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스타트업 뉴비들의 패기
코스메테우스, 1st Diary
흔한 스타트업 뉴비들의 패기
2019.11.27 14:33 by 태원석

스타트업 팀원들이 직접 써내려가는 그들만의 발자취. ‘스타트업다이어리’는 내일을 통해 미래를 밝히는 조촐한 사서(史書)다.

‘우리가 정말 잘 할 수 있을까…’

2016년 11월 말의 어느 날, 우리는 서강대 정문 앞에 있는 어느 카페에 모였다. 사전에 모두 의향을 확인했지만 여전히 기대 반 걱정 반. 그렇다. 이날 바로 여기서, 진짜 창업을 하기로 한 것이다.

 

(사진:  코스메테우스)
우린 여기서 진짜 창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뚜렷한 비즈니스 모델도, 확 꽂히는 아이템도, 그럴싸한 기획도 없었다. 그저 사람만 모여서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보자는 것’이 모임의 취지였다.

총 4명이 모였다. 각자 능력이 있지만, 기존의 기업에서 일을 하기엔 욕심도 많고 아쉬움도 느끼던 이들이었다. 막연한 기대가 일었다. ‘이런 사람들을 모아서 함께 팀을 꾸린다면 좋은 조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다. 일만 잘 하면 되는 회사, 일 외의 일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되는 조직을 만들고 싶었다. 저마다 품은 바람들이 쏟아졌다. 불필요한 야근이 없는 회사, 9시 출근이 없는 회사, 회식이 없는 회사, 성별‧취향‧이념‧가치관으로 인한 차별이 없는 회사…

 

코스메테우스는? 남성 뷰티 박스의 기획‧판매를 시작으로, 앱 기반의 뷰티 토탈케어 서비스와 관련 트렌드 분석 리포트 및 컨설팅 등 비즈니스 모델을 넓혀가고 있는 3년차 스타트업.

팀의 구성원이 좋고 문화가 좋다면 좋은 상품, 서비스가 따라올 것이라는 가설을 테스트하는 것이 초기의 목표였다. 그동안 스타트업 업계를 보면 첫 아이디어로 대박을 이뤄낸 경우는 거의 없었다. 대개 막히고 부딪치고 넘어지면서 사업이 자리를 잡는다. 아이디어나 기술보다 사람으로 승부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한 이유다. 나아가 개개인이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사적인 부분은 개입하지 않는 개인주의적인 조직을 만들면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회사를 만들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도 있었다.

모두 기존에 안면은 있던 사이였는지라 별도의 자기소개 없이 첫 회의가 시작됐다. 공간도 적절했다. 서울시 취업 카페인 서강대 앞 르호봇 1층의 롱브레드 카페. 평소에는 어떤 시설인지 전혀 모르고 지나치던 곳이었는데, 막상 와보니 사람으로 가득 찼고, 열띤 에너지가 느껴졌다. 창업 붐의 실제를 확인하는 동시에, 이들 중 1년 뒤 얼마나 남아 있을까하는 다소 허무주의적인 생각도 스쳐지나갔다. 사실 이는 우리를 염두한 불안감이기도 했다. 창업해보자고 야심차게 팀을 모으긴 했지만, 사실 우리는 아무것도 쥐고 있지 않았다. ‘스타트업’이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실제로 경험한 적은 없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지…

 

(사진: 코스메테우스)
스타트업,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이 팀은 무엇을 위한 팀인가?’

우리의 첫 주제였다. 영속적인 사업을 위한 팀인지, 프로젝트 팀인지, 만약 프로젝트 팀이라면 얼마나 진행할 것인지…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다. 그리고 한 지점에서 모두가 동의했다. 창업과 관련된 리스크를 감안해 프로젝트 팀으로 시작하고, 공모전이나 정부 사업 등에 도전한 후 결과를 보자는 것이었다. 현실적으로 타당한 결론이었다. 언제까지 이 팀을 붙잡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각자의 생계도 중요하니. 답이 나오지 않으면 중단하는 것이 맞다.(하지만 결과적으로 우린 답이 나오지 않는데도 중단하지 못했다…)

첫 아이템은 S가 구상한 것이었다. 한창 ‘ㅇㅇ박스’라는 이름으로 화장품 샘플을 정기배송해주는 서비스가 유행하던 때. 이를 남성 기초 화장품 시장에 적용해보자는 안이었다. 화장품에 관심 있는 사람들 몇 명과 관련 업계 출신이 주축이 된 자리이니만큼, 화장품 중심으로 기획이 흘러가는 게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2016년 당시 한국 남성 화장품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큰 수준이었고, 수많은 제조사와 유통사가 있었기에 성장 가능성은 크다고 판단했다.

 

(사진: 코스메테우스)
한 때 ‘ㅇㅇ박스’라는 화장품 정기배송 서비스가 유행이었다.

당시 설문조사를 보면, 한국 남성들이 주로 사용하는 스킨케어 제품은 7가지 정도로 나왔다. 가장 시장점유율이 높은 브랜드는 목욕탕 등에 납품되는 오딧세이, 보닌 등이었고, 세안제품과 면도용 제품도 포함됐다. 소수의 소비자들이 다수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는 결론. 그런 소비자를 타깃팅해서 시장에 진입한 후, 고객층을 점차 확대해 나가면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았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당시 우리가 본 트렌드는 제법 정확했다. 솔루션이 잘못되었을 뿐. 흔하디 흔한 첫 창업의 모습이었다.

 

※ 2nd Diary에서 계속…

 

필자소개
태원석

3년차 스타트업 코스메테우스의 대표입니다. 이제 좀 어떻게 일 하는건지 알아가고 있습니다. 넘어져도 덜 다치는 법은 이제 좀 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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