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에서 멀어지는 블록체인 비즈니스 방법론
실패에서 멀어지는 블록체인 비즈니스 방법론
2019.09.16 16:47 by 이창희

블록체인에 대한 시선은 여전히 좋지 않다. 블록체인, 네 글자만 나와도 대뜸 “야, 그거 사기 아냐?”란 말이 튀어나온다. 개인적으로는 블록체인, 특히 개방형 블록체인(Public blockchain, 블록체인을 유지하기 위한 합의단계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형태의 블록체인)은 미래 사회의 혁신을 이끌어 낼 중요한 기술이란 걸 믿어 의심치 않지만 분위기는 그다지 좋지 않다.

2017년 말부터 지구 내핵이라도 뚫어버릴 기세로 떨어진 코인 가격은 대중과 사회에 블록체인에 대한 엄청난 불신을 안겨줬다. 2000년 전후 IT 버블 때는 그래도 몇몇 실체를 가진 사업도 있었지만, 작년부터 이어진 코인 가격 하락 사태에선 살아남은 프로젝트가 거의 없다. 말 뿐인 백서(White paper, 블록체인에 대한 전체적인 설명을 논문 형식으로 적은 문서) 말고는 남아 있는 게 없을 정도. 이런 현실은 많은 이의 관심과 참여가 반드시 필요한 블록체인이 대중과 멀어지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결국 많은 자본 혹은 기존 참여자들을 보유하고 있던 대기업만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시도할 수 있는 환경으로 고착화되고 있다.

 

블록체인은 언제쯤 대중의 신뢰를 얻을 수 있게 될까.
블록체인은 언제쯤 대중의 신뢰를 얻을 수 있게 될까.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블록체인으로 어떤 비즈니스를 할 수 있을까. 사실 해답은 멀리 있지 않다. 사업의 기본을 지키면 된다. 큰 계획 보다 작은 실행에, 그리고 사용자와 참여자에게 제공되는 가치에 충실하면 되는 것이다.

너무 당연하다고 느낄지 모른다. 하지만 이 해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근 2~3년 동안 다른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진행해온 과정과 실패 케이스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팀을 구성하고 아이디어를 정한 다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백서 작성이다. 모든 것이 착착 돌아갈 때를 가정해 원대한 그림을 그리고 이를 백서로 설계한다. 그림을 크게 그리는 이유는 규모가 큰 플랫폼일수록 ICO(Initial Coin Offering, 블록체인 개발 자금을 모금하는 방법 중 하나로 주로 블록체인 개발 초기에 백서를 공개하면서 모금)에서 많은 모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이유는 뭘까. 첫 번째는 당연하게도 ICO를 통한 모금에 실패한 경우다. 계획이 너무 엉성하거나 사기로 의심되면 모금이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이다.

두 번째는 지나치게 거대한 계획으로 구현 가능성이 의심되는 경우다. 그럴듯한 목적과 설계를 통해 모금엔 성공했지만 정작 능력이 없거나 준비가 부족한 경우다.

세 번째는 시장에서 실패하는 경우다. 기존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초기에 대규모 모금을 진행하는 특성상 추가 모금이 쉽지 않다. 그래서 최초 블록체인 목적과 설계가 시장에 적합하지 않거나 기존 시장 참여자의 저항이 거센 경우 시장에 맞춰 수정 또는 개선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위한 추가 여력을 확보할 수 없어 실패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비트코인 가격 차트, 그래도 최근에 2017년 고점 대비 가격을 어느 정도 회복했다. 하지만 사회의 차가운 눈초리는 변하지 않았다.
비트코인 가격 차트. 그래도 최근에 2017년 고점 대비 가격을 어느 정도 회복했다. 하지만 사회의 차가운 눈초리는 변하지 않았다.

린스타트업의 창시자 에릭 리스(Eric Ries)는 저서 ‘Lean Startup’에서 이렇게 말했다.

“수억 원을 써가면서 1년, 2년 동안 골방에서 완성된 서비스를 개발한다고 성공 확률이 높은 건 절대 아니다. 그 제품이나 서비스가 나왔을 때엔 시장이 아예 바뀌어 있든지, 아니면 원래부터 시장의 수요와 취향을 무시한 제품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 최소요건 제품이라도 먼저 내놓아 시장의 반응을 보여 바꿔가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블록체인에도 린스타트업 방식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블록체인 기술을 통한 기존 금융 시스템의 탈(脫)중앙화’ 같은 원대한 아이디어는 그 목적과 뜻은 좋지만 세부 사항에 불확실한 부분들이 있다. 애초에 중앙화된 권리를 참여자 모두에게 분산해 직접 관리하는 것을 참여자 스스로가 원하는지 여부도 불분명하다. 또한 기존 금융 시스템과 블록체인 금융 시스템을 트레이드오프 관계로 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게다가 이 모든 것이 기존 사용 경험보다 더 좋을지 역시 미지수다. 모든 것은 실행해 보고 시장의 반응에 따라 수정·보완·개선해야 한다.

하지만 기존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진행 측면에서 반복적인 수정과 개선에 충실하지 못했다. 출시까지만 노력하고 이후부터는 성공을 기도하는 방식으로 무책임하게 진행됐다. 따라서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서는 무턱대고 큰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지금 당장 사용자가 원하거나 불편을 느끼는 작은 부분부터 해결해 가면서 점점 그 범위를 넓혀가야 한다. 그러다 보면 그 결과가 시장이 원하는 성공적인 블록체인 플랫폼의 모습과 점점 닮아갈 수 있게 된다.

 

기를 모아 큰 나무를 한방에 쪼개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작은 틈에 쐐기를 박고 계속해서 두드리면 언젠가는 쪼개진다. 블록체인 사업도 동일하다.
기를 모아 큰 나무를 한방에 쪼개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작은 틈에 쐐기를 박고 계속해서 두드리면 언젠가는 쪼개진다. 블록체인 사업도 동일하다.

블록체인과 코인이 사기라는 편견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실제 사회에 가치를 제공하는 실증 사례가 나와야 한다. 기존의 '큰 계획 > 모금 > 실행 > 검증' 보다는 '작은 실행 > 검증 > 개선' 절차를 통해 작더라도 성공 사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블록체인의 본질적인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바탕으로 틈새를 찾아내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여전히 블록체인 기술을 ICO를 통한 대박 모금의 관점에서만 바라보고 큰 계획에 집중하는 프로젝트가 적지 않다. 이는 블록체인 기술 활성화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혁신을 위한 블록체인 기술의 발걸음이 작은 부분에서 착실하게 진행되길 기대해본다.

 

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고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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