아이폰을 쓰면 승진에서 제외된다고?

이 같이 한 업체 또는 국가를 겨냥한 중국의 ‘몰아가기’ 문화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매년 한 두 차례씩 한국, 일본 등 갈등이 빈번한 이웃 국가 또는 기업에게 던지는 '비상카드' 중 하나다. 갑작스런 ‘금지’ 조치에 당황스러울 법도 하지만, 중국인이 가진 일종의 국수주의 성향과 집단주의적인 문화는 이를 효과적인 조치로 둔갑시키는 힘이 된다. 

최근 중국 네티즌들이 애플사를 이끌고 있는 팀 쿡의 사진을 이용, 온라인상에 하락 중인 애플사의 중국 내 위치를 조롱하는 이미지를 게재한 것이 좋은 예다. 이는 한 때 중국에서 ‘A반’이라고 통칭되며 일종의 고급 소비문화로 여겨졌던 애플의 위상이 대중들 사이에서도 급전직하하고 있다는 신호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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