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산 아닌 ‘양식 유니콘’, 가능할까
자연산 아닌 ‘양식 유니콘’, 가능할까
2019.12.09 17:25 by 이창희

머리에 뿔이 달린 말, 유니콘은 상상 속의 동물이다. 그리고 오늘날엔 상장 전 기업 가치를 1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린 스타트업을 뜻한다. 그만큼 상상에서나 가능할 정도로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며, 자본과 인력이 열악한 스타트업의 최고 단계 성공 지표로 꼽힌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현재 한국에 10개뿐인 유니콘을 무려 1000개까지 늘리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내놨다. 당장 10조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의지다. 정부의 중소기업 육성 기조는 분명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이번 계획의 실현 가능성을 놓고 업계가 벌써부터 술렁인다. 나아가 본질적으로 유니콘의 인위적인 육성이 과연 올바른 방향이냐는 지적도 나온다. 어업에서도 양식의 도입은 어획량 증대 이면에 생태계 교란이라는 부작용을 가져왔다.

 

기업 가치 10조원 이상의 스타트업, 유니콘.
기업 가치 10조원 이상의 스타트업, 유니콘.

┃‘키워야 한다’ 정부의 확고한 의지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지난 6일 범국가적으로 유망기업을 발굴해 민간에서 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K-유니콘 프로젝트’를 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창업지원 체계를 ‘예비-초기(3년 이내)-도약(3~7년)’ 단계로 개편하고, 민간이 선별‧투자하면 정부가 후속 지원하는 ‘TIPS 프로그램’을 세분화해 사전‧사후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유망 스타트업이 발굴되면 정부가 민간투자를 유도해 마련한 10조원 규모의 자금을 집중 투자할 방침이다. 아울러 대규모 성장자금 공급을 통한 혁신성장 촉진을 위한 성장지원펀드를 4년간 12조원 규모로 조성하기로 했다.

창업 성장 단계의 핀테크 기업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3000억원 규모의 핀테크 혁신펀드를 조성하고 크라우드펀딩을 이용할 수 있는 기업도 확대한다. 이와 관련해 이낙연 국무총리는 “유니콘 기업의 증가는 한국 경제에서 실현 가능하고 도달할 수 있는 목표”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 4월에도 ‘제 2의 벤처 붐’을 위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대규모 벤처 확산 전략을 내놓은 바 있다. 오는 2022년까지 유니콘을 20개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었다. 당시 서울시도 덩달아 2조원 가량을 투입해 자체적으로 유니콘 15개 육성을 공언했다.

스타트업 육성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실제로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의 내년 예산은 13조5000억원 가량으로, 올해 대비 3조2000억원이 증가한 규모다. 이중 제조혁신 및 기술역량 강화에 할당된 예산도 1조4173억원에서 1조9150억원으로, 창업·벤처기업 도약 지원 예산은 9162억원에서 1조8081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로드맵, 그리고 제도 개선이 먼저

하지만 유니콘을 육성하는 데 투입되는 예산이 막대한 것에 비해 정부의 로드맵은 다소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타트업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우려면 유망 스타트업 선발부터 육성 및 지원까지의 과정에서 많은 품이 들어간다. 여기서 선택과 집중을 통한 효율성을 살리지 못하면 개별 스타트업에 실제로 지원되는 예산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박성의 진짜연구소장은 “예산 10조원 중에 실제로 지원에 쓰일 금액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며 “운영이나 심사 등 예산 집행 과정의 행정적 비용이 지나치게 소요되지 않을까 우려스런 면도 있다”고 꼬집었다.

단순히 유니콘의 수가 많아진다고 해서 그 나라의 스타트업 생태계와 경제가 성장한다고 볼 수 있느냐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 한국에서 기업 가치 10조원 규모 이상의 유니콘은 쿠팡, 옐로모바일, L&P코스메틱, 크래프톤, 위메프,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비바퍼블리카(토스), 야놀자, 지피클럽, 무신사까지 총 10곳이다.

이들의 업종을 살펴보면 절반인 5곳이 유통 플랫폼이고, 뷰티 2곳, 핀테크 1곳, 게임 1곳 등이다. 독창적인 기술 기반의 유니콘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들 같은 분야에서 유니콘이 나온다 해도 세계적으로 뻗어나가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엄정한 BLT&CompanyB 대표는 “기업의 가치라는 것은 주식 매수자와 매도자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기준일 뿐”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유니콘이라는 단어에 너무 현혹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예산 투입보다도 제도 개선에 더 중점을 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복연 패스파인더넷 대표는 “공모전 등의 형태로 이미 시장에 풀려 있는 돈만 해도 수조원”이라며 “투자로 이어질 수 있는 펀드 조성이라든가 시장에서 기본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규제를 솎아내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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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고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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