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비즈니스는 가설과 검증을 통해 만들어 진다
모든 비즈니스는 가설과 검증을 통해 만들어 진다
2019.10.31 17:50 by 이유환

(비더시드 칼럼) 스타트업에 비하면 대기업의 자원은 무한할 정도로 많다. 시장의 기회가 보이면 수백억 정도를 투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기업은 진입 초기부터 다양한 라인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출시한 후 대중을 상대로 한 광고를 진행하고 순식간에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갈 수 있는 자본과 인력을 가지고 있다.

대기업이 가진 이런 물리적인 조건보다 더 큰 강점은 바로 ‘망해도 괜찮다’는 데에 있다. 물론 신사업이 실패하면 프로젝트 담당자는 책임을 져야하고, 일을 수행한 부서들에게도 타격이 간다. 그렇지만 웬만해서 회사는 망하지 않는다. 규모있는 대기업이라면, 수백억정도의 손실은 전사적인 관점에선 생채기에 지나지 않는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가장 큰 차이는 인내 자본 규모의 차이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가장 큰 차이는 인내 자본 규모의 차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지금 눈앞에 사업이 망하면 그대로 끝이다. 창업자와 직원들이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니지만 사업체로서의 생명은 거의 빈사상태가 된다. 문자 그대로 그들은 목숨을 건 게임을 벌이고 있다.

따라서 ‘영혼을 건 건곤일척의 승부수’와 같은 배팅전략은 스타트업에게 잘 맞는 전략은 아니다. 비슷한 실력을 가진 포커 플레이어가 카드게임을 할 때는 자본금이 더 큰 사람이 대게 유리하다. 돈이 많은 플레이어는 더 많은 여유를 가지고 상황을 바라볼 수 있으며 따라서 좀 더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전략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적은 자본을 가지고 절박한 마음으로 게임에 뛰어든 도박꾼만큼 돈을 잃을 확률이 높은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많은 스타트업들이 처음부터 너무 큰 배팅을 시도한다. 제품과 서비스의 사업성에 대한 지나친 확신을 가지고 첫 번째 제품부터 너무나 많은 기능을 탑재시킨다거나 초반 광고비에 너무 많은 자본을 투입한다. 소비자 반응, 마켓 핏(Market Fit) 등 아무것도 검증된 것이 없는 채로 말이다.

 

소위 말하는 ‘올인(all-in)’ 전략은 스타트업에게 적합지 않다.
소위 말하는 ‘올인(all-in)’ 전략은 스타트업에게 적합지 않다.

소비자들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일념, 때로는 그것이 스타트업을 실패로 이끈다. 창업자가 생각하는 가치와 고객이 받아들이는 가치는 많은 경우 일치하지 않는다.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더 많은 자본을 투입할수록 실패했을 때의 타격은 더 크다. 그래서 초기 비즈니스를 위해 항상 필요한 것이 ‘가설과 검증’이다. 나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성하는 많은 요소들이 과연 시장에서 내 생각대로 작동할지에 대해서는 요소들 하나하나에 대해 반드시 검증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필자는 다음 달 온라인 산삼 정기구독 서비스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필자가 던진 첫 번째 질문은 ‘사람들이 과연 온라인으로 산삼을 구독할까’였다. 우리는 한정된 자원으로 비즈니스를 하고 있기 때문에 오프라인에 매장을 만들고 광고를 통해 매장과 제품을 홍보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따라서 온라인 판매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전략적인 선택임과 동시에 어쩔 수 없이 강요된 선택이기도 했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우리가 맨 처음 세웠던 가설을 다음과 같았다. 소비자 대부분이 산삼이 무엇인지 알고 산삼에 대해 매우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가공식품이 아닌 생으로 된 뿌리) 산삼을 먹어본 사람은 거의 없다. 그 이유는 믿을 수 있는 산삼을 어디서 살지 모르기 때문이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산삼을 검색하면 많은 결과가 뜬다. 하지만 한 뿌리에 수만원을 호가하는 프리미엄 상품을 검증되지 않은 개인업자들로부터 믿고 사기는 쉽지 않다. 결국 산삼이 홍삼, 인삼만큼 대중화되지 못한 데에는 신뢰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가설을 도출했다.

 

산삼 맞아? 도라지 아냐?
산삼 맞아? 도라지 아냐?

이 가설이 맞다면 ‘제품에 대한 신뢰성이 확보된다면 사람들은 온라인으로도 산삼을 살 것이다’라는 결론이 나온다. 우리는 이를 검증하기 위해 지난 추석 F&B 분야에서 명망있는 연예인과 함께 추석특집 산삼 선물세트 온라인 공동구매를 진행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프리미엄한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유명인의 신뢰성이 더해지니 사람들은 온라인으로도 평생 먹어보지 않은 산삼을 구매했다. 우리는 산삼 온라인 판매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이제 우리가 던질 질문은 ‘한번 온라인으로 산삼을 산 고객이 과연 그것을 정기적으로 구매할까’이다. 이렇게 되어야 우리가 만들려는 정기구독 서비스 모델이 시장에서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현재 다양한 가설들을 세우고 작은 움직임들로 그 가설들을 검증하는 단계에 있다.

비즈니스에는 수많은 변수들이 얽혀있기 때문에 그 누구도 아이템이 성공할지는 알 수는 없다. 초기 비즈니스 모델이 작동하기 위해선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있고 그 모든 요소들을 단계적으로 검증하고 나서야 아이템에 대한 이성적인 확신을 가질 수 있다. 바로 그때가 조금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여 비즈니스를 확장할 때이다.

 

초기 비즈니스 모델은 단계적인 검증을 거쳐 완성된다.
초기 비즈니스 모델은 단계적인 검증을 거쳐 완성된다.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어 세상을 바꿔놓는 것이 스타트업의 사명이다. 하지만 위험을 감수한다는 말이 위험 속으로 뛰어든다는 말과 같지는 않다. 변수들은 언제나 존재하지만 다양한 가설과 검증으로 그 변수를 상수로 만들어 믿음을 예측으로 바꿔놓는 과정이 스타트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일 것이다.

 

필자소개
이유환

시드 스타트업 컨설팅 액셀러레이터 '비더시드' 대표. 롯데 케미칼 기획부문, 4번의 창업 경험을 거쳐 초기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일을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열정있는 스타트업을 찾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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