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차’가 부릅니다. “네 주차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
‘잇차’가 부릅니다. “네 주차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
2019.07.18 17:43 by 이기창

화창했던 주말 점심, 성수동의 핫 플레이스를 구경하기 위해 친구 차를 얻어 타고 성수동을 방문했던 적이 있다. 심한 교통체증을 뚫고 성수역 근처에 도착했지만 차를 대 놓을 곳이 마땅치 않았다. 성수동의 좁은 골목을 몇 바퀴째 헤집고 난 뒤에야 앞에서 빠져나가는 차 한 대를 발견, 간신히 차량을 안착시킬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목적지 근처에 도착한 후 주차를 완료하기까지만 30분 이상은 걸렸던 것 같다.

주차로 인해 곤란을 겪은 게 나 혼자만의 문제는 아닐 게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의 서울시 민원 총 369만여 건 중 40%인 약 143만 건이 주차와 관련된 민원이었다. 이 143만 명의 목소리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남자가 있다. 온디맨드(on-demand) 주차대행 서비스 ‘잇차’를 론칭해 운영 중인 이정선 ‘마지막삼십분’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6월 디데이에서 디캠프 상임이사상과 청중상을 수상한 '마지막삼십분'
6월 디데이에서 디캠프 상임이사상과 청중상을 수상한 '마지막삼십분'

│모빌리티(mobility)의 한 줄기 빛, 술자리에서 발견하다.
이정선 대표는 원래 ‘광고쟁이’였다.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자마자, 광고회사에 입사했고 9년 가까이 일했다. 하지만 업무 특성상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지속적인 과로와 야근으로 인해 삶의 균형이 깨지고 피로가 쌓여 무기력해지는 현상)을 막을 수 없었다. 그리고 딱 그 무렵, 그의 운명을 바꿀 술자리를 맞게 된다. 그 술자리에는 현재 ‘마지막삼십분’을 함께 하고 있는 동지, 정재웅 기술고문과 류기훈 경영고문이 함께했다.

당시 이야기 주제는 모빌리티(mobility‧이동성)였다. 실리콘밸리의 공유자전거 서비스인 라임바이크나 한국의 지바이크에 투자 경험이 있었던 정재웅 기술고문 덕에 논의 내용은 깊고 다양해졌다. 이정선 대표는 “당시 미국에서는 킥보드나 전기자전거 등이 굉장히 뜨거웠고, 국내에서도 승차공유 등 많은 이슈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당시 이슈가 되던 모빌리티 서비스를 다른 방향으로 생각했다. 모두가 이동에 집중할 때 이 대표는 ‘머무름’에 집중한 것이다.

“시장에 있던 모빌리티 서비스는 대부분 빠르게 이동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더라고요. 사실 언젠가는 다 멈춰있을 것들이잖아요. 저는 그 지점에 더 큰 시장이 있을 거라 생각했죠.”(이정선 대표)

 

주차를 잊자. '잇차'를 서비스하는 이정선 마지막삼십분 대표.
주차를 잊자. '잇차'를 서비스하는 이정선 마지막삼십분 대표.

그렇게 머무름에 집중했던 이 대표는 ‘마지막삼십분’이라는 법인명을 가진 회사를 꾸리고, 온디맨드 주차대행 서비스 ‘잇차’를 구상하게 된다. IBM이 2011년에 실시했던 주차관련 설문조사에서 ‘현생인류가 하루에 주차에 소비하는 시간이 평균 31.2분’이라는 결과를 접했고, ‘이 30분을 책임져보자’라는 생각에서 도출된 사명이다. 

출발할 때 유저가 도착지를 지정하면 그 도착지로 일명 ‘링커’가 나와 주차를 대신해주고 원하는 시간에 출차까지 해주는 것이 ‘잇차’의 핵심. 일견 발레파킹을 연상시키는 서비스지만, 잇차의 시스템은 조금 다르다. 

첫 번째로 발레파킹은 정해진 장소 내에서만 차량을 인수인계할 수 있지만 잇차는 장소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고객이 출발과 동시에 본인의 목적지와 주차시간을 지정하면 목적지 근처에 있는 잇차의 드라이버인 ‘링커’와 매칭된다. 링커는 앱이 제공하는 위치정보를 통해 고객이 어디쯤 와있는지 알 수 있고 고객의 도착시각에 맞춰나가게 된다. 링커와 만난 고객은 QR코드를 통해 차량을 인계하고 링커는 주차와 출차를 대행하는 구조다.

두 번째 차별점은 드라이버의 투명성. 기존 발레파킹은 고객이 사전에 드라이버의 정보를 알 수 없지만 잇차는 서비스 이용 시 매칭되는 링커의 정보가 자동 제공된다. 이렇기 때문에 링커의 역량이 더욱 중요하다. 잇차는 사전에 모든 링커에게 별도의 서비스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눈‧비가 오는 날에는 슈즈커버를 착용하는 등 다방면으로 서비스 품질관리를 실시하고 있다.

여기까지만 들어 보면 “엄청 비싼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잇차의 서비스 가격은 1시간 평균 3900원 남짓. 게다가 주차 시간이 길어질수록 할인율이 높아지는 시스템이다. 주요 도심지의 주차장이 시간당 4천원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꽤 저렴한 가격. 이는 잇차가 공유 주차장 및 주차장 관리업체 등을 통해 미리 주차 면을 확보해 놓았기에 가능할 수 있었던 수치다. 

 

주정차금지 구역임에도 주차되어 있는 차량들
서울의 한 도로, 주정차금지 구역임에도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다.

지난해 8월, 이정선 대표는 친구인 조현철 CTO(Chief Technology Officer‧최고기술경영자)와 의기투합하여 사업을 밑그림을 그렸고, 세 달 동안 팀 빌딩 과정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동원됐다. 이 대표의 지인, 친구, 그 지인‧친구의 지인이나 가족까지 모두 잠재적 파트너였다. 그런 많은 시행착오 끝에 지금의 팀 구성이 완성됐다. 

“저희 링커 1호가 CTO의 처남이에요. 내부에서는 1호이기 때문에 상징성도 있고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직업적으로 보면 ‘발렛파킹을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좋은 분을 만나기가 굉장히 어려웠거든요. 그러던 중 CTO가 본인의 처남을 소개해줬고 서로 마음이 통해 바로 시작하게 됐죠.”(이정선 대표)

 

│쉽지 않았던 준비과정, 그리고 첫 발을 내디뎠지만…
팀빌딩 이후부터 서비스 론칭까지의 과정도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이 대표의 앞을 가장 크게 가로막았던 것은 서비스와 관련된 보험의 부재였다. 이는 고객과의 신뢰와 직결되는 문제였기에 이것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서비스를 시작할 수 없었다. 이에 이 대표는 수많은 보험사들을 찾아가 관련 보험을 만들어줄 것을 부탁했다. 천신만고 끝에 한 보험사에서 ‘잇차’만을 위한 보험을 만들어주기로 했고, 이후에야 베타테스트를 실행할 수 있었다.

“일반적인 보험 상품이 아니라 저희 서비스에 맞게 적용되는 보험이에요. 다른 업체가 뛰어든다고 해도 보험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서비스 론칭이 힘들거든요. 어떻게 보면 보험사에서 저희의 경쟁력을 마련해 주신 거죠.”(이정선 대표)

 

이런 준비과정을 거쳐 한껏 기대를 안고 시작한 첫 베타테스트였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애초에 최소한의 기능으로 먼저 서비스를 해보고 문제를 개선해 나가기로 했으니, 완벽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예상치도 못한 지점에서 변수와 문제점들이 속출했다. 

“이 상태로 서비스를 지속하기에는 리스크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3주의 테스트 기간이 끝난 후에는 서비스를 보다 사용자 중심으로 개선해야겠다고 생각했죠.”(이정선 대표)

첫 베타테스트 후 대대적인 개선 작업에 들어갔다. 이후 개선점이 적용된 서비스로 2차 베타서비스에 돌입했는데, 다행히 결과는 긍정적이다. 덕분에 한 달로 예정된 테스트 기간도 연장되어 더 많은 지역과 다양한 상황에서 시험해 볼 수 있게 됐다. 이 대표는 “종로 테스트를 마친 뒤에는 최근 ‘힙지로’라고 불리는 을지로나 마포, 홍대, 여의도, 성수 등 주차문제가 심각한 구도심으로 확장할 것”이라고 했다.

 

잇차 서비스의 핵심인 '링커'의 모습
잇차 서비스의 핵심인 '링커'의 모습

│사람이 주인공이 되는 ‘스마트시티’를 그리다
잇차를 통해 마지막삼십분이 만들고자 하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이 대표는 “주차문화가 개선되면 도시의 모습이 바뀔 것”이라고 답했다.

“불법 주차된 차들이 사라지기 시작하면 마을의 개념이 회복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잇차로 인해 새로 생겨난 공간이 녹지화 될 수도 있고 아이들이 다시 골목길에서 뛰어놀 수도 있고요. 그런 모습들을 다시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저희의 미션입니다.”(이정선 대표)

현재 잇차는 더 나은 도시를 만들겠다는 포부로 부천시의 스마트시티 챌린지에도 참여하고 있다.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스타트업으로 분류되지만, 이 대표는 기술보다 오히려 사람에 더 집중하고 싶다고 한다. 

“스마트시티에 아무리 많은 기술이 들어간다고 해도 사실 그 주인공은 사람이거든요. 저희가 만들어가는 서비스를 통해서 모빌리티의 중심이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MaaS(Mobility as a Service, 서비스로서의 이동)라고 이야기하는 모빌리티 플랫폼이 구현 가능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이정선 대표)

주차 문제 해결로 시작해 도시의 풍경까지 바꾸고 싶어 하는 이 대표와 잇차. 그들의 행보는 이제 막 시작됐다. 그들이 책임지고 싶어하는 마지막 삼십분의 풍경이 어떻게 변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지금까지 걸어온 여정은 대부분 가시밭길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책임지는 마지막 삼십분이 모여 새롭게 혁신될 도시의 모습은 꽃길로 가득하길 기대해본다. 

 

/사진 : 마지막삼십분

필자소개
이기창

비즈니스 전문 블로그 Wiz&biz를 운영중이며, 스타트업 소식 및 칼럼을 전문으로 하는 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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