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이 건강한 반려견을 원하는 당신에게, ‘숨탄’
몸과 마음이 건강한 반려견을 원하는 당신에게, ‘숨탄’
2019.04.23 08:00 by 이창희

‘스타트랙’은 핫한 스타트업의 발자취(Track)를 쫒으며 그들의 성장 동력을 파헤쳐보는 시리즈 콘텐츠입니다.

저와 만나기 전까지 어떻게 자라왔는지 궁금하잖아요. ‘견사에 직접 와서 보고 듣고 하라는 말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더라고요. 따로 교육까지 해준다는 것도 너무 좋았고요.”(초코탄 치와와 춘향이입양자 김OO)

스타트업 숨탄으로부터 강아지를 분양받은 김모 씨의 후기다. 비록 두 줄짜리 짧은 글이지만 숨탄의 서비스가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 엿볼 수 있다. 강아지 한 마리 분양에 무슨 이런 복잡한 서비스가 필요하냐고? 단지 소비자만을 위한, 소비자를 현혹하기 위한 서비스들이 아니다. 한참이나 잘못 굴러가고 있는 국내 강아지 분양 시장을 바로잡고자 하는 숨탄의 원대한 가치가 여기에 담겨 있다.

 

숨탄은 반려견 분양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스타트업이다.
숨탄은 반려견 분양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스타트업이다.

[Track 01] 오랜 친구, 강아지 그리고 창업

숨탄을 이끄는 정상훈·김세혁(25) 공동대표는 오랜 친구 사이다. 두 사람 모두 남들처럼 대학에 진학했지만 각자 전공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창업을 생각한 것도 아니었다. 뭘 해도 즐거운 친구와 함께 무엇이든 해보고 싶은 욕구가 있는, 평범한 20대 젊은이들이었다. 소년 같은 앳된 외모에, 강아지를 유달리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가진.

서로 믿는 친구와 함께 무언가를 도모해보고 싶은 욕심이 만났고, 거기에 기대가 겹쳐졌다. 용기와 자신감도 따라왔다. 이제 무엇이든 시작만 하면 되는 상황. 20183, 둘은 때마침 교육생을 모집 중이던 판교 스타트업캠퍼스 4기 과정에 지원했다. 예비 창업가를 위한 교육과 인큐베이팅을 전문으로 하는 기관이기에 이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제격이었다.

 

너나할 것 없이 어플리케이션 만드는 세상인데, 우리도 기깔난 걸로 하나 만들어볼까?”

좋아! 100만원이면 충분히 만들겠지?”

 

그들의 야심찬 첫 계획은 산산조각이 됐다. 100만원은 언감생심, 최소 3000만원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 첫 술에 배부르겠어?’ 이들은 곧바로 다음 구상에 착수했다. 전국에서 모범이 되는 펫샵을 소개하는 서비스였다. 당시 TV광고에서 우후죽순처럼 쏟아지던 부동산 어플에서 영감을 얻었다. 하지만 예비 창업가들의 아이디어가 대체로 거기서 거기란 걸 간과했다.

 

코치님, 저희가 이런 걸 좀 만들어볼 생각인데요.”

, 그거요? 이미 입주기업 중에 그 서비스 하는 팀 있어요. 거기 가서 취업하시면 되겠네.”

 

또 다시 좌절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무언가를 남겼다. (pet) 관련 비즈니스의 자료조사 과정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애견 분양 시장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엉망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소위 강아지 공장이라 불리는 열악한 환경에서 강아지들이 태어나고, 제대로 된 양육이나 교육 없이 무분별하게 팔려나가는 실정. 강아지도 입양자도 모두 불행할 확률이 높은 구조다. 결국 두 사람은 강아지를 좋은 환경에서 키우는 견사를 찾아내 협약을 맺고 직접 분양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숨탄과 얼굴들’. 가운데 두 명이 정상훈·김세혁 공동대표. 왼쪽은 파트너 개발자 이헌관 씨, 오른쪽은 디자인 담당 김웅배 씨.
‘숨탄과 얼굴들’. 가운데 두 명이 정상훈·김세혁 공동대표. 왼쪽은 파트너 개발자 이헌관 씨, 오른쪽은 디자인 담당 김웅배 씨.

[Track 02] 까칠한 사장님을 삼촌으로 만든 '진심'

숨탄의 최대 강점은 자타공인 실행력이다. 두 사람은 전국 곳곳의 견사를 무작정 찾아다녔다. 무려 300곳이 넘는 견사를 직접 방문했다.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로 오인 받아 견사 주인에게 된서리를 맞기도 하고, 목줄이 풀린 맹견에 물려 병원 신세를 진 경우도 있었다. 언뜻 봐도 어려보이는 이들의 외모 탓에 어린놈들이 뭘 안다고!’란 핀잔도 많이 들었다고 한다.

뒤늦게 생각해보니 그랬다. 사업을 제안하려는 입장임에도, 명함도 회사소개서도 한 장 없이 무계획으로 덤볐던 거다. 하다못해 커피 한잔이라도 사들고 가는 센스도 발휘하지 못했다. 아무리 좋은 계획과 훌륭한 선의를 가졌다 하더라도 기본적인 것이 갖춰지지 않으면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된 계기였다.

둘은 급히 명함과 소개서를 만들었고, 다시 견사를 누비기 시작했다. 견사 주인이 부재중이면 명함과 함께 간단한 설명을 곁들인 쪽지를 대문에 붙여놓고 나왔다. 그렇게 석 달쯤 지났을까. 예상치 못한 연락을 받았다.

, 뭔지 잘 모르겠는데 와서 설명 좀 해줘 봐요.”

 

만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했던 경기도 화성의 한 견사 주인이었다. 곧바로 달려갔다. 그리고 정중하지만 끈질기게 설득했다. 기존 펫샵 분양의 문제점을 강조하고, 이를 발전적인 방향으로 바꿔볼 자신이 있다고.

입양은 나날이 늘고 있는데 인프라가 큰 문제입니다. 사장님 견사는 환경이 매우 좋아서 저희와 함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불행한 루트로 팔려가게 하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 건강하게만 키워주십시오. 그 다음은 저희가 책임지겠습니다.”

 

견사에서 건강하게 뛰노는 강아지.
견사에서 건강하게 뛰노는 강아지.

간절함과 진심은 주효했다. 그렇게 하나 둘 연을 맺게 된 견사가 8곳까지 늘어났다. 지난해 9월에는 감격적인 첫 분양이 이뤄졌다. 그때의 벅찬 기분은 지금도 생생하다. 이들에게 특히 고무적이었던 것은 견사와 고객들의 반응이다. 올해 3월까지 누적 분양 30회를 넘기는 동안 단 한 차례의 컴플레인도 없었다. 고객들은 오히려 자발적으로 후기를 작성하고, 강아지의 성장 과정을 알리며 감사를 전해왔다. 협약 견사 주인들은 어느새 이들과 허물없이 지내는 삼촌 혹은 형님이 됐다.

 

[Track 03] 커다란 차이를 만든, 세밀한 노력들의 총합

숨탄의 서비스가 대체 어떠했기에 견사와 고객 모두의 만족을 이끌어낼 수 있었을까. 그것은 바로 그들이 신주단지처럼 여기는 몸과 마음이 건강한 강아지 분양이라는 비전과 미션, 그리고 그에 따른 세심한 실행력이다.

이들은 견사에서 강아지가 태어나면 촬영을 하는 것으로 작업을 시작한다. 1~2주차와 3~4주차로 나눠 사진을 올리고, 강아지의 부모도 상세히 소개한다. 어떻게 태어나고 자랐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이를 확인한 고객이 흥미를 느끼면 견사로 초대해 직접 확인할 수 있게끔 한다.

하지만 고객이 분양 의사를 보이더라도 당일 곧바로 데려가지는 못한다. 최소 생후 60일 이후부터 분양하는 것이 숨탄의 원칙이다. 왜일까.

사람도 그렇듯이, 강아지도 태어난 직후부터 일정 기간 동안에는 어미의 보살핌이 필요합니다. 최소 두 달은 젖을 먹고 함께 시간을 보내야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하게 자랄 수 있거든요.”

 

생후 60일 미만의 어린 강아지는 분양하지 않는다.
생후 60일 미만의 어린 강아지는 분양하지 않는다.

분양이 끝이 아니다. 숨탄과 협약을 맺은 반려견 교육 스타트업인 페디프가 영상통화를 통해 기본 교육 프로그램을 서비스한다. 배변 교육부터 문제 행동 훈련까지 다양하다. 처음에 파일럿 서비스로 제공했는데 고객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라 정규 프로그램으로 서비스하게 됐다.

이와 함께 숨탄이 자체적으로 제작한 키트도 제공한다. 분양 직후부터 참고할 수 있는 가이드북, 생후부터 남겨뒀던 사진이 담긴 다이어리, 견사에서 강아지가 사용하던 물건들, 맞춤형 사료, 간단한 장난감 등이다. 애견용품점에서 구할 수 있는 천편일률적인 제품이 아니라 견종과 특징 등에 맞춰 그때그때 마련한다.

 

숨탄의 비밀병기, 강아지를 위한 키트.
숨탄의 비밀병기, 강아지를 위한 키트.

이들의 세심한 배려에 고객들은 감동한다. 실제로 숨탄에 문의를 해온 고객들 5명 중 1명은 분양을 결정한다. 견사를 직접 확인한 고객의 분양 성사율은 90%가 넘는다. 문득 조금 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면, 더 큰 수익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정작 숨탄의 젊은 두 대표는 담담하다.

글쎄요. 마케팅도 분명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고객이 우리를 찾았을 때 만족을 선사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고객 100명을 무리하게 끌어오려 하는 대신 단 10명이라도 만족도를 높이는 쪽이 느리지만 옳은 길 아닐까요.”

강아지 분양을 통한 숨탄의 수익은 아직 그리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니다. 하지만 투자나 공모전, 정부지원사업 같은 외부 수혈은 고려하지 않는다. 탄탄한 기반을 위한 확고한 신념 때문이다.

초창기엔 공모전이든 지원사업이든 닥치는 대로 다 도전해봤어요. 근데 그러다 보니 이게 사업을 하는 건지 지원사업 업체인지 헷갈리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그만뒀습니다. 언젠가는 분명 마중물도 필요하겠지만, 아직까진 순수 매출로 생존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더 큽니다.”

 

강아지도 사람처럼, 좋은 환경에서 더 건강하게 자란다.
강아지도 사람처럼, 좋은 환경에서 더 건강하게 자란다.

[epilogue]

연초부터 희소식도 날아들었다. 숨탄의 서비스를 SNS로 접한 필리핀의 한 개인이 국제 분양을 의뢰해 온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요청에 부랴부랴 알아보니, 강아지를 항공으로 배송하는 작업은 검역 문제가 상당히 복잡하고 비용도 크게 소요되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필리핀 고객은 분양을 원했다. 며칠 뒤엔 베트남에서도 같은 의뢰가 들어왔다. 비즈니스 확장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는 상황. 별다른 홍보 없이 이뤄진 일이라 기쁨은 더 컸다. 하지만 숨탄의 두 대표는 신중하게 고민 중이다. 두 젊은 대표의 대답은 끝까지 그들답다.

너무 감사하고 감격스럽죠. 우리의 가치를 알아봐준 것이니까요.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봐야겠지만강아지가 장시간 비행하는 동안에 받을 스트레스가 염려되고, 그로 인해 나중에라도 건강이 안 좋아 질까봐 걱정됩니다. 더 신중해지려고 하는 이유죠.”

 

/사진: 숨탄 제공

 

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으며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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