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핫이슈 ‘오픈 이노베이션’ 어디까지 왔니?
스타트업의 핫이슈 ‘오픈 이노베이션’ 어디까지 왔니?
2019.08.01 16:00 by 이기창

기업이 내부 자원을 공개하는 것은 오랫동안 금기시되었다. 하지만 이런 폐쇄적인 문화는 장‧단점이 동시에 존재한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제품 생산이나 문제 대응이 빠를 순 있지만, 업계나 국가 경제 전체로 보면 새로운 기술 혁신형 기업의 탄생을 저해하는 요소다. 최근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개방형 혁신)’이 주목받는 이유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기업 간에 기술과 아이디어를 교류하여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날이 갈수록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시대, 이 속도에 발맞추기 위해 대기업은 스피드가 강점인 스타트업에게 손을 내밀기 시작했다.

 

오픈 이노베이션에 대해 강연 중인 Eugene Buff
오픈 이노베이션에 대해 강연 중인 Eugene Buff

지난 7월 23~24일, 코엑스에서 스타트업 글로벌 컨퍼런스인 ‘넥스트라이즈 2019’가 개최됐다. 현장에서는 국내외 스타트업 관계자를 대상으로 많은 강연이 진행됐는데, 이 중에서도 오픈 이노베이션을 주제로 한 강연이 10회 이상 열리며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최근의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오픈 이노베이션의 관심과 위상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넥스트라이즈에서 만난 오픈 이노베이션 강연을 통해 그 면면을 들여다봤다.

 

│현대자동차 제로원 : 그룹이 가진 다양한 자원과 경험 전수
‘제로원 액셀러레이터’는 현대자동차가 운영하는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이다. 스타트업에겐 자금투자와 네트워킹의 기회가 주어진다. 또한 현대자동차그룹의 내부 팀과 협업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스타트업은 그들에게 부족한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총 5개 분야(스마트 모빌리티, 스마트 시티, 에너지, 로봇, 인공지능)의 스타트업을 주로 지원하고 있다. 선발된 스타트업은 그룹 내 계열사를 통해 다방면의 추가지원 혜택도 받는다. 노규승 CVC(Corporate Venture Capital,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팀 차장은 “오토모티브(Automotive, 차량관련사업) 외에도 로지스틱스, 건설 등 그룹사의 다양한 리소스를 통해서 스타트업을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 현대자동차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라고 전했다.

 

노규승 현대차 CVC팀 차장

│한화 드림플러스 :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코워킹 스페이스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대기업이 바라는 것 중 하나가 연계된 스타트업의 성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스타트업이 자생할 수 있는 생태계가 필요하다. 그 터전을 만들기 위해 대기업들이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에도 주목하고 있다.
드림플러스는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한화의 새로운 브랜드다. 한화는 2016년에 여의도 63시티에 ‘드림플러스 63핀테크센터’를 열었다. 그곳에서는 핀테크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6개월짜리 프로그램을 지속해오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보험관리 서비스 ‘보맵’,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포함해 4기까지 34개 기업을 배출했고 현재 5기가 입주 중이다.
지난해에는 ‘드림플러스 강남’을 새로 오픈했다. 사무공간, 회의실 외에도 영상작업이 가능한 디지털 미디어 센터 등 다양한 공용 공간이 구비되어 있다. 신미진 드림플러스 강남 센터장은 “스타트업 플레이어들의 연결을 활성화하는 것이 드림플러스 오픈 이노베이션의 목표이자 비전”이라고 했다.

 

신미진 드림플러스 강남 센터장

│KB 이노베이션 허브, 신한 퓨처스랩, 우리은행 디노랩 : 금융권의 새로운 시도
금융권도 오픈 이노베이션에 가세하고 있다. 이들이 오픈 이노베이션에 나서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김영민 신한퓨처스랩 팀장은 “카카오뱅크, 토스 등 새로운 형태의 은행이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픈 이노베이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답했다. 
금융권이라고 지원 스타트업의 업종 범위가 제한되지는 않는다. 핀테크 뿐만 아니라 여행, 커머스 등 금융과 결합했을 때 시너지가 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을 선별하고 있다. 선별 방식은 금융사마다 조금 다르다. 우리은행 이노랩과 신한 퓨처스랩은 공모전으로 모집하고 있지만 KB 이노베이션 허브는 전문기관의 추천을 통해 지원받는다. 이 때문에 선발 스타트업의 규모도 차이가 생긴다. KB는 일정 규모 이상의 스타트업을 제안받고 있고 신한과 우리는 예비창업자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세 금융사 관계자는 모두 “스타트업의 성장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오픈 이노베이션은 이제 시작단계다. 혁신을 향한 바람은 같지만 각자의 셈법이 모두 같을 수는 없다. 결말 역시 그 셈법에 따라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것이다. 그들의 협주가 어떤 피날레를 장식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필자소개
이기창

비즈니스 전문 블로그 Wiz&biz를 운영중이며, 스타트업 소식 및 칼럼을 전문으로 하는 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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