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념을 가진 자, 솔루션을 얻으리라”
“신념을 가진 자, 솔루션을 얻으리라”
2019.08.27 17:54 by 이기창

“많은 분들이 가슴 깊이 아픔으로 간직하고 있을 그 사고가 이 분을 창업으로 이끌었네요.”

한상엽 SOPOONG 대표가 1부 마지막 순서를 맡은 ‘아이캡틴’을 소개하며 말했다. 아이캡틴은 세월호 사고를 안타까워하며, 선박 대피 솔루션을 개발해낸 스타트업이다. 지난 19일 GS타워 아모리스 홀에서 열린 제 8회 정주영창업경진대회는 이렇듯 우리가 가지 문제들을 비즈니스로 풀어내고자 하는 청년들의 의지를 만나는 시간이었다. 아산나눔재단이 주최하고 있는 이 행사는 우리 시대의 청년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번 대회에는 총 16개 스타트업(디타임, 리본, 제로그라운드, 컴스테이, 어썸데이투잇, 캐스터, 리햅위더스, 아이캡틴, 그라인더, 서울언니들, 디보션푸드, 디하이브, 캐시바이, 모어사이언스, 스칼라데이터, 오늘도주말)이 참여해 자신들의 비전을 뽐냈다.

 

“불굴의 도전, 모험정신, 이것으로 누구나 다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이면에는 치밀한 검토와 확고한 신념이 있어야 한다.”

현장 곳곳에 붙어 있는 아산나눔재단의 철학이다. 이 구절 때문이었을까, 수많은 팀들 중에서도 유독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으로 어려운 시장에 도전하는 스타트업들에 관심이 갔다. 전쟁 같은 시장에서 오늘도 꿋꿋이 발걸음을 떼는 3명의 창업자와 그들의 비즈니스를 소개한다.

 

9주간의 프로그램을 이수한 16개 스타트업이 결선무대에 올랐다
9주간의 프로그램을 이수한 16개 스타트업이 결선무대에 올랐다

│10분을 바꾸기 위해 창업에 뛰어들다, ‘아이캡틴’

세월호 사건 당시 선박 탑승자의 보행이 불가능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588초. 10분이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이다. 이 순간을 바꾸기 위해 박사 1년차에 연구주제까지 바꿔가며 창업 전선에 뛰어든 이가 있다. 바로 선박 대피 솔루션을 개발하는 김현철 아이캡틴 대표다.

국내 연간 선박 사고 건수는 592건, 그 중 인명피해는 162건에 이른다. 사고가 계속 이어지고 있음에도, 그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은 ‘사고가 발생하면 승무원의 명령을 따르시오’, ‘노약자를 먼저 보호하시오’와 같은 진부한 내용의 매뉴얼뿐이다. 게다가 선원들이 배의 구조나 사고 상황에 상관없이 모두 똑같은 교육을 받는다는 점도 실효성을 크게 떨어뜨린다. 

‘아이캡틴’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실질적인 대피 솔루션을 만들어냈다. 먼저 인공지능 시뮬레이션을 통해 선원에게는 선박 구조에 최적화된 안전 교육을 제공하고, 탑승객에게 대피 경로를 제시한다. 또한 사고 발생 후 구조 요청을 원활히 하기 위해, 해경과도 실시간으로 소통한다. 

국제 논문과 인증기관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대피 시뮬레이션 기술력을 입증한 아이캡틴은 한국선급, 현대중공업과 판매 계약을 완료했다. 앞으로는 해경, 해군, 해양수산부 등 다양한 기관과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사업을 확장해나갈 예정이다. 김 대표는 “언제든 다시 반복될 수 있기에 평소에 철저히 대비해야 하는 것이 해양사고”라며 “아이캡틴의 솔루션을 적용하면 사고 사망률을 기존보다 60%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사 1년차 연구주제를 바꾸며 창업을 계획한 김현철 아이캡틴 대표
박사 1년차 연구주제를 바꾸며 창업을 계획한 김현철 아이캡틴 대표

│초고령화 사회에 원활한 소통을 위해, ‘리햅위더스’

전 세계 고령화 속도 1위 국가인 대한민국. 2019년 고령인구(만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은 15% 정도지만, 2050년에는 38%로 세계에서 가장 ‘나이 든’ 나라가 된다. 고령인구가 빠르게 증가함에 따라 노인 질환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뇌졸중과 같은 신경 언어장애도 그 중 하나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신경 질환으로 인한 소통 불가능의 문제를 겪고 있다.

뇌졸중에 걸렸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수술이다. 하지만 수술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재활을 위한 언어치료 과정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하기 때문. 하지만 기존 언어 재활치료를 위한 기관은 아동 환자에 집중되어 노인 환자는 재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에서 언어장애를 가르치던 유현지 대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편을 놓았다. 그리고 새로운 도전의 장을 연 것이 바로 ‘리햅위더스’ 창업이다. 리햅위더스가 출시할 ‘리플’은 성인 언어장애 환자를 1급 언어재활사(관련분야 석사 졸업)와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환자는 낮은 탐색비용을 통해 1:1 관리를 통해 맞춤형 방문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재활사 역시 아동이 아닌 성인을 대상으로 재활 경험을 쌓을 수 있고 안정적인 수익도 확보할 수 있다.

9월 출시를 앞둔 리플은 병원과의 협력을 통해 대기 환자를 확보했고 석박〮사 및 경력직 전문 재활사 섭외를 마쳤다. 서비스 출시 후에는 지역과 대상자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갈 예정이다. 유 대표는 “환자의 더 나은 재활을 위해서 노력하는 리햅위더스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교수직을 놓고 성인 언어재활 시장에 뛰어든 유현지 리햅위더스 대표
교수직을 놓고 성인 언어재활 시장에 뛰어든 유현지 리햅위더스 대표

│폐플라스틱의 순수한 재탄생, ‘리본(REBORN)’

1950년부터 2015년까지, 65년간 생산된 플라스틱의 양은 83억 톤. 석기–청동기–철기 시대에 이어 플라스틱기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폐플라스틱 대부분이 제대로 재활용되지 않는다는 것. 서동은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꼈다. 중고〮등학생 때는 관련 분야의 논문을 찾아 읽었고, 그 과정에서 스탠포드 대학의 교수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전 준비를 바탕으로, 대학 입학 후 팀을 꾸린 것이 바로 ‘리본’이다.

리본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플라스틱은 한 번도 제대로 재활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칫솔과 같이 다른 재료가 결합된 것이 많아 높은 순도의 분류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물질이 포함된 재생 플라스틱은 가치가 반 토막 나게 된다. 리본은 문제의 해답을 세균에서 찾고, 특정 플라스틱만을 분해하는 균을 찾아냈다. 기존 공장은 리본의 기기를 공정 앞단에 설치하여 고순도의 재생 플라스틱을 얻어낼 수 있고 이를 판매해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리본의 초기 비즈니스 모델은 고유기술이 적용된 기기 판매 비용과 미생물 유지비다. 9주간의 과정을 통해 테스트용 기기를 설계했으며 10억원 규모의 구매의향서를 확보했다. 그리고 국내를 포함하여 중국과 유럽에서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다. 서 대표는 “앞으로 고객사와의 협력을 구축하고 순도향상 데이터를 축적해 기술을 고도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어렸을 때부터 폐플라스틱 재활용 문제에 관심을 가진 서동은 리본 대표
어렸을 때부터 폐플라스틱 재활용 문제에 관심을 가진 서동은 리본 대표

선박 사고 대피, 성인 언어 재활치료, 플라스틱 재활용 전처리. 모두 생소한 시장이기에 누군가는 그들에게 ‘이게 되겠어?“라고 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위 3명의 창업자는 그들에게 다음과 같이 되물을 것이다.

“이봐, 해봤어?”

 

필자소개
이기창

비즈니스 전문 블로그 Wiz&biz를 운영중이며, 스타트업 소식 및 칼럼을 전문으로 하는 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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