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아이유를 키워낸 '삼무곡'의 무공해 교육
홍대 아이유를 키워낸 '삼무곡'의 무공해 교육
홍대 아이유를 키워낸 '삼무곡'의 무공해 교육
2015.01.12 15:00 by 황유영
 

2012년 홍대 라이브 클럽 ‘쌀롱 바다비’에서 흥미로운 공연이 열렸다. 이름 하여 ‘홍대 아이유 결정전’. 이 공연에서 정형화되지 않은 매력과 음악으로 ‘홍대 아이유’라는 별칭을 차지한 이가 곽푸른하늘이다. 대중에게는 아직 낯선 이름이지만 꾸준한 창작 활동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펼치고 있는 평범하지 않은 싱어송라이터를 키운 8할은 삼무곡자연예술학교의 무공해 교육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무곡자연예술학교에서 교육과정을 마친 곽푸른하늘은 이름처럼 청량한 노래들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있다.

삼무곡 자연예술학교의 김종률 선생은 “푸른이는 삼무곡에서는 특별한 아이는 아니다. 삼무곡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할 줄 아는 진정한 아티스트들이 자라고 있다”고 말한다. 결코 자만의 표현이 아니다. 자신의 삶에 대해 돌아보고 내면에서 그 해답을 찾은 아이들. 지금까지도 아이들을 보면 떨리고 설렌다는 김종률 선생의 진정한 자랑이다.

  | 아무것도 없는 학교, 삼무곡 자연예술학교  

출처:http://club.cyworld.com/sammoogok


 

강원도 삼척에 위치한 삼무곡 자연예술학교는 2008년 설립된 대안학교다. 아름다운 자연을 벗 삼아 놓여진 통나무 건물이 삼무곡의 전부다. 그러나 이곳에는 없음을 자랑으로 여기는 이들이 모여 함께 배움을 채워나가고 있다. 학교의 이름이기도 한 삼무(三無)곡은 소유, 계획, 판단이 없음을 의미한다. 일반적인 학교에서 말하는 선생님은 없다. 다만 아이들과 함께 토론하고 고민하며 방향을 잡아주는 이들이 존재할 뿐이다. 교장선생님이자 삼무곡 자연예술학교의 설립자인 김종률 역시 선생님이 아니라 그의 호인 ‘현곡’으로 불린다. 삼무곡의 특별함은 김종률 선생이 청년 시절부터 청소년들과 어울리며 터득한 삶의 기본 정신이다.

“20대 중반부터 청소년들과 함께 지냈어요. 청소년들에게 문학과 글쓰기 강의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아서 시작된 동행은 그 이후로도 이어졌죠. 가까이에서 바라보며 느낀 점은 아이들에게는 정보가 축적된 지식이 아니라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시선과 무엇을 하고 싶은 지에 대한 자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지식이 아니라 지혜가 필요하죠. 지혜는 정형화 된 학교에서 배울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진정한 배움은 삶에서 일어납니다. 삼무곡 자연예술학교는 그저 삶 자체이고, 아이들에게는 세상 전체가 학교예요. 그래서 삼무곡에는 학생 뿐 아니라 모든 이들이 배우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찾아옵니다.”

여기까지 설명하면 떠오르는 장면들은 혼란이다. 교칙 없이 운영되는 학교가 과연 다양한 고민과 문제를 안고 있는 아이들을 온전히 품어낼 수 있을까. 의문에 대한 김종률 선생의 답은 명쾌하다.

“딱 한 번만 삼무곡을 찾아와서 직접 경험하면 그런 질문을 하지 않을겁니다.”

무질서가 존재하는 곳이 아니라, "갈등이 존재하지 않는 곳"이라는 말이 삼무곡에 대한 적절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갈등이 없는 이유에 대해 김종률 선생은 모두가 배우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삼무곡은 학생만 존재하는 학교입니다. 가르치려는 사람이 없다는 의미죠. 누군가를 가르치려고 하지 않고 타인에게서 배우려는 마음 가짐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 갈등이 있을 수 없어요. 대신 선배들이 있어요. 처음 삼무곡에 오는 아이들이 낯설어 하고 실수를 하면 선배들이 행동으로 보여줍니다. 선생님들이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직접 배우게 되요.”

삼무곡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 가끔 성장통이 발생한다. 문제가 일어날 경우 해결하는 방식은 무한대의 토론이다. 학생과 선생님들이 둘러 앉아 문제에 대해 자유롭게 논의하고 전원이 동의하는 해결책을 찾아낸다. 규칙을 강요하지 않는 더딘 해결 방식은 아주 보편적이고 모두가 공감하는 삼무곡만의 삶의 방식이 된다.

“삶을 살아가면서 아이들은 많은 문제를 만나게 될 겁니다. 삼무곡에서는 문제를 만났을 때 함께 해결책을 찾아가는 방법을 배워요. 그 아이들이 인생에서 무슨 일을 만나든지 자신의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거라고 믿어요.”

  | 예술은 삶이다.  

성무곡1

 

삼무곡은 대안학교지만 일반적인 대안학교의 틀마저 벗어버린 배움터다. 학교 명칭에 ‘예술’을 적시하고 있지만 예술적 재능은 선발 기준이 아니다. 오히려 예술을 배우고 싶다고 찾아오는 아이들에게는 “예중이나 예고가 어울릴 것 같다”며 정중히 입학을 거절한다. 일반적인 교육의 틀을 벗어난 삼무곡의 방침에 의문 부호를 가지고 찾아온 학부모들도 입학 상담을 받은 후에는 흔쾌히 아이들을 맡기고 돌아간다.

“학생과 선생이 함께 성장하는 곳이고, 부모와 아이가 자라는 곳이 삼무곡입니다. 학부모들도 처음에는 의구심을 많이 가지고 찾아오지만 아이들이 달라진 모습을 보며 만족해 하세요.”

아이들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커리큘럼은 없지만 아이들의 학습 속도에 따라 몇 단계를 거쳐 졸업에 이른다. 처음 삼무곡에 입학하면 ‘내 마음대로 살기’ 단계를 갖는다. 그 어떤 속박도 없이 무한대의 자유를 허락하는 단계다.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 같지만 먼저 삼무곡에 들어온 선배들과 자연스럽게 균형을 맞춰나간다. 두 번째는 ‘기꺼이 하기’ 단계다. 자발성 훈련을 위한 단계로 타인의 그 어떤 요청도 거절하지 않는 단계다.

“억지로 하면 노예지만 기꺼이 하면 자유인이 되요. 두 번째 단계를 거치면서 내면에서 자유를 찾을 수 있어요. 실제로 삼무곡에서는 청소 당번을 정해두지 않아요. 아이들이 기꺼이 청소를 하죠. 첫 단계와 두 번째 단계를 거치면서 삼무곡 나름대로의 생태계를 갖춰나갈 수 있어요.”

세 번째는 ‘여쭙고 듣기’ 단계다. 내면의 자아에게 스스로 질문을 하고 그 안에서 대답을 찾는 단계다. 삼무곡의 아이들이 둘러앉아 끊임없이 명상을 하고 서로 고백을 하면서 자신에게 배우고 옆 친구에게 배운다. 네 번째 과정에서는 모든 일과에서 열외 된 아이들이 독방에 들어가 각자 풀어야 할 화두를 고민한다. 인생을 곡씹으며 부모님에게 받은 상처, 친구들에게 받은 상처들을 찾아내고 스스로 치유해가며 해답을 찾아낸다.

“길에 돌이 있다고 가정해보세요. 이 돌에 걸려 넘어지면 걸림돌이지만 그 돌을 밟고 일어서면 디딤돌이 됩니다. 상처를 찾아내서 스스로 치유할 때 관계의 회복이 일어나고 아이들도 진정한 성장을 이뤄낼 수 있어요.”

이 단계를 거치면 ‘두려움과 마주서기’ 단계에 이르게 된다. 겨울에는 오두막으로, 여름이면 텐트 하나를 손에 들고 산에 간 아이들은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20일에 달하는 시간 동한 홀로 자연 혹은 공포와 마주하며 매일 일지를 쓴다. 두려움과 존재에 대한 자각이 일어나는 시기다. 성인식으로 가기 위한 마지막 단계는 ‘대책 없는 여행’이다. 그야말로 대책 없이 편도의 차비와 옷 한 벌을 들고 여행을 떠난다. 변칙을 쓰지 않는 여행 속에서 모든 일을 순리에 내맡기는 경험을 하게 된다. 온전히 자신을 믿고 또 세상을 신뢰하며 나아가는 여행이다. ‘조심해라’ ‘의심해라’ 몇 번 이고 경각심을 심어주는 세상의 교육방식과 가장 차별화된 삼무곡의 시선이다.

“여행을 다녀온 아이들이 하나같이 ‘세상은 나를 도우려 기다리고 있다’고 고백해요. 세상에 대한 불신을 버리고 겁 없이 나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죠. 아이들이 두려움 없이 세상과 마주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여행에서 돌아온 아이들은 성인식을 치른다. 인디언들의 성인식과 비슷한 이 행사는 삼무곡의 가장 큰 축제이자 한 사람을 위한 졸업식이다. 학생들은 음악이나 공연, 글 등 자신의 역량을 발휘한 공연을 진행하고 집례자로 초대된 스승은 새로운 이름을 선물한다. 삶을 통해 예술을 터득한 아이들이 비로소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첫 관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길을 가지고 세상에 나온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그 답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고민하고 헤매며 고통스러운 삶을 살죠. 무엇을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는 지 알게 된다면 인생은 더 쉽고 즐겁지 않을까요. 삼무곡의 교육은 그 길을 찾는 과정입니다.”

  | “지금도 아이들을 만나면 연애하는 것 같아요”  

삼무곡2
삼무곡의 정신을 이어받은 공간이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공간 삼무곡’이라고 이름 지어진 이 공간은 대학로, 파주 헤이리, 원주에서 아이들을 맞이하고 있다. 삼무곡 자연예술학교를 졸업한 아티스트들이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거점이자 탈학교 학생들의 놀이터다. 파주 헤이리 공간 삼무곡의 경우 졸업생이자 싱어송라이터인 곽푸른하늘이 직접 운영하고 있다. 명상, 힐링 콘서트 등 다양한 청소년 프로그램을 준비했고 상담, 진로 컨설팅 등도 이뤄지고 있다.

“공간 운동이라는 뜻 있는 일을 하고 싶어하는 여러 힘들이 모여 ‘공간 삼무곡’이 만들어지고 있어요. 지역에 거점이 생기면 할 수 있는 일도 더 많이 생겨요. 12개 정도 지역에 공간 삼무곡이 생겨날 예정입니다. 하나의 바람이 있다면 대형 도시보다는 중소도시로 들어가 함께 하고 싶어요.”

김종률 선생에게 미래의 계획을 묻는 일은 그야말로 우문이다. 예측할 수 없는 뜨거운 포부들이 그의 삶을 움직이고 있다. 아이들이 만드는 힐링 콘서트 등 그의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는 구체적인 구상들도 있지만 그보다는 큰 흐름에 따라 살고 싶다.

“이데올로기를 넘어선 새 삶이라는 패러다임을 더 많이 알리고 싶어요. 학교라는 틀, 기존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시스템을 보여주고 싶은 열망이 큽니다. 이런 일들을 말하면 거창하다거나 크다는 생각을 하기 쉬운데 우리는 오히려 가볍고 일상적으로 다루고 싶어요.”

20대 중반 청소년들을 만난 이후 그의 삶은 크게 변했다. 청소년들을 만나면 설렜고 지금도 연애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다. 아이들을 만날 때 자신의 존재가 가장 빛나는 것 같다고 말하는 김종률 선생은 수많은 아이들을 만났고 또 만날 것이다. 삼무곡의 아이들, 학교라는 제도권에 있는 아이들 그리고 학교를 벗어나 어디선가 헤매고 있는 아이들까지 모두 품고 싶다는 김종률이 청소년들에게 한 마디를 전했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든 한 가지만 기억해주었으면 좋겠다. 너희들, 정말 잘 하고 있어.”

응원이자 전폭적인 신뢰라고 할 수 있다. 삼무곡의 정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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