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연봉, 정교수직 마다한 천재 소년, 이유는 별 때문에?
억대연봉, 정교수직 마다한 천재 소년, 이유는 별 때문에?
2019.04.02 22:49 by 제인린(Jane lin)

이웃나라 중국은 14억이 넘는 인구를 자랑하는 대국입니다. 그 수만큼이나 다양한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살아가죠. 워낙 많은 사람이 있다보니 편견이 생기기도 합니다. 시끄럽다, 무례하다, 지저분하다라는 이미지가 대표적이죠. 하지만 이는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입니다. 모든 중국인이 그런 것은 아니죠. 오히려 소신과 기준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중국인들도 많습니다. 오늘 소개할 인물도 그중 한 명이고요. 

 

오늘은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중국인에 대해 얘기해보려 합니다.
오늘은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중국인에 대해 얘기해보려 합니다.

他们说,그들의 시선

베이피아오(北漂), 상피아오(上漂), 광피아오(广漂)…

위 용어는 각각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의 대도시를 떠돌며 경제 활동을 하는 ‘농민공’을 지칭하는 신조어다. 돈을 쫒는 중국인들의 성향을 함축한 단어인 것. 하지만 이는 중국의 단면에 불과하다. 필자가 모든 중국인들 다 겪어본 것이 아니란 걸 전제하고, 중국에서 만난 지인들의 대부분은 인생의 가치에 대해서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이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경제적 이익보다 생활의 편안함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예컨대, 결혼 배우자의 경제적인 수준이나, 학력 등의 기준이 자신보다 한참 미치지 못해도 단지 ‘좋아하니깐’이라고 답하며 결혼까지 ‘골인’하는 식으로, 자신의 이익이나 편의를 추구하기 보단 정과 친분에 이끌려 손해 볼 수 있는 선택을 하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게다가 그 선택으로 인해 결과가 좋지 못해도 그 결정을 후회하거나 미련을 갖지 않는 모습을 보며, 필자가 갖고 있던 편견들을 깰 수 있었다.  

오늘 소개할 청년도 그런 중국인 중 하나다. 자신의 천재성으로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중국의 한 청년. 유명 대학의 교수 자리도 뿌리치고, 단지 별을 보는 게 좋다는 이유로 홀로 기숙사를 지키는 차오위안(曹原, 이하 차오 박사)씨가 그 주인공이다.  

 

네이처가 선정한 ‘과학계 인물 10인’ 중 1위로 선정된 중국인 차오 박사의 모습.
네이처가 선정한 ‘과학계 인물 10인’ 중 1위로 선정된 중국인 차오 박사의 모습.

她说,그녀의 시선

최근 전 세계 과학계의 관심이 천재 중국인 청년에게 모아졌다. 영국 과학 전문지 네이처(Nature)가 선정한 ‘2018년 과학계를 빛낸 10인의 인물’ 1위에 오른 차오 박사가 그 주인공이다. 이는 지난해 그가 발표한 초전도체 분야 연구 논문이 학계의 큰 반향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네이처 측은 해당 논문에 대해 “초전도 분야는 줄곧 과학계가 풀지 못한 의문의 영역”이었다며 “그의 연구 결과는 과학계에서 일종의 전기학 분야의 혁명으로 일컬어지고 있다”고 호평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잠시 설명하면, 일반 ‘도체’는 전기가 통할 시 발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기가 도체를 통과하면서 도체의 원자와 충돌,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인데 이때 도체의 전도율이 아무리 뛰어나도 송전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을 피할 수 없다. 전기학 분야에서 송전 과정의 전기 손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일명 ‘초전도 물질’을 찾아내는 것에 혈안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차오 박사의 연구가 과학계에 발표되면서 ‘혁명’이라는 반응과 기대가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3월 네이처지에 소개된 차오 박사의 초전도체 분야 연구 논문
지난해 3월 네이처지에 소개된 차오 박사의 초전도체 분야 연구 논문

지난 1911년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헤이커 카메를링 오너스(Heike Kamerlingh Onnes)는 수은이 영하 273.15도에 육박할 때 초전도체로 변화한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했다. 이후에도 과학자들은 일부 금속의 경우 영하 273.15도 같은 극한의 저온에선 금속의 분자운동이 ‘0’이 되기 때문에 물체의 열에너지가 일체 사라진다는 것을 추가로 발견했다. 

하지만 일명 ‘절대 0도’로 불리는 영하 273.15도에 도달한 금속을 현실에서 활용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절대 0도에서만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초전도체의 존재가 크게 의미 없었던 이유다. 지금까지 과학계가 도달한 곳은 영하 140도 지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3월 차오 박사가 발표한 논문이 집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논문을 요약하면 ‘일부 금속의 원자 모양을 두 개 층으로 나누어 변화를 가할 경우 초전도체 변화를 꾀할 수 있다’는 것. 그의 논문처럼, 금속의 단일층을 분리해 초전도체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으로 접근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과학계는 '매우 흥미로운 연구 결과'라는 평가가 끊이지 않았다. 해당 분야의 일부 전문가들은 "열리지 않을 것 같았던 초전도체 연구의 문이 열렸다"고 호평하기도 했다. 콜럼비아 대학 물리학자 코리 딘(Cory Dean) 박사는 “그의 연구 결과로 인해서 추후 과학계가 연구해야 할 숙제들이 많아졌다”며 “매우 고무적이며 가슴 벅찬 연구 결과”라고 극찬했다. 

 

최근, 10대 시절을 중국에서 보낸 차오 박사의 앳된 모습이 중국 sns에서 공유되며  화제를 이어가고 있다.(사진: 웨이보)
최근, 10대 시절을 중국에서 보낸 차오 박사의 앳된 모습이 중국 sns에서 공유되며 화제를 이어가고 있다.(사진: 웨이보)

세계 석학들의 호평은 곧장 중국 내 관심으로 이어졌다. 각종 온라인 포털 사이트에는 차오 박사의 공부법이 공유되고, 그가 졸업한 모교에선 ‘차오 박사’ 마케팅을 펼치며 홍보에 나섰다. 현지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차오 박사는 17세 무렵까지 중국에서 교육을 마친 뒤, 곧장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고 한다. 그가 공부한 곳은 ‘중국과학기술대학교’라는 곳으로, 중국에서 가장 뛰어난 과학 인재들을 보유한 종합대학이다. 미국으로 온 차오 박사는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에서 석‧박사 통합 과정을 이수했고, 현재는 같은 대학의 ‘박사 후 과정(post doctor)’ 중이다.

평소 혼자만의 자유 시간을 즐기기를 좋아하는 차오 박사는 강의가 없는 시간에는 주로 기숙사에서 긴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소 그와 가까이 지낸 지인들은 “차오 박사는 전자 기기를 해체한 후 다시 재조립하는 것이 취미”라며 “이런 방식으로 전자 기기의 원리를 이해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차오 박사를 지도했던 헤레로(Herrero) 박사 역시 “그는 손수 제작한 망원경과 카메라를 통해 밤하늘을 관찰하고 촬영하는 것이 취미였다”고 회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중국 과학계는 그의 향후 거취에 대해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그의 모교에선 수 억원 대의 연봉과 정교수직, 과학원 원사 등을 보장하며 조기 귀국을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차오 박사의 입장은 한결 같다. 그는 현재 자신이 머물고 있는 미국에서 연구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해오고 있다. 그런데 그가 높은 연봉과 보장된 자리를 마다하고, MIT에 남으려는 이유가 다소 소박하다. 바로 “별을 보기 위해서”란다. 

차오 박사는 “지금 거주하고 있는 대학 기숙사 방에서는 밤마다 가장 반짝이는 별을 확인할 수 있는데, 중국으로 돌아가면 그 별을 찾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는 다른 어떤 현실적인 이유와 바꿀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헤레로 박사는 “사실 그가 머무는 방은 미국 내 연구실 중에서 천문을 관찰하기에 가장 좋은 위치”라고 설명했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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