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상하이는 옛말…이젠 ‘쑤저우’를 주목하라
베이징·상하이는 옛말…이젠 ‘쑤저우’를 주목하라
2019.10.15 15:41 by 제인린(Jane lin)

중국은 세계 각국의 스타트업이 진출을 꿈꾸는 0순위 국가다. 14억 인구를 기반으로 한 시장성과 구매력을 갖춘 데다, 최근 수년 간 국가적인 장려·지원 속에 창업 붐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회의 땅에 도전하는 세계의 젊은이들은 오늘도 중국행 비행기 티켓을 끊는다.

하지만 창업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중국의 4대 대도시는 외지인들에게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다. 수도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4개 도시는 해마다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임대료와 인건비가 엄청나게 치솟는 중이다. 이는 외지인 또는 외국인 창업자에게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2~3선 도시들이 주목받고 있다.

 

중국 대도시의 임대료와 인건비는 살인적이다. 공기는 특히 별로다.
중국 대도시의 임대료와 인건비는 살인적이다. 공기는 특히 별로다.(사진: 바이두)

필자는 최근 중국에서의 창업을 구상하는 이들에게 2~3선 도시를 추천하곤 한다. 저렴한 임대료와 인건비, 그리고 지역 정부가 제공하는 다양한 지원 정책을 잘 활용하면 꼭 대도시에 가지 않아도 성공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들 중 최근 급부상하는 곳은 장쑤성에 위치한 신 창업 특구, 쑤저우(苏州)다.

쑤저우에는 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쑤저우공업원구’가 자리 잡고 있다. 경제특구로 개발되기 전까지만 해도 흙탕물 가득한 연못을 낀 허허벌판이었으나, 지난해 해외 교역량 규모가 4900억 위안(한화 약 81조 원)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다.

서울시 면적의 절반에 달하는 278㎢ 규모로, 단지 내에 독립적인 세관과 수출입항구가 설치돼 통관이 용이하고 효율적이다. 상하이와 고속철로 약 30분이면 닿을 수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두산·금호 등 130개가 넘는 한국 기업들도 진출해 있다.

 

쑤저우 공업원구의 전경.
쑤저우 공업원구의 전경.(사진: 웨이보)

이 같은 비즈니스 인프라와 함께 개방적인 분위기는 쑤저우가 가진 최고 강점이다. 42만 5600여 명의 본지인과 66만 7500여 명의 외지인, 1만 2천여 명의 외국 국적의 인사들이 거주할 정도로 외지인과 외국인에게 개방적이다. 사실 공산주의 1당 체제 속 출신지역 우선주의가 강한 중국에서 외지인과 외국인에게 친화적인 지역은 찾기 쉽지 않다. 외부인에 배타적인 도시에서는 정착은커녕 창업 시도 자체도 어려울 수 있다.

쑤저우 창업 기지의 공동주택 지구 중에는 100% 외지인으로만 구성된 지역도 있다. 평균 나이 32세, 석사 비중 60% 이상 등 젊은 고학력자들이 밀집해 있으며 첨단 기술을 가진 인재들이 계속해서 몰려드는 중이다.

무엇보다도 매력적인 점은 쑤저우의 창업 인프라다. 중국의 4대 대도시 못지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 최초로 스타트업 원스톱 서비스센터를 설치, 창업 관련 행정 인허가 심사가 매우 빠르다. 해당 센터에서는 현지 창업과 관련한 업무의 85%는 즉시 현장에서 처리가 가능하다. 나머지 15%의 업무도 길어야 1~2일 정도면 완료된다. 하루가 다급한 초기 창업자 입장에서 여간한 메리트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중국 특유의 행정처리 속도를 감안하면 이곳은 거의 혁명 수준이다.

 

쑤저우에는 젊은 고학력자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사진: 웨이보)
쑤저우에는 젊은 고학력자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사진: 웨이보)

이를 바탕으로 주목 받는 스타트업의 대표는 외지인들이 대부분이다. 지난해 쑤저우 시 정부는 의약품과 에너지, 바이오 등 첨단 분야 ‘3대 우수 창업자’를 선정했는데, 이들 역시 모두 쑤저우 출신이 아니었다.

그중 첫 번째인 왕쿠이펑(王奎锋)은 저장성 항저우 저장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쑤저우에서 의약 스타트업을 시작했다. 항종양제 개발 프로젝트로 이목을 끈 그는 쑤저우 창업 기지에서 30여명의 과학 인재들과 의약품 개발과 생산에 한창이다. 신약 개발을 위한 시 정부의 각종 지원도 계속되고 있다.

에너지 스타트업 ‘chilye’의 인쟈퉁(尹家彤)은 세계적으로 개발 중인 전기차 시스템에 도전 중이다. 그는 고전력 전자장치와 고전압 연결, 배전 관리 기술 연구 및 개발이 이들의 주력 비즈니스로 현재까지 6개 국가에서 100개 이상의 특허를 받았다. 아울러 이를 바탕으로 인공지능과 스마트 의료 분야로까지 발을 넓히는 중이다.

마지막으로는 스마트 첨단 장비를 생산하는 스타트업 ‘ACCURACY’의 CEO 왕츠(王敕)다. 상하이에 위치한 중국과학원 출신의 그는 쑤저우 창업 기지에서 다양한 자동화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그는 2017년 중국 전국 창업대회에서 정밀 측량시스템 분야 1위를 차지했으며, 지난해 1억 위안(한화 약 17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chilye’의 인쟈퉁(尹家彤) CEO.(사진: 웨이보)
‘chilye’의 인쟈퉁(尹家彤) CEO.(사진: 웨이보)

중국 정부는 쑤저우에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정부 차원에서 키워내고 있다. 18개 명문대 캠퍼스를 입주시키고 직업기술훈련기관을 설립해 기술 전문 인력을 공급 중이다. 석·박사급 고급 인력 채용을 하는 기업에 고용 장려금이나 주거보조비 등을 지원하는 제도도 있다. 쑤저우 시 정부도 외지인과 외국인을 대상으로 비자 및 거주 편의를 확대 중이다. 아울러 주택 구입부터 자녀 교육, 각종 사회보장제도를 위한 정책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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