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서 가장 창업하기 좋은 국가와 도시는?
아시아에서 가장 창업하기 좋은 국가와 도시는?
2019.07.04 18:02 by 제인린(Jane lin)

아시아 국가 중 스타트업하기 가장 좋은 나라는 어디일까? 최근 글로벌 사모투자펀드 조사기관 ‘프레퀸(Preqin)’이 지난해 아시아 국가에 투자된 오픈 벤처 거래액을 조사한 결과, 최대 투자 규모 10곳의 기업 중 무려 9곳이 스타트업이었고, 이중 7개의 업체가 중국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에서 스타트업하기 가장 좋은 나라는 역시 중국이었다.
아시아에서 스타트업하기 가장 좋은 나라는 역시 중국이었다.

프레퀸은 중국 대륙으로 대규모 자금 투자가 몰리는 현상에 대해 “스타트업을 키우려는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이 전 세계 자금 투입을 불러오는 주요한 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베이징, 상하이, 항저우 등의 3개 도시 정부는 지난해 수 천 억원 대의 정부 지원금을 투하하기도 했다. 해당 조사는 중국 1선 도시 가운데 상당수 지역의 경제 및 교육 수준이 높다는 점과 주요 학술 기관, 선진화된 인프라, 창업 기업에 대한 정부의 세수 혜택과 무이자 대출 혜택 등이 벤처 투자를 이끄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흥미로운 건 최근 중국 정부가 자국 스타트업에 대규모 지원 정책을 펼치는 것이 과거 미국 정부의 실리콘밸리 양성 정책과 매우 닮아 있다는 점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 1958년 실시된 일명 ‘Small Business Investment Act’를 통해, 미국 내 청년 창업 붐을 일으키고, 이를 지속해왔다. 해당 정책은 다양한 우대 금리와 정부가 직접 담보하는 대출을 통해 금융권의 대규모 자본을 실리콘밸리로 끌어오면서 오늘날 실리콘밸리를 만드는 기반을 형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58년 발효된 ‘Small Business Investment Act’이 실리콘 밸리에 마중물을 부어줬다.
1958년 발효된 ‘Small Business Investment Act’이 실리콘 밸리에 마중물을 부어줬다.

이번 조사에서는 국가 외에, 아시아에서 청년 창업자에게 가장 우호적인 도시도 선정됐다. 1위는 역시 중국의 베이징. 그 중에서도 베이징 북서쪽으로 치우친 지역에 자리한 ‘하이덴취(海淀区) 중관춘(中关村) 창업 특구’가 특히 관심을 끌었다. 이 일대는 청년 창업자들이 다양한 창업 투자를 통해 ‘무일푼’으로 창업에 성공하기에 가장 적합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곳은 필자가 지난 4년 동안 거주했던 지역이기도 한데, 세계적인 컴퓨터 제조 기업 ‘레노버(LENOVO)’와 중국판 구글로 불리는 ‘바이두(百度)’, 중국의 대표적인 전자 상거래 업체 ‘징둥(京东)’ 등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기업들이 대거 포진해있다. 

 

베이징시 북서쪽, ‘중관촌 이노웨이(INNO WAY)’로 들어서는 길목.
베이징시 북서쪽, ‘중관춘 이노웨이(INNO WAY)’로 들어서는 길목.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기준, 이 일대에서 운영 중인 하이테크 스타트업의 수만 약 9000여 곳에 달한다. 해당 보고서는 베이징에서도 유독 북서쪽에 치우친 하이덴취 일대로 창업기업이 몰리는 이유에 대해, 중관춘 지역에 베이징대학, 칭화대, 인민대 등 중국의 명문대가 포진해있어 이로부터 배출되는 인재를 유입하기 최적의 조건이라는 점을 꼽았다. 실제로 베이징대, 칭화대, 인민대 등 3개 대학은 특구와 도보 10~15분 거리에 불과하다. 마치 한국의 신촌 일대에 유수의 대학이 밀집, 도보로 모든 대학 캠퍼스를 찾아 볼 수 있는 것과 유사한 형태다. 

또한 하이덴취 일대에는 약 40곳의 1류 대학(중국 정부는 지난 2017년부터 전국에 소재한 1000여 곳의 대학을 1‧2‧3류 등으로 분류해 교육 지원금을 분할 지원해오고 있다.)과 200여 곳의 과학기술 전문 연구소, 국가 부속 실험 연구소 등이 고르게 분포돼 있다. 

이들 스타트업, 대학, 연구소 등은 모두 중국 중앙 정부와 베이징 시정부 등으로부터 여러 가지 세수 혜택과 투자금 등을 지원받는다. 특히 지난해 기준 베이징에 투자된 벤처 투자금 규모는 무려 663억 위안(약 12조 원)에 달했는데, 이는 창업하기에 좋은 도시 2위에 선정된 상하이와 비교해도 무려 1.5배 이상의 대규모 투자금이다. 투자는 즉각 효과를 보여줬다. 지난해 베이징 하이덴취에 등록된 창업기업 중 무려 79곳이 최소 10억 달러(약 1조 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가진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베이징 하이덴취 중관촌 일대에 위치한 베이징대학교 입구. 중관촌 이노웨이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소재해 있다.
베이징 하이덴취 중관춘 일대에 위치한 베이징대학교 입구. 중관춘 이노웨이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소재해 있다.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창업하기 좋은 도시는 지난해 기준, 427억 위안(약 7조5000억 원)의 벤처 투자금을 끌어들인 상하이다. 상하이 시의 정책 중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기업에 대한 규모와 종업원 수에 따라 투자자들이 처음 투자한 금액의 최대 60%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보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베이징 일대로 유입되는 벤처 투자자들의 발길을 상하이로 돌아서게 하는데 큰 몫을 담당하고 있는 일종의 ‘인센티브’ 정책이다. 뿐만 아니라 상하이 시정부는 더 많은 수의 외국 기업들을 상하이로 불러들이기 위해, 일명 ‘비즈니스 비자(visa)’로 불리는 외국인 영주권에 대한 정책을 완화하기도 했다.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창업하기 좋은 도시는 항저우(杭州)가 꼽혔다. 상하이에서 직선거리로 약 175.7km 떨어진 항저우는 중국 동부 연안 저장성(浙江)의 성도이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阿里巴巴)’ 그룹이 기반을 둔 도시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기준, 항저우에는 18곳의 유니콘 기업이 소재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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